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관리는 사명 감당을 위한 책임입니다”
-경남 하동 참사랑연합의원 최진석 원장
대담 일시: 2025년 5원 19일(월) 오전 9시
대담 장소: 참사랑연합의원 진료실
대담자: 김학인 본지 편집국장, 최진석 한사랑연합의원 원장
합신 목회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진료 기관 중 경남 하동의 참사랑연합의원(원장 최진석)이 있다. 최진석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며 전남노회 진상동부교회(신창옥 목사) 시무장로이기도 하다. 이 병원에 가면 일반 환자들도 많지만 유독 목회자들이 많이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권에서도 많이 찾아오는데, 경남 하동은 거리가 상당한데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진석 원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기능의학의 관점에서 환자를 대한다. 최 원장은 목회자와 선교사들을 진료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최 원장이 이렇게 목회자와 선교사들에게 진심 어린 진료를 하게 된 계기와 기능의학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편집국장 : 원장님께서 오랜 시간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건강관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진료를 해오셨는데, 그 계기가 많은 해외 의료 봉사 경험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해외 의료 봉사 경험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진석 원장 : 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선교사님들을 도우려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해외 선교지 의료 봉사를 했습니다. 선교지에 가서 봤더니 상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열악했습니다. 하루는 제 딸아이가 마을 촌장 딸의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촌장님 집에 들어가 봤는데 밑바닥에 돼지가 살고, 사다리를 타고 약간 높은 1층에 올라가서 봤더니 가운데 칸막이 같은 것이 하나 있고 저쪽에 부엌처럼 화덕이 있는데, 냄비 같은 것 몇 개 외에는 집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아이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어린 딸이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어떤 한 어린이가 날이 저물어도 집으로 가지 않고 진료 천막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일주일간 그 마을에 머물면서 진료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어린이가 아기 동생을 업고 왔는데 뇌수막염 증상이었습니다. 주사를 놓고 약을 주고 내일도 오라고 했는데, 그 아이는 치료를 위해 6시간 정도를 걸어서 그곳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일 진료를 받으려면 왕복 열두 시간을 걸어야 하는 형편이니 진료 천막 옆에다 해먹처럼 걸어놓고 자려고 한 것입니다. 그곳이 오지였으니까 큰 병원에 가서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못 됩니다. 여기서 치료가 안 되면 아마도 죽게 될 상황이어서 치료를 한 것입니다. 제 딸도 그런 상황을 눈으로 본 것입니다. 10년 정도 해외 의료 봉사를 다녔는데, 1년 내내 적금해서 그 비용으로 아내랑 가족이 의료팀에 합류해서 갔습니다. 어느 때는 매우 위험한 지역을 다녔습니다. 필리핀의 한 섬에서는 미국인 선교사가 반군에게 납치를 당했고 미군이 추격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이후로 10년 동안이나 두려워서 의료팀이 그 섬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우리가 그곳에 들어가면서 미리 유서와 함께 혹시 유사시를 대비해서 남은 직원을 다른 곳에 추천하는 서류와 퇴직금까지 준비해 두기도 했습니다.
