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서
< 천한필 목사, 예다임교회 >
“교회는 복음의 본질 보존하고 계승하는 역사적 책임 감당해야”
채근담에 “미유기불고(未有基不固)하면 이동우견구자(而棟宇堅久者)니라”는 문장이 나온다. 풀이하자면, ‘기초가 단단하지 못하면 동우(棟宇), 즉 그 집이 견고하게 오래 갈 수 없다’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이 말하는 기초는 ‘덕(德)’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궁극적 기초이자 토대는 바로 복음이다.
오늘날에는 흔히 교회를 조금 더 바르게 하고 싶고, 의식있는 목회를 하고자 하는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들 사이에서 개혁주의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개혁주의의 의미는 정의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용어이다. 그럼에도 필자 또한 개혁주의에 대해서 굳이 한 마디 더 언급하자면, 개혁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이다. 받은 것을 계승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전 15:1-3절). 이것을 가리켜 개혁주의 전통(the Reformed tradition)이라고 한다. 곧 칼빈이 정립한 개혁주의 사상을 바르게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이 바로 개혁주의인 것이다.
개혁주의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한 믿음 가운데 전수받은 복음의 정통성을 잘 보존하여 다음 세대를 향해 잘 계승해야 하는 역사적 책임을 간과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역할이며 목사의 사명이라는 사실 앞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곧 우리 시대의 교회와 목사는 개혁주의 전통을 따라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신앙생활은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현 세대에서 우리끼리만 목회 잘하고, 신앙생활 멋지게 하다가 끝나는 것은 개혁주의를 잘 모르는 것이다. 다음 세대를 향해서 계승하는 중요한 숙제가 남겨져 있다. 그래서 66권 성경의 토대 위에서 지금 우리의 교회와 우리의 목회적 상황을 끊임없이 개혁해가야 하는 것이다.
사사기 2장 10절에는 여호수아 이후의 세대가 ‘다음 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였음을 밝혀주고 있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사사기 2장 10절의 상황과 많이 비슷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교회의 중요한 역할은 복음으로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면 그 때부터 교회는 더 이상 교회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회가 복음에서 벗어나 타락할 때 가장 닮아가는 조직이 바로 로마 천주교라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직의 규모나 성장이나 교인의 숫자 증가는 사실상 목회의 주된 관심사일 수가 없다. 같은 믿음을 공유하고 보존하여 계승해가는 것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주제는 없다. 이미 들었고, 알려진 그 복음의 본질을 다시금 상기하고 반복해야 한다. 이로써 목사는 교회가 온전히 개혁될 수 있도록 번거로운 수고와 책임을 직면해야 한다.
교회 사역이 힘든 것은 단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차원이라면 수많은 성도들 또한 목사 그 이상으로 고생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목회의 진짜 수고와 고생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주님의 교회가 다음 세대를 위해 복음의 본질을 잘 보존하고 계승해 갈 수 있도록 역사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을 전제할 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할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 개혁주의 전통에 따라 목회를 하고 교회를 세워나가는 것을 우리의 자랑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