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문학상/장년부 대상] 소설_호수구름 마을 사람들_권중분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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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호수구름 마을 사람들

권중분 (노원성도교회, 권사)

 

호수와 산, 마을

추운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산골짜기의 얼음은, 따사로운 봄기운에 녹아내려서 땅을 적시고 시내로 흘러든다. 기나긴 겨울을 보낸 산과 들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끼는 바위표면이나 나무의 하반신에 초록스카프를 곱게 둘러놓았다. 연초록 새싹들은 미풍에 간들거리고, 여윈 손가락 같던 앙상한 나뭇가지는 푸릇푸릇한 물이 올라 어느새 보드랍고 뽀송뽀송한 새싹을 달고 있다. 산수유, 진달래, 이밥 꽃, 개나리, 할미꽃……. 봄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서 산과 마을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은이가 살고 있는 산골 마을에 봄이 무르익었다. 화려한 꽃빛과 근사한 초록빛이 산과 언덕과 마을을 아름답게 뒤덮기 시작했다. 마을 앞에는 큰 호수가 펼쳐져 있고 뒤쪽은 산이 겹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마을의 서쪽엔 호수와 맞닿은 언덕 위로 밤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밤나무골이 있다. 호수 둘레를 따라 좁은 흙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흙이 질퍽한 곳에는 소달구지가 지나간 흔적과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여기저기에 새겨져 있고 가끔 소들이 갈긴 소똥이 길바닥에 붙어있다.

호수는 맑고 잔잔하다. 가운데로 갈수록 수면이 깊고 잉어, 붕어, 장어, 메기 등의 물고기가 노닌다. 수면이 얕은 호수의 가장자리에는 큰 골뱅이와 새우, 물방개와 많은 종류의 수중 생물이 어우러져 산다. 호수의 둘레에는 물풀이 번식하고 있다. 물이 빠져 나간 호수의 변두리에는 올미(올갱이) 밭이 있다. 올미들의 연초록빛 윤기 나는 싱싱한 대궁들은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반짝거린다. 올미 밭에서 뭍으로 나가는 곳에서는 물망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물망초들의 서식지 위에는 잡초들이 듬성한 농로가 있고 농로 너머로는 계단식 논이 위쪽으로 쭉 펼쳐져 있다.

냇물이 호수를 만나는 지점의 옆에 미루나무들이 무성한 풀밭이 있다. 이 풀밭은 비가 많이 내릴 때는 간헐 호수가 된다. 그 옆으로 농로가 있고 언덕 위에 하얀 예배당이 있다. 뾰족한 첨탑 위의 십자가는 볕을 받아 밝게 반짝이고, 예배당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는 부활절 아침의 종소리처럼 맑고 명랑하다. 마당 입구에는 패랭이와 채송화가 있고 백합의 줄기가 올라오고 있다. 꽃밭에는 키 큰 국화와 샐비어가 테두리를 따라 심겨져 있다. 테두리 안에는 나리, 작약, 모란이 자란다. 종탑 아래에는 맨드라미가 자라고 채송화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예배당 옆엔 새로운 볏짚으로 지붕을 인 초가가 몇 채 있다. 첫 번째 집은 은이라는 개구쟁이 소녀와 가족들이 산다. 흙벽돌과 나무로 세운 초가로 방이 두 개에 부엌이 달려 있다. 부엌에서 뒤란으로 연결하는 쪽문을 열고 나가면 펌프가 있는 우물터가 있는데 물받이 통과 씻는 장소를 시멘트로 발라서 만들어 놓았다. 뒤란의 흙벽에 매단 시렁에는 괭이, 호미, 톱, 삽 등을 올려놓았다. 뒤란의 대부분은 텃밭이다. 자두나무와 감나무, 고욤나무, 배나무가 밭의 테두리를 따라 서있고 밭에는 토란, 오이, 나물들이 자란다. 집의 오른쪽에는 자질구레한 농기구들을 보관하는 창고가 있고 창고 옆에는 파, 부추, 나물들을 기르는 작은 텃밭이 있다. 아래채에는 작은 방과 외양간이 있고 외양간 옆으로 가면서 뒤주, 디딜방아가 있다. 디딜방아 주변에는 참새들이 찾아와 수다를 떨고 있다. 집으로 올라오는 조금 떨어진 언덕길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다. 마당의 끄트머리에는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가 있고 아담한 양의 우리가 있다. 양의 우리는 산에서 베어온 나무들로 기둥과 지붕의 뼈를 만들고 흙을 바른 뒤 볏짚으로 덮어 마무리했다.

