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신앙>
생애 처음 성경 읽기
< 허 순 목사, 예수우리교회 >
내 신앙과 삶을 성경 위에 세워 준 한 사람의 애정 어린 조언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7년 무더운 여름. 나는 학교가 아닌 순천에 있는 결핵요양소에 있었다. 폐결핵 때문에 학교를 휴학하고 요양 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곳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요양소는 남자 병동과 여자 병동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예배는 식당에서 드렸다.
어느 날. 예배를 마치고 식당에서 내려오는데 누군가 내 곁을 지나가면서 쪽지를 슬며시 건네주었다. 내게 쪽지를 건네 준 사람은 요양소에 입소한 후에 알게 된 누나였다. 누나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친근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나를 평소에 친동생처럼 여기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힘을 실어주곤 했다.
누나가 내게 건네준 쪽지를 들고 병실에 돌아온 후에 살며시 펼쳐 보았다. 쪽지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한 마디 글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순아! 나는 지금 성경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너는 성경을 어디쯤 읽고 있니?”
내게는 짧지만 강력한 글이었다. 마치 내 마음 한 구석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것 같았다.
결핵 요양소에 입소한 후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를 다녔지만 아침 7시에 시작하는 기도회와 예배에만 열심히 참석하였을 뿐 따로 성경을 읽지는 않았다. 성경의 순서도 잘 알지 못해서 예배 시간에 성경을 찾으려면 옆 사람이 찾는 것을 보고 곁눈질해가며 찾을 때였다. 성경을 읽지 않는다고 간섭하거나 야단을 치는 사람도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누나가 내게 준 쪽지를 읽는 순간, 예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성경을 읽지 않고 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성경을 읽자고 결심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성경에 대한 기대를 안고 마태복음 1장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것은 사람의 이름들이었다. 성경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이름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마음에 품고 성경을 읽어 나갔다.
그러나 성경을 읽을수록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성경 읽기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누나가 준 쪽지 글이 마음 한 구석에 깊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성경을 읽을 때, 누나가 내게 전해 준 그 짧은 쪽지가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지금 뒤돌아보면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한 내게 좋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는 것에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 중 한 사람이었던 누나가 내게 성경을 어디쯤 읽고 있느냐고 쪽지 글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성경읽기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나의 관심과 애정 어린 조언 덕분에 초보신자인 나는 처음으로 성경 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껏 내 신앙과 삶을 성경 위에 세워 준 계기였다.
한 사람의 따뜻한 조언이 다른 한 사람의 신앙을 바르게 세우는 역할을 한다. 교회 안에서건 밖에서건 서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누군가의 믿음을 바른 길로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