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미혹, 그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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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미혹, 그 달콤한 유혹

사람들은 항상 숫자에 관심을 가지고 산다. 돈의 많고 적음을 말할 때도 얼
마나 가졌느냐? 물건값을 말할 때도 얼마짜리냐? 사업할 때도 얼마나 벌었느
냐? 월급은 얼마나 받느냐? 이런 숫자에 관한 것들이 사람들을 종종 기쁘게
도 하지만 미혹도 한다. 다윗도 숫자의 미혹을 받은 적이 있었다. 반면에 모
세는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이스라엘 총수를 파악하기도 했다. 

교회도 그렇다. 얼마나 모이느냐? 헌금은 얼마나 나오느냐? 땅은 몇 평이며 
얼마를 주고 샀느냐? 주로 모이면 주 메뉴처럼 등장하는 말들이다. 그리고 
목회자들까지 이 놀음에 빠져 일평생을 세고 또 세며 살아간다. 하기야 어려
서부터 산수를 배우고 수학 1, 수학 2까지 통달했으니 그것이라도 계산해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정해진 사람이
니 별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 숫자의 고유 번호 가운데 평생을 살고 있다.

지난 해 제90회 총회가 화성교회당에서 있었다. 그때 총회회의록을 보면 여
러 가
지 통계와 숫자가 나와 있다. 교회들의 교세 현황, 각 상비부의 통계 
현황, 재정 상황 등. 그런데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총회와 신학교의 관계연
구위원회의 보고가 통계로 보고되어 있다.

그 보고서를 살펴보면 장로교회 신학과 정치 원리에 입각한 신학교 운영에 
관한 연구와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한 인준신학교 현황과 관계연구위원회의 신
학적 입장이 주된 골자로 되어 있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13개 노회
의 328명의 목회자 중에 “현재의 시점에서 교단의 신학교와의 관계를 다루
게 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49%인 156명이 적절하다고 답한 반면, 
32%인 105명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답했다. 

이 결과로부터 시작하여 남녀 입학자 현황, 졸업생 사역 현황까지 보고하고 
있다. 학교측이 제공한 자료(90회 총회회의록 139쪽)에 의하면 2005년까지 
졸업생 1,735명중 76%인 1,320명이 국내에서 사역을 하고 있으며 23%인 398
명이 해외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사역자 중 95%가 교단 내에서 사
역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올해 제91회 총회가 송탄제일교회에서 있었다. 그 중에 목회자 최저생활비 

책연구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합신 졸업생 약 20%가 소재 파악이 안되
고 있으며 졸업생의 대다수가 교단 외 이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교단에
서 활동하고 있는 목회자는 50%가 넘지 않고 있다”(91회 총회회의록 81쪽)
고 보고하고 있다.

여기에서 숫자의 미혹을 생각해 본다. 학교측의 보고서에 다르면 합신 출신
의 국내 사역자 중 95%인 1,045명이 우리 교단에서 사역하고 있는 것으로 보
고한 반면 최저생활비 대책위원회에서는 합신 출신의 50% 이하인 약 800명 
정도만 사역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두 기관의 보고가 다 옳다고 볼 수 있다. 자기 입장을 변론하기 위하
여 적당히 파악하거나 대충 어림잡아 파악했을 경우이다. 그렇다면 상당히 
각성해야 한다. 숫자는 예민한 문제이고, 총회와 하나님 앞에서 보고해야 하
는 일이었으며, 하나님의 심판을 생각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기관의 보고를 보면 학교측의 보고서가 더 틀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
다. 우리 교단 목회자 수는 얼마나 될까? 2005년 총회보고서에는 국내에서 
사역하는 본 교단 목회자 수는 목사, 부목사, 강도사까지 모
두 다 합해서 
1,038명이었다. 이중 합신 출신은 70%가 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에서 사역하고 있는 합신 졸업생 중에서 95%인 1,045명의 사역자
가 본 교단에서 봉사하고 있다는 보고는 당해연도 총 목회자 수인 1,038명
을 상회하고 있다. 이것은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보고이거나 아니면 부풀린 
숫자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본 교단 목회자 1,038명에는 합신 출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저생활비 대책위원회 보고가 더 믿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90회 총회에서 합신 총장은 졸업생의 95%가 합신 교단
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보고했고, 모 총대는 졸업생의 95%가 본 교단에서 봉
사한다면 신학교를 직영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까지 했다. 참으로 이상한 논
리이다. 단순히 합신 총장의 주장을 근거로 한다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은 발언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발언하
는 것도 총회와 하나님 앞에서 받을 심판을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 이렇게 
숫자를 가지고 미혹하고 유혹하는 동안 하나님의 총회는 어지럽게 될 것이
고 점점 더 힘들게 될 것이다. 

보고를 하거나 발언하
는 총대라면 정확한 통계를 근거 삼아야 한다. 그리고 
발언하는 사람이나 동조하는 사람이나 더 이상 숫자의 달콤한 유혹을 받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해결해야 하는 더 큰 
과제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충고 한마디하고 싶다. 정확하게 숫자를 파악하여 보고하든
지 아니면 차라리 숫자를 세지 않고 사는 것이 지혜롭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