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소한 일에 목숨걸기 _ 김인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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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소한 일에 목숨걸기

<김인석목사 _ 칼빈장로교회>

 

오늘의 작은 일상에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

 

  1. 우리의 신앙이란 그 시대 속에 살아 숨쉬는 표징이다

하나님의 다스림은 단지 교회 안에만 한정되지 않고 한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시대의 존재, 모든 역사를 다 담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기독교 신앙이 신자들의 영역에서만 통용되고 개인의 기호의 문제로 축소되는 시대정신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신자들은 하나님이 어떤 시대, 어떤 환경, 어떤 조건에서도 예외 없이 세상을 다스리고 계심을 믿는 자들이다. 우리의 신앙은 개인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 시대의 역사에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보아야 한다.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 섭리의 수단이 된다. 성경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자연재해나 다른 정황들이 아닌 의인 열 명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렸다고 증언한다. 선지서들 역시 나라의 흥망성쇠를 그 시대의 불신앙 때문으로 말한다. 신자 개인이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은 이 시대와 이 사회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일에 창조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개인의 신앙이란 그 시대 속에 살아 숨쉬는 하나님 섭리의 표징이다.

  1. 우리의 신앙은 미래를 담은 오늘이라는 그릇이다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고 하신 명령에 우린 어떻게 순종해야 할까? 그분의 명령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하루살이 인생처럼 살라는 말씀이 결코 아니다. 오늘 내가 한 사회에 속한 사람으로 제 역할을 함에 있어서, 시민으로서의 어떤 본분, 가족과 이웃 간에 대한 도리를 다하며 살고자 할 때 특별한 초자연적 역사 없이 살 수 있다면, 미래에도 여전히 그러하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의 염려란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이루려는 욕망의 발로일 뿐이다. 주님은 그것을 이방인들의 기도라고 하셨다. 내일이 되어 또 고민하고, 또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도록 내일의 유익까지 오늘 달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기도문의 “오늘날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도 빈자든 부자든 모두에게 해당되는 기도 모범이다. 평생 먹고 남을 양식이 있는 부자들에게 이 기도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들도 역시 매일의 양식을 위해 기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주님의 은총이 아니면 삶의 양식이란 것도, 세상의 어떤 부요함도 일순간에 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부요가 고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님은 우리에게 미래에 이룰 거창한 신앙적 명분, 큰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살아가는 조건과 환경에서 하나님 백성답게 살도록 요구하신다. 신앙인의 삶이란 미래에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어떤 대단한 헌신을 드리는 것을 목표로 사는 것이 아니다. 내일이나 몇 년 후에 하나님께 드리게 될 대단한 헌신과 소위 어떤 비전들 때문에 오늘을 그의 백성답게 사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오늘을 신자답게 산다는 건 하루하루 성실하고, 감사하며, 그리스도께서 먼저 본을 보이신 일들을 좇아 살아가려 애쓰는 것이다. 그런데 먹고 입고 마시는 평범함 속에서 그런 성격을 드러내고 이루어 내야 한다. 하나님이 나와 내가 속한 회사, 사회를 다스리는 분이심을 믿음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쌓여서 내일을 이룬다.

오늘 있는 곳, 오늘 하는 일이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자리요, 일이라는 것을 알고, 또 그것이 하나님께서 내 삶을 전적으로 다스리시는 현장임을 아는 것이 신앙이다. 옛 신앙의 선배들의 말처럼 “심겨진 곳에서 꽃을 피우라”는 것이다. 우리 삶의 가치는 어떤 큰 업적이나 공로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신 그 자리를 끝까지 그의 백성으로 잘 지키고 살아 내는 것이다.

  1. 사소한 일에 최선을

그런 면에서 우리의 신앙의 내용들은 사소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작은 일에, 내일이 아니라 오늘에 맞춰져야 한다. 주님께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고 하셨을 때, 작은 자란 관심 받지 못하는 사람, 도와줘도 표도 안 나는 사람, 외면해도 내게 손해될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외견상 사소한 일들,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지는 매일의 삶에서 우리는 그의 백성으로 살아가려고 해야 한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서 결국은 하나님의 섭리를 나타내는 표징이 되는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 오늘 하루의 삶이라는 그릇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다스리심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내일의 신앙을 결코 담아낼 수 없다. 내일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느라 오늘의 기쁨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주님은 그런 모든 계기들 넘어서 일하시므로 사실상 그분의 기뻐하시는 뜻과 은총이 우리의 삶의 최종적 원인이다.

Soli Deo Glor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