3불(三不) 정책 논란과 교회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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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불(三不) 정책 논란과 교회의 대응

최근 정부의 3불(三不) 정책과 관련된 여론이 뜨겁게 달구어 지고 있다. 즉 
고교 등급제, 본고사, 기여 입학제 등을 금지하는 정부의 대입 정책에 대해 
일부 언론사를 비롯해 사립대 일부 총장들, 서울대 일부 교수들, 일부 학부
모 등이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까
지도 향후 이 문제의 향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3불 정책을 놓고 정치인들마다, 교수들마다, 언론사마
다, 학부모마다, 대학마다 각기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방향과 입장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기여 입학제는 일정한 금액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고 입학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명분과 함
께 과다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일부 학교 당국 측에 의해 강력히 
주장
되고 있다. 물론 기여 입학제가 전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
지만 여기에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나타나는 차별적 요소 역
시 배제할 수 없다.

둘째, 고교 등급제는 고교간 학력 차가 있음을 인정하고 학교 간 순위를 매
김으로써 대학들이 출신 학교에 따라 가산점을 각기 적용함으로써 고교 내
신 성적으로 피해를 보는 우수고 출신들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주장되고 있
다. 이 역시 우수교 출신들을 다량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우수교 
출신들이 받게 될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고
교 등급제 도입에 따른 공정한 평가에 대한 문제는 두고두고 또 다른 불만
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셋째, 본고사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평가함으로써 보다 우수한 학생들
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장되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는 당연한 주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상대적으로 가진 
자와 우수한 자들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각각의 경우에 있어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3불 정책과 

n관련해 어느 한 편을 두둔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학의 발
전과 경쟁력 저하가 반드시 3불 정책 때문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정
부의 3불 정책을 반대하고 나서는 것 역시 결코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언제든지 그래왔던 것처럼 문제는 사람 자체에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
들고 시행하고자 해도 그 안에는 부정과 부패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그 제
도를 운영하는 행정적 부실이나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공정성을 유린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 있어 일단 제도화 된 정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유익을 얻는 편
과 손해를 당하는 편의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따라서 교회는 3불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당하
는 약자가 누구인가를 충분히 관찰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야 한다. 교회야말로 공평과 공의를 수행하는 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3월 23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포항 한동대 김영길 총장의 발언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
결 방안을 모색할 
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 총장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3불 정
책 때문이라기보다 대학 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 교육
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들만 뽑으려 하지 
말고,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나치게 입
시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는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10년 가량 분석한 것을 예를 들
면서 “이 학생들은 입학 때 일반전형 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10점쯤 낮았지
만 졸업 땐 별로 차이가 없었고, 기업들 반응도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특히 고교등급제 적용 주장에 대해서 “고교 때 완성돼 입학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학에서 키워지는 학생들이 많다”며 “대학은 그 가능성
을 열어 주는 구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야말로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의 고귀한 희생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는 현행 제도의 불
합리성을 인지하면 할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지’의 희생 정신을 몸
소 실현
함으로써 먼저 사회에 대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
는데 힘쓰는 반면에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희생 정신이 없는 사회일수록 교회
는 더욱 더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