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운동과 교회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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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 운동과 교회의 참여

지금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혁의 기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우리가
사랑하고 기도하는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화의 대장정을 거듭해 오고 있는
중에, 가장 깨끗하고 정당한 시민의식의 성숙을 이룩해 낼 시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요원하기만 하던 한국 정치 개혁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고도의 정치행위를 계속해 오고 있는 반면에, 개신교
는 정치와 종교의 영역을 상호 인정한다는 입장에서 다소 뒷전에 머물러
왔다. 시민운동에 폭발적인 지원 여론이 집결되는 정점에서, 이번에도 김수
환 추기경은 대통령과 집권당을 향해서 ‘고언’을 하므로써, 여론의 주목
을 받고 있지만, 개신교회는 뒷전에 밀려나 있다. 이제 개혁교회는 어떤 시
점에 처해 있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고 처신해야만 할 것인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이루
어지는 낙천운동이 큰 물결을 이루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패하고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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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치인을 유권자의 힘으로 바꿔 보자며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하고 있
는 시민단체들은 명단 공개에 이어서 길거리 서명운동과 시위로 확산 일로
에 있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시민운동 움직임을 요약해 보면, 명단발표와 가두
서명, 장외집회와 반대인사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1월 24일 총선시민연
대가 ‘공천반대인사’ 66명을 발표하자, 온 나라는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
고, 1월 27일에는 정치개혁시민연대(정개련)에서 ‘유권자가 알아야 할 15
대 국회의원 8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총선출
마 부적격자’(151명)를 통해서 더욱 시민의 목소리는 큰 파장을 불러 일
으켰다. 세 가지 명단에 모두 오른 전·현직 의원은 모두 30명에 달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1월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탄
압과 노동문제와 관련된 개혁입법 추진반대 정치인 등 낙천·낙선 대상자
를 선정해 2월 25일쯤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남의 이름을 드러내놓고 공격하는 일은 삼갔는데, 이런 명단을 발표하는
일을 불법삼는 정치인들에게 맞서서, 급기야 선거법까지 개
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시민들의 지지는 봇물을 이루었다.
전국적으로 크나큰 지지를 모으고 있는 시민운동은 각계 각층이 망라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대두되자 재야법
조단체의 지원약속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1월
28일 총선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을 지원하기 위
한 대규모 법률지원단을 발족시켰다. 법률지원단은 민변 소속 변호사 250
명이 참여해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과 관련한 법리 검토작업과 민·
형사상 고소 고발에 따른 법률 구조활동을 펼치게 된다고 한다. 대한변협
회장 등 전·현직 회장 5명도 시민단체의 총선개입운동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무료변론 등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 낙선운동은 왜 일어났는가? 망국적인 지역감정에 근거한 정치행태
가 더이상 국민들의 신망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요, 더구나 구정치세력의
패권주의로 인해서 ‘깨끗한 물’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더이상 참을 수 없
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교회의 역할이다. 한국 기독교는 이런 사회의 예민한 문제에

해서 무작정 침묵으로 외면하고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각 교회마다 명
단을 만들어서 광고시간에 나누어 줄 수도 없는 일이요, 그렇게 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임무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나라가 직면한 정치구조의 개혁에 직면해서 ‘남의 불’
구경하듯이 그냥 모른 체 하는 것은 책임있는 시민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노력처럼 일반 문화, 사회, 정치의 영역도 하나
님의 간섭과 섭리의 지배하에 있으며, 이것은 열심히 노력을 다하는 성도
들을 통해서 이룩된다는 신학을 갖고 있다.
더구나 요즘, ‘명단 공포증’이 교묘히 사라지는 듯한 착각현상들이 각
정당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회의 참여와 역할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일반인들이 가려내지 못하는 옥석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서 하
나님의 사람들 답게 투표하는 일이다. 우리 총회나 연합기관들도 당장 나
서서 ‘한국 교회의 입장에서 뽑은 낙선인사 명단’을 발표하자는 것이 아
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런 것은 시류에 속아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람들이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역할이 남아 있다. 한국인
들이 자꾸 
잊어버리기를 잘하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명단들이 혼란스러울
때에, 우리 성도들과 교회는 더욱 정신 차려서 각 사람들의 면면을 꼼꼼히
따져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자는 것이다. 각 성도에게 맡겨진 처소에서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발휘하므로 사회발전에 중요한 참여를 하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