은이네 집으로 오르는 언덕 길 아래에는 농사용으로 쓰는 거름더미가 쌓여 있다. 거름더미 옆에는 털빛이 누렇고 뿔이 바깥으로 동그랗게 말린 어미 소가 누워서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어미 소는 모처럼 한가하고 나른한 봄날을 보내며 하품을 거푸해댄다. 지난겨울에 송아지를 낳은 어미 소에게는 당분간 농사일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고 처음 봄을 맞은 어린 송아지는 거름더미 옆에 쌓아둔 부드러운 흙더미에 헤딩도 해보고 다리를 걸쳐 올려 발자국을 찍기도 한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털을 어루만지자 송아지는 기분이 좋은지 껑충껑충 뛰며 재롱을 떤다. 어미 소는 졸던 눈을 껌벅이며 콧바람을 힝힝 불면서 어린 자식의 재롱을 기뻐한다.

이 마을의 이름은 ‘호수구름’ 이고, 농가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고 읍 소재지는 10리 밖에 있다. 학교도 버스도 가게도 읍내에 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밤이면 집집마다 호롱불을 밝힌다. 농사를 지어서 대부분을 자급자족하면서 소박하고 자연스런 삶을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산이나 호수, 들판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짐승이나 새들에 대한 일들이 주요관심사가 된다. 가끔 어느 집에서 송아지가 태어나거나, 어미닭이 품었던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일이라도 생기면, 막 태어난 동물의 신비스럽고 귀여운 몸짓과 성장이 한동안은 특별한 구경거리와 얘깃거리가 된다. 마을에 결혼식이 있는 날이면 온 동네가 축하하며 국수를 나눠 먹는다든지 좋은 일이나 궂은 일에 이웃의 안부를 묻고 기뻐하고 위로하는 마을이다.

은이와 자야

은이네 집도 호수구름 마을 대부분의 집들처럼 적은 농토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농가다. 농한기에는 호수에서 고기를 잡아 팔아서 생활에 보태기도 한다. 은이네 집은 전망이 좋다. 집 옆에는 하얀 벽에 청록색 기와를 이고 뾰족 첨탑이 있는 예쁜 예배당이 있다. 집 앞으로는 마을과 읍내의 장으로 가는 길과 산과 호수의 풍경이 아름답고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집의 뒤쪽에는 다락 밭과 산과 숲이 있다.

은이의 집 옆에는 친구인 자야네 집이 있다. 은이는 9살, 자야는 8살인 소녀들이고 친한 친구사이다. 자야네 집은 초가집으로 방이 두 개에 부엌과 조그마한 창고가 있다. 집 아래 멀리 떨어진 곳에 달팽이 화장실이 있다. 넓은 밭이 주변을 두르고 있고 집 뒤쪽에는 다락밭들이 있고 그 위로는 산이 있다. 집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전에 담배농사를 짓느라고 지어놓은 건조실이 쓸쓸하게 서 있다. 자야네 부모님이 담배농사를 그만 두고 돈벌이를 하러 외지로 떠난 이후로 건조실은 비어 있고 아궁이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다.

자야는 예쁘고 똑똑하고 민첩한 아이이다. 부모님은 강원도에 있는 탄광으로 갔다. 자야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오빠와 동생들만 데리고 떠났다. 자야는 할머니를 잘 도왔다. 할머니가 아들 내외에게 강원도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자야는 두고 가라고 부탁해서 할머니와 있게 된 것이다. 잘 놀다가도 가끔 부모님이 보고 싶다면서 울먹거렸다. 은이는 친구를 달래 주고 싶어서 찔레의 순을 꺾어주거나 나무딸기, 오디나 주변에 있는 먹을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친구의 선물을 받은 자야는 금세 얼굴이 밝아지며 좋아했다.

은이는 부모님과 오빠들과 함께 살고 있다. 언니는 돈벌이를 하러 서울에 가 있어서 명절이 되어야 만날 수 있다. 은이는 눈이 동그란 귀엽고 명랑한 아이인데 호기심이 지나치게 많아서 장난기가 심하고 가끔은 예민하다. 감나무 꽃이 만발하던 작년 봄날에 감나무를 지키고 서서 친구인 자야가 감꽃을 줍지 못하게 했던 일이 있다. 은이와 자야는 그 전날 호숫가 풀밭에서 사금파리를 가지고 놀다가 다투게 되었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은이가 좋은 사금파리를 가지게 되자 자야가 약이 올라서 은이를 꼬집고 달아났다.

