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농어촌 목회자 가족 수련회를 마치고
영광, 순교지의 감동과 은혜
< 박원열 목사, 성산교회 >
순교지에서 순교했던 신앙 선배들의 찬양이 들리는 듯
손꼽아 기다리는 모임이 있다. 농어촌 목회자 모임이다. 그리운 농어촌 목회자 가족들을 볼 수 있고 각 교회에서 역사하신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시간이기에 항상 기다려진다. 지난 2006년 첫 모임이 시작된 후, 각 지역 교회를 돌아가면서 탐방하며 형편을 알게 되었고, 2010년부터는 8월말에 가족수련회로 모이고 있다.
올해는 8월 21일(월)―23일(수) 전남 영광군 야월교회 순교기념관에서 열렸고, 연인원 70여 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수련회의 장소는 순교자의 발자취가 있는 역사적 현장이어서 그 땅을 밟기만 해도 우리의 신앙이 도전을 받을 것 같아 설렘으로 기다렸다.
가는 길에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무사히 30분 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제주노회 회원들은 먼저 와서 쉬고 계셨고, 전남과 전북노회 간사가 와서 회원들을 맞을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만남의 배고픔을 안고 전국 각지에서 회원들이 삼삼오오 차에 동승하여 달려왔다. 경북노회 회원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했다. 강원과 경기북노회 회원들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야월교회는 미국 남장로교에서 파송한 유진벨 선교사에 의해 1908년 설립되었다. 이곳 교회는 1950년 9월-10월에 걸쳐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전교인 65명은 공산당에 의해 생매장과 수장으로 잔혹하게 순교 당했으며, 교회당도 불태워지는 아픔을 안고 있다. 숫자와 상관없이 전 교인이 순교 당한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커다란 사건이라고 한다.
또 가까이에 있는 염산교회(1939년 야월교회에서 분립)는 6.25 전쟁 때인 9월 29일 군경이 영광에 들어왔을 때 미처 퇴각하지 못한 공산주의자들이 10월 7일 교회당을 태우고 성도 4분의 3인 77명을 바닷가 수문통에서 수장시켰다.
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시간마다 강사들의 귀한 말씀 선포가 이어졌다. 총회장 최칠용 목사님은 “목회가 행복할 때”란 말씀을 통해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끊임없는 경건의 훈련을 하며 한 영혼에 목숨 걸고 목회하라고 했다. 말씀샘교회 정병선 목사님의 “임마누엘과 성령의 오심”란 말씀으로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을 성전 삼으시기 위해 예수님을 통해서, 성령님을 통해서 하시는 일들을 생각했고 새생명교회 김경렬 목사님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씀으로 30여 년 버틴 것도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의 은혜는 오늘도 계속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농어촌교회를 평생 섬기시고 은퇴하신 조효환 목사님의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는 말씀은 하나님은 어려움 중에 찾아오시는데 광야에 내몰리게 하시는 경우 거기서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해지는 훈련을 하라고 했다. 농목회 회장인 용연교회 이은국 목사님의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통해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마음들을 나누었고, 농어촌부 부장 김석만 목사님의 “너희 상이 큼이라”는 말씀을 통해서는 신앙 선조들의 한순간의 순교도 귀하고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의 삶에서의 긴 순교도 귀하다는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을 듣고 한 마음을 가졌다.
농어촌에서 목회하다 보면 ‘혼자’라는 외로움이 몰려드는데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은 길을 가는 많은 동역자들이 있다.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어도 농어촌목회 현장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소소한 삶의 숨김없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기도하는 동지로써 10여 년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는 이 모임을 통해 농어촌 목회자의 자세를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참 좋다. 농어촌 목회 선배로서 그 자리에서 묵묵히 버티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또한 그동안 사역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한 소식들과 어려웠던 일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나누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위로하고 기도하며 감사했다.
영광은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았으며 특히 야월리 갯벌 체험은 갯벌 구경하기 힘든 제주와 경북과 양산에서 오신 분들이 무척 좋아했다. 백 가지 문양을 가지고 있다고 백합조개라 부르게 되었다는 백합조개와, 걸어 다니다 밟히면 줍기만 하면 되는 동죽, 소라까지 신나게 잡으며 어린아이들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전남노회 임원님들이 맛있는 간식을 가지고 찾아와 격려하므로 또 한 번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우리나라 교회도 선교 2세기가 되어서 기독교 문화와 역사의 중요성 깨닫는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특별히 최근에는 우리나라 교회들이 기독교 역사 탐방을 많이 한다. 그래서 농어촌 목회자 모임에서도 “순교자의 발자취를 따라”란 주제를 통하여 1차 증도의 문준경 전도사, 2차 손양원 목사 생가와 주기철 목사 기념관에 이어 올해 3차 영광의 염산교회와 야월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죽으면 천국 가요!”하면서 순교했다는 영상과 강의를 통해서 우리의 무력한 신앙을 다시 한 번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교회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순교지에서 한결같은 신앙의 절개로 순교했던 신앙의 선배들의 찬양(울부짖는)소리가 들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