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시 합신이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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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시 합신이 가야 할 길

 

  너무도 급변하는 한국의 상황이다. 국제 질서 또한 소용돌이친다. 사상적 다변화 현상뿐 아니라 여러 윤리적 논쟁과 혼란을 그대로 껴안은 채 정치, 사회적 큰 사건들을 시시각각 접하고 있다. 그래도 교회는 흔들림이 없이 복음을 보수하고 개혁의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지금 어디에 서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상투적인 질문이긴 하다. 그러나 범교단적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했고 또 많은 체험을 통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느꼈다면 길을 정하여 시대 속에서의 정체성을 가다듬어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건 왜 일까?

  역시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혼돈 속에서 그 갈무리가 안 되고 있다. 이러한 때 한국 교회 특히 우리 합신 교단은 바른 길로 더욱 매진해 가야 한다. 나름 의미 깊은 행보를 해온 우리 교단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평가나 주관적 감상을 뒤로 하고 보다 냉엄한 현실 파악을 위해 생각을 가다듬어 보자. 이제라도 무엇을 준비하여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한국 교회의 길잡이가 돼야 한다.

  합신은 무엇보다 신앙 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첫째, 교리 교육을 철저히 복원해야 한다. 교리 교육에 태만함이 한국 교회의 쇠락을 가져왔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역사적 교리 문답을 각 교회에서 분명하게 가르치도록 교단에서 법제화해야 한다. 개혁주의 교단을 표방하면서 교리 문답을 통한 교육을 느슨하고 자유롭게 방기한다면 우리 교단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교단 내 교회들의 교리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라. 교단의 정체성에 전혀 맞지 않는 교리들을 교육하고 있는 교회들도 상당수이다. 이는 다양성이나 포용력의 문제가 아니다. 지엽적인 해석에서의 차이야 있다 하더라도 개혁주의의 큰 틀을 버리는 교육적 오류들은 결국 개혁교회의 쇠락을 초래한다. 총회 교육부가 이 일에 집중하며 섬길 때 교단적인 협조와 격려가 절요하다. 그런데 다른 교단 보듯이 반응하는 경우들이 있음은 안타깝다.

  둘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세계 기독교 역사는 물론이요 한국 기독교 역사에 대해 성도들이 너무 무지하고 무관심하다. 안 가르쳐서 그렇다. 일반 역사도 그렇지만 한국 기독교의 영욕의 역사라도 정직하게 가르쳐야 한다. 아울러 신학 사상의 흐름과 정황들에 대한 교육이 있을 때 성도들의 역사적 현실 인식이 새로워진다. 역사적 인식을 정파적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의 그리스도인은 한국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시민 생활의 권리와 의무를 갖고 살며 세금을 내고 국가의 보호 속에 살면서 기본적 민주 질서의 발전과 정립에 무신경하고 교회의 안위만 생각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이원론적 신앙이다. 성도들이 시민으로서의 역사적 가치관을 갖고 주인의식으로 현실에 참여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셋째, 미래 지향의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세대 전쟁이라 할 만큼 젊은 세대와 기성 혹은 노년 세대의 간극이 너무 큰 시절이다. 또한 노년 인구가 늘어나고 신생아가 줄어들며 젊은이들의 삶의 무게가 버거운 때문에 사회적 불안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 농어촌은 또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향후 10-20년이 지나면 황폐화의 비극을 겪을 수도 있다. 교회는 결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눈앞의 일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각계 각처에는 미래연구소나 위원회가 있다. 개교회에 미래를 대비한 모임들이 더러 있지만 교단적으로도 미래를 준비하고 연구하는 부서나 위원회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시대적 변화와 문화적 흐름들에 반응하며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넷째, 실천적이고 통합적인 지성인을 배양해야 한다. 신앙의 기복화,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의 상대성의 만연, 진화론자들의 득세, 대중문화의 광풍 등 우리 시대는 모든 것들이 얽혀 눈덩이처럼 한꺼번에 몰려 온 형국이다. 대부분 반교회적이고 신앙에 갈등을 초래하는 문제들이다. 안티 기독교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김용옥, 스티븐 호킹, 리처드 도킨스 같은 학자들의 사상과 강연으로 더욱 교회와 기독교의 진리는 무시되거나 왜곡되고 있다. 이에 대항할 만한 통합적 지성인이 기독교계에는 드물다. 과거엔 프란시스 쉐퍼 같은 사상가들이 빛이 되었지만 이젠 세계관의 전영역에서 통합적 담론을 이끌만한 리더가 드물다. 교회가 그런 인물을 배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적이고 인문학적인 기초가 튼튼하며 신학적 훈련이 잘 된 사상가들을 키워 내야 한다. 그들이 현실에 대해 성경적 전망을 내놓고 대안을 제시해야 다음세대에 희망이 있다.

  박상봉 교수는 취리히의 신앙 교육을 언급하며 “한국 교회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속에서 신앙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남규 교수도 하이델베르크 신앙 교육에 대해 말하며 “이 모든 교육은 정보로서의 교리적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삶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안상혁 교수 또한 “박윤선과 칼빈 모두 하나님의 사람을 키우는 것과 진리를 다음세대에 전수함에 집중했다”고 했다. 신앙 교육은 일종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성도의 삶에 관한 것이요 교회의 절대적인 사명이다. 특히 합신은 이제 성도들이 실천하는 개혁 신앙인이 되도록 신앙 교육의 모델과 그 결실을 보여 주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을 합신에게만 지운다는 것은 가혹할 수 있다. 하지만 개혁신학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개혁신앙을 기반으로 진리를 많이 안다면 그만큼 더 실천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면에서 합신 교단의 역할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