자야는 은이를 때리거나 꼬집은 다음에는 자기 할머니에게로 줄행랑을 쳤다. 할머니는 자야에게 야단을 치고 난 후에 은이에게도 말했다. “은아 니도 장난기가 너무 심하대이.” “우리 자야가 성질을 부려도 착실한 거는 니도 알잖나, 친구들이 싸우면 되겠나? 어이? 사이좋게 놀아야 된대이.” 자야네 할머니는 훈계를 하고 먹을 것을 가져와 두 아이를 화해시키곤 했다. 사금파리 사건은 자야가 은이에게 꼬집은 것을 사과하고 삶은 감자 한 개를 주고 난 뒤에 화해가 되었고, 아이들은 감나무 밑에서 떫은 감꽃을 마음껏 주워 먹고 꽃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녔다.

은이와 자야는 장난이 심했다. 마을사람들이 이 개구쟁이들에 대해서 하는 말들이 무척 많았다. 때로는 이 아이들이 하지 않은 것인데도 오해를 했다. 은이의 엄마는 “은아 장난 그만하고 집 주변에서만 댕기라, 칭찬받는 사람이 돼야 된대이.”라고 당부했다. 은이는 “그럼 나는 마당에서 달구새끼들하고 뛰어 댕기고 디딜방아에 오는 참새들하고 말하고 맨날 양하고 소나 먹이면서 놀아야 되나?”라며 운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착한 마음을 만들어 주는 성경을 보라고 타이른다. 은이는 엄마의 교훈을 실천해 보려고 방으로 들어가서 성경을 펼쳐본다. 마음을 모아 창세기를 읽는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하나님께서 우주와 세상을 창조하셨다꼬, 하나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시고, 나를 만드셨지, 우와! 빛과 어두움, 낮과 밤, 궁창, 하늘, 물, 땅과 바다, 풀과 채소와 과일 나무…’ 은이는 1장을 읽으며 창조의 어마어마한 장면을 상상하다가 잠이 들곤 했다.

봄 향기가 자욱한 날, 은이는 자야와 동네 친구들과 함께 호숫가를 한참을 걸어서 매봉산을 올라갔었다. 아이들은 온갖 꽃들과 연초록빛으로 뒤덮인 황홀한 산골짜기를 지나 산비탈을 기어올라 진달래 군락에 다다랐다. 아이들은 분홍빛 진달래 꽃잎을 따서 자꾸 먹었다. 시큼하고 달콤한 묘한 맛과 은은한 향이 온몸에 퍼지고 취기가 느껴졌다. 꽃잎에 둘러싸인 아이들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은이와 자야는 식구들에게 주려고 꽃잎을 바지의 주머니에 따 넣고 있었다. “야들아 우리 할매가 진달래 꽃을 너무 마이 먹지 마라 카시더라. 취한다꼬.” 자야가 말했다.

그 때였다. 앞이마가 짱구인 환이가 두려움이 찬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야들아! 참꽃나무가 많은 곳에는 문디(문둥이)가 숨었다가 아-들(아이들)을 잡아서 간을 빼……,먹는다 카더라, 엄마야 무서버라!”라는 말을 하고는 산 아래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순진한 아이들은 덩달아서 “엄마야! 어짜노 클났대이.”, “그게 진짜라.”, “야들아 빨리 도망치자.”라는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마을을 향해 곤두박질했다. 마을로 내려온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에 진달래꽃이 만발한 산을 바라보았다. 산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없고 그저 평온하고 아름다움만 가득했다.

얌전이와 바우

은이네 집에는 털이 하얀 양이 두 마리 있다. 이 양들은 작년 가을에 안동에 있는 선교부에 근무하는 선교사와 은이네 마을에 사시던 영이 아저씨가 데리고 왔다. 선교사는 금발에 키가 컸고 미국 보스턴 출신이라고 했는데 한국어도 잘했다. 미션 고등학교를 졸업한 영이 아저씨는 안동의 선교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선교사가 사투리를 못 알아들을 때는 영이 아저씨가 영어로 설명을 했다. 은이 아버지가 심한 빈혈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가끔 쓰러지곤 하자 영이 아저씨가 선교부에 부탁하여 농가에 분양하는 젖양을 데리고 온 것이다.

