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에 대한 이해_박봉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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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에 대한 이해

 

< 박봉규 목사, 기독교학술원 사무총장 >

 

하나님 나라는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으로 구현되고 있어

 

필자는 젊어서 부흥회를 참석하면서 성령 충만과 은사(방언, 방언통역, 병고침, 지혜의 말씀 등)를 체험하면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한편 이 세상은 마귀적이어서 다 망해야 되고 없어져야 하며 나는 빨리 죽어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천국(하늘 天, 나라 國)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수님의 초림으로 하나님 나라가 현존하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already, 마 12:28; 눅 17:20)에 대해 이해하고 나서부터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목적(롬 8:28)과 인생관 그리고 세계관이 크게 달라졌다.

 

그 이후로 참새가 내 머리 위에서 짹짹거리며 날아다니면 나를 위해 노래하는 것 같았고, 길가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나를 위해 춤추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존재 가치와 우주 만물을 보는 눈이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관점으로 변하게 되었다.

 

많은 성도들이 천국 혹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막연하게 동경을 가지면서, 마치 죽어서 가는 곳 또는 그곳은 슬픔과 눈물과 죽음이 없는 낙원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그런데 천국은 이러한 미래적인 성격만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도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 나라’라는 명칭은 천국, 에덴동산, 낙원 등과 동의어이다. 마태복음(마 3;2, 4:17)에서는 수신자인 유대인들 의식하고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못하기에 ‘하늘에 있는 나라’라는 의미인 천국(天國)으로 표시했다. 반면에 마가복음(막 10:15,24,)과 누가복음(눅 8:10; 9:2)에서는 수신자인 이방인을 의식하고 천국을 ‘하나님 나라’로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 나라’와 ‘천국’은 다른 의미가 아니다. 창세기에서는 에덴동산(창 2:8-9)이 하나님 나라의 의미를 가지며, 신약에 나오는 낙원(눅 23:43; 고후 12:4; 계 2:7)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

 

예수님의 설교 중심 주제(막 1:15)가 하나님 나라였으며, 제자들도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것이 사명이었다(행 8:12; 28:23). 예수님이 강조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의미는 에덴동산에서 죄를 범하여 추방된 인류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롬 3:25-26)로 다시 회복되는 것이다.

 

바울은 그의 서신에서 ‘그리스도 안에’(In Christ)라는 의미를 164번이나 사용하면서 오직 예수님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 안에서 만이 진정한 기독교인의 삶과 기독교인의 세상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통치와 주권과 왕권으로 정의되며, 그 시제는 현재성(already)과 미래성(not yet)으로 특징되는데 지금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통해 하나님의 왕권이 구현되고 있다는 현재성과 장차 주님이 재림하실 때 완성될 하나님 나라인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누가복음 17장 20-21절에 보면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느냐?’고 묻자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among you) 있느니라”고 답변하셨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은 당시 상황적으로 볼 때 바리새인과 제자들 가운데(among you) 서 계신 예수님 자신이 곧 ‘하나님의 나라’임을 가리키고 있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인격과 사역 속에 하나님의 나라가 현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과 참 교회는 이미 하나님 나라(천국)가 그들에게 임한 것이다(벧전 2:9). 예수님은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귀신을 내쫓으며(마 12:28) 신유와 기적을 나타내 보이셨다. 이런 점에서 지금 임한 하나님 나라 안에서 신자들은 중생과 회심과 더불어 구별된 삶과 이로 인하여 고난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들이 모두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로마서 14장 17절에 보면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하였다. 이 말씀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구현되는 천국의 모습은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여기에서 “의”는 인간이 행하는 도덕적인 것이거나 윤리적인 의로움이 아니라 로마서 3장 19-31절에서 말하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로로 말미암아 인간이 구원받게 되는 하나님의 의가 실현되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평강” 역시 단순히 인간 세상에서 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죄로 인해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던 상태가 청산되고 완전히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되는 영적 평화의 상태를 가리킨다(롬 5:1). 또한 “희락” 역시 구원받은 자가 하나님 앞에서 누리는 참된 행복을 가리킨다.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은 예수님의 초림으로부터 시작되어 현재에도 이 세상에서 주님께서 지신 십자가의 은혜와 권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세상을 죄가 없었던 원래의 에덴동산과 같은 완전한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최종점에서 마침내 새 하늘과 새 땅인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될 것이다.

 

우리 신자들은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이해하고 하늘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바라는 믿음 가운데에서 힘차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