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칼럼] 죽음을 이긴다_이남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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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기신 부활의 신학적(또는 교리적) 의미
죽음을 이긴다

이남규 교수(합신 조직신학)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독특성은 죽음을 이기신 부활이라는 점에 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셨으매 다시 죽지 아니하시고 사망이 다시 그를 주장하지 못할 줄을 앎이로다”(롬 6:9)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전의 다른 부활과 다르다. 나사로의 부활은 죽음에서 걸어 나온 대단한 일이었으나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회복의 부활이었다. 반면 그리스도의 부활은 다시 죽을 몸으로 회복하는 부활이 아니라 다시는 죽지 않을 몸, 곧 영광의 몸의 부활이다. 그가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고전 15:20)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 자(골 1:18)가 되셨으니 바로 죽음을 이긴 부활로서 그렇다.

죽음을 이기신 부활에서 중요한 점은 예수께서 사람으로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이다. 곧 “죽음이 한 사람으로 말미암았으니 죽은 자의 부활도 한 사람으로 말미암는도다”(고전 15:21). 사람이 아닌 다른 피조물이 죽은 후에 다시 산다 하여 우리의 영원한 운명에 연결되지 않으나 주 예수의 부활이 우리의 영생의 근거가 되었으니 그 이유는 그가 사람이셨기 때문이다. 다른 피조물이 아니라 한 사람이 범죄하여 죽음이 들어왔다. 죽음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것(창 1:31)이 아니며 사람이 하나님께 불순종하여 죄의 형벌로서 들어왔다(롬 5:12). 이 죽음에 대한 정복은 다른 피조물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성취된다. 참 하나님이시자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는 인성을 따라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성자께서 인성을 취하사 사람이 되셔서 하신 일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일이었고, ‘그러므로’ 부활하셨다. 죽음을 이기신 부활이 단순히 시간적 순서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비하와 승귀는 ‘그리고’가 아니라 ‘그러므로’로 연결되어야 한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다.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이셨다(빌 2:7-9). 십자가에서 다 이루셨으니, ‘그러므로’ 부활하셨다. 무엇을 다 이루셨는가? 비하 사역의 핵심은 율법의 성취다. 곧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갈 4:4)이라고 하였으니 성육신의 목적은 율법 아래로 나시어서 율법을 성취하는 것이었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 율법의 모든 요구를 만족시키셨다. “율법 아래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갈 4:5).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으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다(갈 3:13).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일이 없으면 우리는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다(고전 15:17). 그리스도의 부활은 과연 그가 죄의 결과로서 비참의 절정인 죽음을 완전히 이기셨음을 증거한다.

그러므로 몸의 부활을 부인하고 영적 부활을 말하는 자들은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말하는 자들이다. 기독교를 단순히 윤리적 종교로 이해하는 자들에게는 영적 부활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들은 사랑의 모범을 보이고 죽어간 한 사람 예수로 만족하며 몸의 부활이 필요없다. 그들은 말하기를, 그리스도는 제자들의 마음에 곧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이들 안에서 영적으로 부활한다고 한다. 이런 이해는 성경의 이해가 아니다. “육의 몸으로 심고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나니 육의 몸이 있은즉 또 영의 몸도 있느니라”(고전 15:44). 여기서 ‘영의 몸’이란 영이 아니라 몸 곧 영광의 몸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영적 부활이나 몸없는 부활을 말하지 않는다. 썩을 것과 썩지 않을 것, 욕된 것과 영광스러운 것, 약한 것과 강한 것에 대한 대조의 연장이다(고전 15:42-43).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영적 부활로 왜곡하는 일은 그리스도께서 성취하신 속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를 부인하는 일이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부인하고 예수 믿는 길은 없다. “어찌하여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이 없다 하느냐”(고전 15:12).

그리스도의 죽음을 이기신 부활은 또한 우리에게 있을 영광스런 부활에 대한 확실한 보증이다. 우리의 부활도 죽음을 이긴 부활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자신의 죄의 제거가 아닌 우리 죄의 제거에 대한 선언이다. 죄의 삯은 사망인데, 그는 저주의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그 형벌을 제거하셨다.
이제 죄책인 사망이 제거되었으므로 우리가 사망에 있을 어떤 근거도 없다. 그는 우리의 머리이시오 우리는 그의 몸이니 우리도 그리스도와 같은 영광에 참여한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그와 함께 살줄을 믿노니”(롬 6:8).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롬 8:11).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부활은 필연적으로 그의 지체인 우리의 부활로 연결되니 우리도 죽지 아니함을 입게 된다. 결국 우리가 죽음을 이김으로써 모든 것이 종결된다. “이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을 때에는 사망을 삼키고 이기리라고 기록된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전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