선교부에서 분양해 준 양은 암컷은 얌전이, 수컷은 바위라고 불렀는데 바위는 얌전이가 새끼를 몇 마리 낳을 때까지 임시로 데리고 있는 것이다. 조신한 걸음걸이가 새색시 같은 얌전이와 아름다운 뿔을 가진 바위는 사이좋게 잘 지냈다. 얌전이에게서는 젖이 나온다. 은이네 집에서는 선교사가 가르쳐 준대로 양젖을 짜서 끓여 마시거나 지붕위에 올려서 햇빛에 말려서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 얌전이가 낳은 첫 새끼는 선교부에서 데리고 가기로 했고, 두 번째 이후의 새끼 양들은 은이네 이웃에게 분양하거나 집에서 기를 것이다.

양들이 집으로 오고 나서 맞이한 봄날, 은이는 호수 근처의 미루나무 풀밭에서 양들에게 풀을 먹이고 있었다. 은이는 태양이 빛나고 솜털 구름이 흐르는 하늘을 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 장난기와 호기심이 가득한 마을 아이들이 은이가 있는 풀밭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아이들은 양들을 건드리고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메에 메롱”한다. 그리고 손장단에 혀를 날름거리며 양들의 주변을 뛰어다녔다. 은이는 “야들아 그카지마래이, 양들이 다 알아 듣는대이, 고마해라!”하고 나대는 아이들을 말리고 양들을 쓰다듬어 주었다. 짓궂은 소란도 아랑곳 않고 양들은 “사박사박……,”하는 소리를 내며 부지런히 풀을 뜯어 먹었다.

양젖 배달

양들이 온 지 한 달 쯤 되었을 때, 함박산 외딴 집에 사는 장 아저씨에게 양젖을 배달하기로 했다. 함박산은 은이네 마을 동쪽에 있는 높은 산이고, 산등성이에 있는 아저씨의 집까지는 걸어서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양젖을 가져가는 심부름은 오빠들과 은이가 함께 하기로 했다. 하지만 농번기에는 오빠들이 농사일을 도와야하므로 양젖을 들고 산등성이를 오르는 일은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오빠와 은이가 맡았다. 작은 오빠가 밭일을 할 때는 친구인 자야에게 같이 가자고 부탁했다. 자야도 은이와 같이 가는 것을 기뻐했다. 은이는 함께 가는 친구가 고마워서 작년에 오빠가 알려준 맛있고 달콤한 뽀삐가 자라는 비밀 풀밭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했다.

산과 들판이 꽃빛, 초록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봄날, 양젖이 가득히 담긴 통을 작은 손으로 안다가 들다가를 반복하며 은이와 자야는 함박산을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은이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동물들이나 식물들에게 정신을 팔지 말고 해가 호수의 오른쪽에 이를 때까지는 꼭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아이들은 종종걸음으로 마을을 가로지르고 들길을 지나, 실개천이 졸졸 흐르는 계곡입구에 들어섰다. 그 사이에 아버지의 당부를 잊어버린 은이는 자야와 걸음을 멈추고 길 섶에 피어난 어여쁜 야생화들을 쓰다듬고 있었다. 참꽃을 만지작거린다. “이 참꽃 빛깔이 이쁘대이, 참 곱대이 히야!”, “진짜 그렇대이 하하” 은이와 자야는 참꽃을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며 깔깔 웃는다. 계곡으로 들어가다가 개나리와 민들레와 풀잎들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즐거워했다.

계곡 깊숙이 걸어가는데 조그마한 다람쥐가 오솔길로 쪼르르 내려왔다. “은아! 저 다람쥐 좀 봐래이!” 자야가 다람쥐가 있는 곳을 가리킨다. “우와! 우리가 뒷산 밤나무에서 봤던 것보다 더 쪼맨하대이, 귀여버라” 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람쥐에게로 살금살금 다가가자 다람쥐는 눈을 깜박거리다가 길 아래의 계곡을 향해 재빠르게 내려간다. 다람쥐가 내려간 냇가에는 갯버들이 버들강아지를 잔뜩 달고 줄지어 섰다. 아이들은 버들강아지를 따서 먹고 버들피리도 하나씩 만들어서 불었다. “자야 버들강아지 먹으이께네 봄냄새가 난대이. 버들피리 불어보까, 필릴리 필릴리~~ 하하 피리 소리 멋지다.” “이 계곡에 오면 봄소리가 들린대이.” 은이가 말한다. “필릴리~~ 버들피리 소리 참 좋대이. 여기는 봄이 가득한 멋진 곳이대이.” 자야가 말했다.

