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참 인간상_김현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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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참 인간상

<김현일 목사_증평언약교회>

 

하나님 사랑을 크게 말하고

참 인간다움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정확히 말하자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율법의 큰 계명이요 완성이라면, 이것을 잃어버린 때는 타락일 것이다. 죄는 사랑의 관계를 끊어내는 모든 것이다.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인애(헤세드) 안에서 언약을 맺으시고 공의(미슈파트)와 의(쩨데크)를 행하기를 원하셨다. 그분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공의로운 백성과 그 관계를 신실하게 유지하되 주 앞에 서는 날까지 의를 지키는 거룩한 백성이 되기를 바라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랑 안에서 공의와 의를 실천할 규범으로 율법을 주셨고, 그것을 순종하며 하나님 그리고 이웃과 거룩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참 인간상을 원하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일에 실패했고 그 일은 십자가와 새 언약의 보증인 성령 안에서 교회에게 맡겨졌다.

  인문학이란 참 사람을 회복한 인간됨,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목표로 한다. 인문학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키케로(Cicero)는 이상적인 인간상(교양 시민)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자기 검증성(probitas), 박애정신(misercordia, 측은지심), 관용(liberalitas, 통이 큼), 교양(urbanitas)을 제시한다. 또한 교양 시민은 도량이 크고 아량이 넓은 큰 마음(magnitudo animi)을 가진 사람이다. 큰 마음에는 돈을 쓰는 데 통이 크고(liberalitas), 손해를 보거나 불의를 겪음에도 의연하고 꿋꿋한 마음의 고고한 지조(altitudeo animi), 그리고 진지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안정됨, 요란스럽지 않는 마음이나 모양이 속한다. 이 덕목들을 갖춘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신과 부모와 이웃(친구)에게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있다. 이 견해는 르네상스 시대에 복기되었고 신으로부터 독립된 이성(ratio)을 추가된 가운데 발전을 거듭한 결과 영국의 신사(Gentry)정신과 프랑스의 혁명, 미국의 독립 정신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인문학은 신과 이웃에 대하여 어떤 인간을 만들어냈을까? 신에 대하여 어떤 인간이 되어 있고, 사람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행하는 사람다움이 드러나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가? 약간의 성공까지 부정하지 않지만, 그 대답은 거의 부정적이다. 사랑을 파괴하는 죄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거기에 피상적인 답을 줄뿐 온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는 다시 사랑과 공의와 의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하나님에 대하여는 참 사랑을, 인간에 대하여는 공의와 의의 열매를 갖춘 참 인간이 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에 시선을 모아야 한다. 오랜 인류 역사와 교양 교육이 만들어내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철학과 수사학에 질료를 제공하는 모든 지혜와 지식의 근본인 율법의 교훈에 마음을 열어야 할 때인 것이다.

  신과 인간에 대하여 참된 모습을 가지도록 돕고 가르치는 일은 철학이나 인문학의 독점 주제가 아니라 교회가 여태껏 해온 고유의 사역이었다. 교회는 여태껏 하나님 사랑을 충실히 가르쳐 왔고, 참 인간다움의 덕목인 공의와 의를 부르짖어 왔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선물로 주시기까지 사랑하셨음을,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할 것을 강조해 온 것이다. 이 교육의 열매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서 마음과 입(with heart and mouth)에서 나타나도록 기대하면서 말이다(Belgic Confession, art. 1.). 그렇다면 성도인 바로 내가 이런 사람다움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의 편지요 향기로서 매일을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교회가 과연 참 인간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그 시선을 회피하는 건 정당하지 못하다. 더욱 우리 내면과 교회 속을 들여다 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 비난과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고유한 사역에 충실하려는 인내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회는 지금까지 해 오던 고유의 일을 더욱 열심히 추구해야 한다. 참 사람을 양육하는 진리의 인큐베이터로서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참 인간다움을 가지라고 말하는 외로운 목소리를 더욱 힘차게 내야 한다. 하나님 사랑을 크게 말하고,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참 인간다움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정확히 말하자. 우리의 길을 꾸준히 가면 언젠가는 회의적인 시선이 신뢰의 시선으로, 무관심이 호감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주께서 그런 변화를 이루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