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시] 동굴에서 부르는 노래_윤여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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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부르는 노래

윤여성 목사(열린문교회, 시인, 본보 논설위원)

 

고요히 홀로 동굴 속에서 노래를 부른다
동굴을 기뻐하며 광야를 피난처 삼고
다윗처럼 눈물을 훔치고서  
그 시간들 속에서
시를 짓고 예언을 하며
나도 동굴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그 웅덩이의 물을 마시고
패인 바위에 박혀 쉬며
나도 동굴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길가의 나무뿌리 파먹고
가시덤불 속 진흙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문드러진 손톱으로 바위를 움킨 채
나는 동굴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그리고 지쳐 떨어진 그곳은
나의 왕궁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