산모퉁이를 몇 번 돌자 외딴집으로 가는 가파른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다.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시내가 흐르고 있고 큰 돌들로 돌다리를 놓아두었다. 돌다리를 건넌 아이들은 시냇물에 손을 씻고 일어나서 종알거리며 산길을 오른다.

함박산 서쪽의 산기슭에서 산허리까지는 작년 설 무렵에 불이 났기 때문에 검게 그을린 흔적들이 거뭇거뭇하게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불난 자리에다 마을 사람들이 어린 묘목을 심어놓아서 아직은 배리배리한 모양새로 자라고 있다. 산불에도 살아남은 큰 나무들은 띄엄띄엄 외롭게 서 있었다. 그런데 검게 탄 바닥을 보니 어린 갈참나무들이 여기저기에서 줄기를 올리고 있었다. “은아! 여기는 갈참나무 숲이 되겠대이, 저거 봐라 갈참나무 대궁이 쑥쑥 올라 온대이.”자야가 말했다. “맞네, 희한하대이, 싹이 땅바닥에서 마구 나오네, 갈참나무도 어린 시절은 억시 귀엽대이. 그지?” 산의 바닥을 살펴보며 은이가 말했다.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동글동글하고 자잘한 흙 알갱이들이 아이들의 고무신 바닥에 닿아 미끄럽다. 은이는 자야에게 발의 중심을 잘 잡고 조심해서 걸으라는 말을 하고, 양젖 통을 품에 꼭 껴안고 노인네 같은 꾸부정한 걸음새로 올라간다. 자야는 은이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꾸부정꾸부정 뒤따른다. 오르막길에서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번씩 넘어지고 무릎에서 피가 나왔다. 양젖은 은이의 손에 꼭 쥐어져 있어서 쏟아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길 섶에서 풀잎을 뜯어 비벼서 부드럽게 만들어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서로의 무릎에 “호” 입김을 불어주고는 다시 산을 오른다.

바위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는데 토끼가 바위굴에서 나와서 숲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토끼가 사라진 숲을 바라보다가 바위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자야, 저기 바위에 가서 물 좀 마실까?” 은이가 묻는다. “나도 목이 마르대이.” 아이들은 그곳으로 갔다. 참깨나무 잎을 따서 물을 받아마셨다. “우와 물이 억수로 맛있네.” 아이들은 동시에 감탄의 말을 한다.

바위 아래에는 물웅덩이가 있었고 산짐승들이 목을 축이고 가는 모양이었다. 크고 작은 동물들의 발자국이 여기저기에 찍혀 있었다. “은아! 여기 호랭이는 없겠지?” 자야가 걱정되는 얼굴로 말한다. “호랭이가 있어도 이런 어중간한 산에는 없단다, 아부지가 그카시던데 밝은 낮에는 짐승들이 사람을 겁낸다캤다. 아부지가 산에 갈 때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새총을 꼭 가지고 댕기라 카셨다.”, “새총으로 꿩도 잡고 늑대도 물리친대이, 함박산에 늑대나 산돼지가 있다카던데 산짐승들 나타나면 때려잡게 나무 막대기도 하나씩 들고 댕기자, 이제 장 아재 댁에 가재이.” 은이가 주머니에 든 새총을 꺼내며 말했다. 두 아이는 근처에서 큼직한 나무 막대기를 하나씩 주워들고 속도를 내어 씩씩하게 올라간다.

은이와 자야는 오르막길을 한참 걷다가 산 중턱에 앉아서 아래쪽의 경치를 내려다보았다. 다락 밭과 논, 마을과 호수가 높고 낮은 산들에 겹겹이 싸인 아름다운 풍경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자야! 저기 좀 봐래이” 은이는 멀리 호수의 서편에 있는 아스라이 보이는 밤나무골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우리 호수에 물이 마르면 가든지 겨울에 얼음이 얼면 저기 밤나무골에 가보재이.” 밤나무골과 마을 사이에는 호수가 있어서, 호수의 물이 농수로 빠져나가서 풀밭이 되는 여름에 가거나 겨울철이 되어 얼음다리가 놓이면 갈 수가 있었다. “밤나무골에 가자꼬? 진짜로? 좋대이! 알밤도 있을까?” 자야가 말한다.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거듭 약속한다.

