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축시
끝나지 않는 선율
< 이은숙 시인, 예수사랑교회 >
깨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물처럼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약속이었습니다
당신의 금기가 되기 전
당신만을 위한 용기(用器)였습니다
마른 뼈 같은 허무 창백하게 고여 있던 날들
단 한 번의 사건
건초 같은 표정을 한 여인이,
허공을 응시하고 거센 바람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휘장이 찢어지고 빈 무덤의 기적,
슬픔으로 고여 있던 무덤가 지워졌던 존재가 되살아납니다
이 나간 균열의 금기 위해
순결한 생명을 쏟아 놓은 빛,
단 한 번, 오늘을 새롭게 빚어냅니다
끊어지지 않는 멜리스마* 선율
새로 피어오르는 구름처럼
우리를 영원에 덧대 줍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박동의 노래로,
영원히 걸머지고 갈 죄악과
교만의 뿌리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영원 전부터 당신이 만유이신 까닭에
* 멜리스마 : 모음의 한 음절 위에 여러 음이 긴 선율로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길게 연결되는 성가창법
– 이은숙 시인 _ 2017년 <시와 산문>으로 등단. 2006-2012년 본지 객원 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