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임관숙 사모(안양 삼성교회, 본보 명예기자)
“엄마, 그 사람 항생제만 처방했으면 금방 치료될 수 있었는데…… 외국인 노동자라 병원에 가지 못해서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 모른대요.”
의료봉사를 다녀온 딸아이의 표정이 근심스러웠다.
“어렵지만 되도록 시간 내서 도와야겠어요.”
“그래, 선한 결심을 했구나.”
철부지가 언제 저렇게 훌쩍 자랐을까?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살아야하는 의대생의 짧은 휴식을 낯선 이웃에게 내주려는 딸아이가 대견하기만 했다.
되돌아보니 감사하고 놀라운 일들이 가득했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른다.
14년 전 1월, 경황없이 시작한 교회개척은 그해 겨울처럼 혹독하였다. 남편과 나, 어린 두 딸이 개척멤버의 전부였다. 낡은 상가에서 사택도 없이 강단 뒤에 커튼을 치고 살림을 했다. 아이들은 상가화장실에서 후다닥 씻어야 했고, 예배당에 널어놓은 빨래는 3일이 지나도 마르기는커녕 꽁꽁 얼기만 했다. 밥을 해먹으면 따뜻한 수증기가 차가운 벽에 붙어 겨울 내내 새까만 곰팡이로 사면이 가득하고 난민도 이런 난민이 없었다.
남편은 가난한 현실에도 목회를 하게 되어 기뻤을지 몰라도, 나는 어린 자식들과 살아갈 염려에 눈물로 기도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며 버텼던 시간들은 지금 우리에게 기쁨이 돼서 돌아오고 있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1,6)’
불신 가정에서 자란 남편과 나는 양가를 대부분 복음화하는 통로가 되고 있고, 생계에 급급해 사교육은 엄두도 못 냈던 자녀들에게 주님은 놀라운 이적을 베풀어 주고 계신다. 무엇보다 작지만 따뜻하고 생명력 있는 교회에서 성도들을 목양하게 해주시는 기쁨은 크고 과분하다.
2022년에도 근심해야 할 일, 울어야 할 일, 참고 견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 일들이 추수의 수고가 된다면 기꺼이 감당하리라는 믿음의 고백을 해본다. ‘주님, 저를 자녀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