종달새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바람에 문득 호수의 가운데 하늘을 지나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자야 클 났대이, 어예노 어이?”, 은이가 하늘을 보며 말한다. “아부지가 해가 호수 오른쪽에 이를 때까지 집으로 돌아오라 카셨는데 하마 해가 호수 중간을 지난대이.” 은이가 양젖 통을 안고 막대기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하이고, 하마 시간이 그래됐나?” 자야도 막대기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은이와 자야는 허둥대며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장 아저씨

산허리를 통과하자 흙길이 끝나고 소나무 숲이 나타나고 솔 갈비가 푹신하게 밟히는 길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가파른 산을 한참 기어오르다 크고 평평한 바위가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바위의 오른쪽으로 다가가자 산등성이와 바로 면한 골짜기에 작고 초라한 초가 한 채가 외로이 있다. 집 뒤에는 키 큰 참나무들이 몇 그루 서있고, 주변으로 소나무와 싸리나무, 깨금나무 들이 모여 있었다. 집 가까운 골짜기에 수령이 오래되어 보이는 산 대추와 산 복숭아가 새끼 나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골짜기 쪽으로 다가가자 산새들이 덩굴 속에서 나와서 키 큰 나뭇가지 위로 날아올라 지절거린다.

아이들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기뻐했다. 장 아저씨가 사는 초가의 분위기는 황폐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지붕 위의 짚은 이은지가 너무 오래되어 진회색으로 변했고 군데군데가 움푹 꺼져서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처마 밑에는 지붕에서 떨어져 나온 지푸라기들과 낙엽이 서로 엉키어 있었다. 마당 곳곳에 잡초가 마구 자라고 있어서 어디에선가 뱀이라도 불쑥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장 아저씨의 초가는 부엌이 따로 없이 작은 방 하나만 있었고, 방 앞에는 흙으로 대충 쌓은 봉당이 있고 봉당에는 검정 고무신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봉당 옆에는 호미, 삽, 괭이 들을 모아 놓았다. 흙벽에 친 나무못들에는 마른 옥수수 한 다발과 산나물을 말린 것으로 보이는 봉지가 걸려 있었다. 마당 한 편에는 흙화덕이 있는데 풍상에 시달려 으스러지고 있었다. 화덕위에는 찌그러진 양은솥이 걸려있고 솥 위에는 곰팡이가 핀 박 바가지를 덮어 놓았다. 그게 장 아저씨의 부엌 살림살이의 전부였다.

아저씨의 집 둘레를 따라 싸리나무가 촘촘히 자라고 있었다. 오래전에 산짐승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싸리나무들을 옮겨 심어 생 울타리를 만든 것이다. 싸리나무는 크기와 덩치가 들쑥날쑥한 모습으로 간신히 집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나무로 엮어서 만든 사립문이 싸리나무에 매달려 있었는데, 사립문은 나무대가 여러 개 빠지고 반쯤 이지러진 형태로 싸리나무 쪽으로 나자빠져 있었다.

