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공동체 안에서 행복을 수놓는 풍성한 교회”
<주은평교회>
아버지를 여읜 후 기숙학교 다락방에서 고된 삶을 살게 된 ‘소공녀’의 주인공 세라. 세라가 가장 부러워하는 이들은 저녁이면 쪼르르 달려 나와 아빠를 맞아 뽀뽀하고, 아빠 주위를 뱅글뱅글 돌며 주머니에 선물이 들어 있나 살펴보는, 즐거운 일상을 사는 이웃집 ‘큰가족’이었다.
주은평교회의 안희성 목사는 “교회란 세상과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세라의 눈에 비친 이웃집 ‘큰가족’과 같이 평화롭고 행복이 가득한 교회, 아버지를 여읜 세라 마냥 하나님이 배제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공간이 될 풍요롭고 따뜻한 교회. 주은평교회를 이러한 교회로 세우고픈 큰 그림을 안고 날마다 색을 입혀가고 있는 안희성 목사를 만나보았다.
-교회 밖까지 성도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절로 느껴진다.
“신앙생활은 행복하게 해야 한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재미있고 풍성하게. 그래서 성도들에게 공동체를 많이 강조한다. 교회라는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면 삶의 풍성함, 영적인 풍성함, 하나님 안에서의 교제권이 강화된다.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가정도 평화로워지고 개인적 삶의 변화도 뒤 따라 온다.
주은평교회는 주일날 음식을 여자 성도들이 준비했다면 설거지는 남자 성도들이 맡는다. 목사도 예외는 없다. 왜냐하면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는 남자의 역할이 권위적이기보다 남녀가 서로 돕고 상호 공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니 정말 삶이 더 화목하고 평화롭게 변하더라. 또 그렇게 더욱 행복해진 모습으로 교회에 들어오니 교회도 더 풍성해져 가정과 교회가 계속 행복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가끔 교회에 대한 상처, 목회자들에 대한 상처를 고백하는 성도들에게는 ‘목사는 상처 안 받느냐! 목사도 상처 엄청 받는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우리 서로 상처받았으니 상쇄하고 다 내려놓자, 이제부터는 행복한 공동체와 풍성한 신앙생활을 위해 잘 지내보자’한다.”
-풍성한 공동체를 위한 외부적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아파트 상가에 있다가 지금 이 터로 이사온 지 2년 조금 넘었다. 처음에는 매주 노인정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뻥튀기를 봉지에 담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인사를 드렸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지역주민들의 분위기와 정서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좋아져서 그로 인해 교회로 지역주민들이 들어오고 있다.
요즘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이지만, 교회는 세상과 반대로 갈 필요가 있다. 주은평교회는 절기예배를 온 식구들이 다 함께 드린다. 그리고 식사 후, 노방전도를 전부 다 같이 나간다. 예를 들어, 부활절 주일에는 계란을 50판에서 70판 정도 해서 부활의 감격을 전하러 나간다.
그리고 봄, 가을에는 교회 앞에 무대를 꾸며 작은 음악회도 연다. 작년 가을에는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동네 약사 중에 섹소폰 부는 약사로 소문 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을 섭외 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나중에 공연 날 찍은 무대사진을 가져다 주니 매우 행복해하셨다.”
-‘어머니기도회’ 포스터와 ‘악기교실’ 인쇄물을 봤다. 소개를 부탁한다.
“다음 세대와 다가가는 세대가 공존하는’ 다향공동체’를 꿈꾼다. 자녀세대를 뜻하는 ‘다음 세대’와 어른세대를 뜻하는 ‘다가가는 세대’를 합쳐 ‘다향공동체’라 이름 붙였다.
‘다향공동체’ 안에 문화사역학교, 악기교실, 선교캠프 등이 포함된다.
주은평교회는 청소년들이 많은 편인데 그들이 일년에 한 차례 외국에 나가서 선교지 탐방을 할 수 있게 선교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에도 열다섯 명 정도가 다녀왔다. 선교캠프를 통해 선교마인드를 배우고 선교사를 직접 돕고 문화를 체험한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태국에 다녀왔다. 한 곳을 2년 동안 가니까 대학에 진학하면 1년 정도 이 곳에서 선교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아이도 생겼다. 그렇게 선교에 대한 비전을 심어준다. 스스로 참여를 원하는 아이들도 많아져서 아이들이 직접 통장에 저금해가며 선교 준비를 하고 있다.
어머니기도회는 스물 다섯 명 정도가 모이는데, 이들이 기도제목을 정하면 상담하고 함께 기도한다.
어른들 상대로는 문화강좌를 한다면 아이들 상대로는 악기교실을 한다. 악기교실은 방학 때 외부강사를 불러 진행하는데 재정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고, 교회의 일꾼으로 성장하는 것이기에 청소년을 바로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악기교실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하계발표회 때 가만 보니 다들 피리나 오카리나, 태권도 같은 것을 하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악기교실을 시작해 기타, 드럼 등을 배우게 했다. 자신감이 부족하던 한 아이는 드럼을 2년 정도 배우고 나니 삶에 자신감이 붙었다. 4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는 악기교실의 맨 마지막 주에는 발표회를 여는데 그 아이의 부모도 참석했다. 교회에 난생 처음 왔다던 그 아이의 부모는 현재 발표회 때마다 교회를 찾는다. 그리고 ‘교회가 이런 곳이라면 내가 왜 교회를 나가지 않았을까, 교회가 이런 곳이라면 나도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 들어가 일원이 되고 싶다’고 하시더라.
‘다가가는 세대’를 위한 복지센터, 요양시설 운영을 위해 부지도 마련했다. 어른세대가 공동체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음 세대’와 ‘다가가는 세대’의 연결점을 찾는 것에 교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 안희성 목사만의 꿈이 있다면?
“장기적인 꿈은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꿈은 후배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는 것이다. 교회의 꼭대기 층을 게스트룸으로 만들어 선교사들이 며칠씩 묵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공개하는 것을 의논 중이다.
그리고 예전에 교회를 개척할 때 카운슬러나 컨설팅이 전무하여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 곁에서 도와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개척학교’ 등의 문제도 뜻이 맞는 목사님들과 의논하고 있다. 또한 앞서 말한 ‘다향공동체’를 준비해나가는 것이 꿈이다.
인천시 서구 공촌동 312
032-567-0091 주은평교회
maengoh@hanmail.net 맹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