▲편집국장 : 이렇게 해외 선교지 의료 봉사를 하다가 목회자와 선교사들의 건강 관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최진석 원장 : 선교지에 가서 선교사들을 도와 의료 봉사할 때는 먼저 지역 주민들을 치료하겠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교사들과 그 자녀들을 치료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낮 진료가 끝나고 밤에는 교회 교우들과 선교사 가정들을 진료했습니다. 선교사 자녀를 진료할 때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선교자 자녀들 마음 속에 어려운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발리에 선교사 30가정이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진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보통 선교지 의료 봉사는 2,000~3,000명씩 진료하는데, 선교사 30가정이라면 60여 명만 진료하면 되어서 이번 기회를 휴식 삼아 마음 편하게 다녀오겠다는 생각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초음파 진료를 해보니 첫 번 진료 환자가 갑상샘암이 의심되었습니다. 두 번째 환자는 간암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조직학적으로 확진한 것은 아니지만 종양이 의심되었고 한국에 들어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때도 의사가 된 지 20년 이상이 되었으니 임상경험상 분명해 보였습니다. 세 번째 분은 쇄골에 만져지는 것이 있어서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악성 종양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위암의 전이로 생각되었습니다. 아침 5시부터 저녁 12시까지 60여 명의 선교사들을 상담하고 교육을 병행하면서 계속 진료해야 했습니다. 여기 모인 선교사들 가정은 모두 7년 이상 귀국을 못 한 분들이었습니다. 한국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서 어떤 검사들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암으로 판정되면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생존율을 묻길래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부분 귀국을 안 하신다는 거예요. 귀국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 가도 저렴한 가격에 치료할 마땅한 병원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선교사님들을 저렴하게 수술해 주는 몇몇 병원이 있기는 하지만, 수술과 치료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줄 만한 곳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또 파송 교회나 후원 교회가 거기까지 도울 여력이 안 되니까 대부분 포기해 버리신 것입니다. 선교지에서 그분들을 두고 비행기 타고 오면서 아내와 함께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오면서 전략을 바꿨습니다. 우리가 적금을 깨서 이렇게 선교지 봉사하는 것은 일시적이니까 수술은 전문병원에서 하도록 해주고, 저는 이런 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병원을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진료 스타일을 바꿔서 ‘기능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기능의학’은 환자의 개별적인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생활방식을 고려하여 질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통합적이고 맞춤화된 의료 접근 방식입니다. 질병의 표면적인 증상이 아니라 그 증상을 유발한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환자 중심의 의학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을 치료하면서 소문이 좋게 나니까 여러 교단의 목회자들이 병원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질병의 원인을 못 찾거나 현대의학에서 치료가 되지 않은 질병을 앓는 분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목회자의 소개를 받아 중직자들도 많이 옵니다. 중병이 들어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을 당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진료 외에 부활 소망이나,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회자가 직접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말씀드립니다.
▲편집국장 : 원장님이 기능의학의 관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시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최진석 원장 : 각 증상과 병명에 맞추어 환자에게 정해진 약을 처방하면 의사로서는 편합니다. 굳이 집에 가서까지 여러 논문을 보면서 연구하고 고민할 필요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약을 먹고서 다른 부작용이나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약을 쓰지 않고 치료할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분들의 검사 기록을 집으로 가지고 가서 많은 의학 자료를 찾아보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이 많이 축적되면서 점차 기능의학 치료를 하게 된 것입니다.
어떤 분이 음식 맛이 예전과 달리 쓰게 느껴진다고 하면 보통 주류의학에서는 혀의 감각을 좀 줄이는 약물을 사용합니다. 물론 그런 약도 써보았는데 별 차도가 없다고 해서 밤새도록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을 뒤졌습니다. 그래서 그 증상의 근본 원인을 찾게 되었고 관련 주사 서너 번으로 치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로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에게까지 도움을 주게 되었습니다. 기능의학 치료가 증상의 근본 원인을 찾는 데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기능의학 학회들이 질병의 근본 원인을 진화론적인 입장을 가지고 접근하는 반면, 저는 하나님의 창조에 근거해서 접근합니다.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증상의 근본 원인을 추적해 가는 일은 사실 고단한 과정입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어떻게 보면 몇천 원짜리 약만 하나 처방받으면 되는데, 원인 검사한다고 수십만 원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국장 : 끝으로 목회자들에게 건강관리 면에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진석 원장 : 목회자 한 분, 선교사 한 분을 진료할 때마다 저는 그 뒤에 한 교회, 나아가 한 민족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목회자 여러분께서는 이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육체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 또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이다. 내가 육체를 소홀히 하여 병들어서 그로 인해 사역이 중단되거나 교회와 성도들에게 부담을 준다면, 그것은 영적 불순종이며 맡겨진 일에 대한 불충일 수 있다.” 건강을 돌보는 일은 단순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한 책임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주신 사명과 사역에 최선을 다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모세가 장인의 조언을 받아들여 업무를 줄인 것처럼 건강을 위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 나의 몸을 돌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세처럼 120세까지 강건하게 사역을 감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