은이와 자야는 막대기를 싸리나무 울타리 밖에 세워두고 검불을 지나면서 발 디딜 틈을 만들며 조심조심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은 흙화덕 근처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른 계시니껴?” 은이는 집 주인인 장 아저씨를 불러본다. “……,” 대답이 없다. “주인어른 계시니껴?” 자야가 말했다. “……,” 아무런 대답이 없자 두 아이는 목청을 돋우며 한꺼번에 불러본다. “어른 계시니껴?” 그때였다, 방안에서 이불자락을 밀치는 것 같은 소리와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자야! 방에서 뭔 소리가 난대이!” 은이가 귀를 쫑긋 세우며 소근 거렸다. “나도 들었대이.” 자야가 방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윽고 창호지가 반쯤 떨어진 문살문이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리고 장 아저씨가 이불을 한쪽으로 밀치며 고통이 짙은 얼굴로 아주 잠깐 동안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시선을 옮겨 흙벽을 바라본다. 그것은 병의 흔적이 역력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지 않으려는 배려이자 자신만의 은신법이었다. 그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누구인껴? 어예 왔니껴?”라고 물었다. “아부지께서 양젖 갖다 드리라 캐서요.” “고맙니더 화덕 앞에 좀 놔 주시이소.” 장 아저씨가 말했다. “예!……, 어른요.” 양젖을 화덕 앞에 올려놓고 “어른요 잘 계시이소, 다음에 또 오겠니더……,” 아이들이 인사를 하자 장 아저씨는 “고맙니더, 덕분에 잘 먹을씨더, 그라믄 산길 잘 살펴가시이소.” 하고 인사를 한다. 마당을 나오자 “은아! 저 아재 니 얼굴을 모르나? 왜 우리 같은 쪼맨한 애들한테 말을 높이시노 어이?” 하고 자야가 묻는다. “글쎄……, 병이 중하니까 사람을 잘못 알아보는 모양이래, 어떤 어른들은 어린 애들한테도 말을 점잖게 하시더라.” 아이들은 울타리 밖에 두었던 막대기를 들고 산등성이에 올라가서 장 아저씨의 집을 바라보았다. 오후의 햇빛이 쏟아지고 있는 장 아저씨의 옹색한 초가와 마당은 다시 적막 속에 잠기고 있었다.

장 아저씨는 무척 괴로운 병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한센병을 앓고 있었다. 거기다가 가족과의 교류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언제나 혼자 외롭게 지내는지라, 어쩌면 가족이 없을 지도 모른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거기다가 한동안 좋지 않은 소문이 미친바람처럼 마을을 떠돌았다. 그가 문둥병을 고치기 위해서 사람의 간을 빼먹는다는 것이었다. 은이는 소문에 대해 걱정하다가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한센 병자들이나 장 아저씨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며 아저씨의 생활과 병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허무맹랑한 소문은 곧 잠잠해졌고 마을 사람들의 간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장 아저씨는 병든 몸으로 함박산에서 조그만 밭뙈기를 일구어 먹을 것을 마련하고, 산에서 약초와 산나물을 채취하고 산토끼나 노루를 잡아서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병으로 쇠약해지고 있어서 방안에서 누워 지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산을 내려가는데 은이도 자야도 마음이 아프다. 은이가 “장 아재 얼굴이 많이 아픈 것 같지?”라고 한다. “저 아재 아프고 외로우실 텐데, 우리 교회 나오시믄 좋겠대이.”라고 자야가 말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은이를 본다. “우리 교회에 오시믄 정말 좋겠대이. 예수님은 한센병 환자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고쳐주셨는데.”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며 은이가 대답했다.

장 아저씨는 얼굴과 손이 특이한 형태로 기묘하게 이지러지고 있었다. 어색하고 슬프고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은이는 장 아저씨의 불우함과 가난과 외로운 처지 때문에 심부름 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아픔을 느꼈다. 장 아저씨는 함박산이 초록빛으로 뒤덮이고, 온갖 꽃이 피고 지는 아름답고 따스한 봄날을, 누추한 방안에 머무르며 세상을 멀리하고 쓸쓸하고 외롭게, 은둔의 삶을 살고 있던 참으로 가여운 사람이었다.

성금요일

연초록빛이 산골마을을 두르고 있는 부활절을 앞둔 성금요일의 오후가 되었다. 태양은 대지 위로 눈부신 빛을 뿌리고 있었고, 산과 골짜기와 숲과 호수, 하늘, 논과 밭 모든 곳에는 훈훈한 바람이 불어들어 초목들의 성장을 부추기고 있었다. 은이는 호수 근처의 미루나무 풀밭에서 양들을 돌보고 있었다. 주일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불렀다.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 나는 주님의 귀한 어린양……,” 풀을 뜯어 먹던 양들이 노래하는 은이를 바라보았다. 그때 산비탈의 밭에서 일하던 은이 아버지가 호숫가로 내려와서 “은아! 얌전이 데리고 집으로 온나!” 했다. “아부지요, 얌전이 아직 풀 더 먹을라카니더……,” 작고 귀여운 손으로 털이 까칠까칠한 양의 등을 쓰다듬으며 은이가 명랑하게 대답한다. “은아 얼러 온나! 오늘 양젖 짜가지고 함박산에 가야 된대이.” “함박산에요? 지금 얌전이 데리고 가께요.” 은이는 수양 바우의 목에 매달린 줄을 말목에다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얌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기위해 목에 달린 줄을 잡아당겼다. 아직 배가 부르지 않은 얌전이는 주둥이를 풀밭에 박으며 풀을 먹으려고 고집을 부리더니 포기한 듯 어린주인을 따른다.

양 우리 앞에서 은이 아버지는 버둥거리는 얌전이를 달래며 젖을 짰다. 오늘은 아버지가 장 아저씨 집에 가서 이야기도 하고 전해 줄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예배당에 갈 때 입는 진청색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커다란 자루를 어깨에 메고 따뜻한 양젖이 담긴 통을 손에 들고 마을과 호숫가 길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함박산으로 올라갔다.

은이는 냄비바닥에 조금 남아있는 양젖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었다. 풀밭에서 풀을 먹던 바우가 “메에”하고 집 쪽을 바라본다. 은이는 빈 냄비를 내려놓고 다시 미루나무 풀밭으로 얌전이를 데리고 나갔다. 미루나무 군락지와 닿은 제방 너머에는 시냇물과 호수가 만나 출렁이고 있다. 풀 향기가 은은히 풍기는 풀밭에서 혼자 풀을 뜯어 먹던 바우가 은이와 얌전이를 보더니 “메에~메에~“ 하고 반긴다.

초록빛으로 물든 산과 들판을 바라보던 은이는 얌전이와 바우가 먹는 종류의 가느다란 풀잎 하나를 입에 넣어 본다. 시큼털털하고 텁텁한 게 맛이 희한하다. “어유, 맛이 뭐가 이렇노 어이? 쯧!” 하며 은이는 입에 넣은 풀잎을 뱉고 혀를 찬다. 이제는 풀잎 같은 것은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야생에서 나는 뽀삐나 찔레, 냉이, 달래, 고사리, 산도라지, 더덕, 산나물들은 감사하며 먹을 것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태양이 아름다운 빛깔의 노을로 대지와 하늘을 물들이며 밤나무골 너머로 꽁무니를 내뺄 때쯤, 은이는 풀을 많이 먹어서 배가 봉긋해진 양들을 몰고 집으로 갔다.

은이네 가족들은 호롱불을 밝혀 처마에 걸고,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위에 밥상을 펴고 저녁상을 차렸다. 오래된 밥상은 가만 두어도 뒤뚱거려서 가끔 균형을 잡아줘야 했다. 복숭아꽃이 그려진 상 앞에 모여 앉았다. 커다란 양푼에 나물과 된장국과 고추장을 넣어 밥을 비벼서 함께 먹었다. 어느새 동산 위로 달이 얼굴을 내밀고 높은 하늘에 묻혀있던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 아름답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식구들은 평상에 앉았다. 마당 한 쪽에 피워놓은 모깃불은 매캐한 냄새를 피우며 짙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극성을 부리던 모기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달이 동산을 벗어나 별들이 총총한 가운데 하늘에 도착했는데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밤하늘의 푸르스름한 빛이 대지 위로 내려오고, 별들이 제각기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호수의 맑은 물속으로 내려와 앉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하얀 박꽃이 핀 듯 밝고 환했다. <계속>

 

<수상소감>

하나님의 영광과 사랑의 빛을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도 합신 40주년 기념 대회와 합신문학상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키시고 꽃피우시는 하나님! 찬양합니다! 합신인들이 거하는 곳마다 사랑의 샘물이 솟아나고 믿음의 시내가 흘러서, 복음의 꽃들이 피어나고 생명의 열매로 풍성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 말씀대로 바르게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합신이 더욱 아름답고 선한 모습으로 자라고 성숙하기를 기도합니다. 소설 <호수구름 마을 사람들>로 합신문학상을 수상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독교개혁신보사와 심사위원 및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유년시절의 추억에 이야기를 더하며 행간을 채워나가는 것은 행복하고 따뜻한 일이었습니다. 산들에 둘러싸인 호수 마을의 소박한 사람들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는 아름답고 풍성하였습니다! 하나님은 부족함이 없는 선한 길로 자녀들을 인도하십니다.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과 영광을 선포하며, 사랑의 빛을 발하는 자녀로 살기 원합니다. 사랑하는 노원성도교회 식구들, 남편, 자녀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쁨을 함께 합니다. 특별히 부모님과 같은 사랑을 주신 권오윤 목사님과 정기진 사모님, 생명의 말씀과 사랑으로 성도들을 양육하시는 조성웅 담임 목사님과 이영량 사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