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 대나무_김기호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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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대나무는 집을 짓는다
새들에게조차 세놓지 않는
빈집 위의 빈집

무너지지 않는 집 한 채 짓기 위해
한 층 올려 한 해 견뎌보고
또 한 층 올려 한 해 견뎌보고
백년, 이백년 견디는 집을 짓는다

아버지도 아들도 손자도
가업을 이어 집을 짓는 대숲에는
사철 푸른 망치소리 들린다

 

김기호 장로 (포항성안교회)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욕심이 없어 속도 텅 비었다. 빈집만 짓는데 일생을 바친다. 자기관리까지 엄격해 사철 한결같은 푸르름으로 온 몸 단단하게 둘러 나무 꼭대기까지 선명하게 뻗어나간다. 마디마디엔 태풍과 폭설을 견뎌내기 위해 휘어지고 일어서는 눈물겨운 사투가 배어 있다. 한 해 견뎌내고 또다시 한 해를 견뎌내기 위해 집을 올리는 대나무의 집짓기가 믿음의 자세로 비춰졌을 때 나는 느슨한 마음의 허리띠를 다시 동여맸다. 하나님이 자라게 하는 나무 중에 대나무는 건축물의 재목으론 별 볼일 없는 존재이지만 영혼을 세우는 말씀 같은 재목으론 이만한 나무가 또 어디 있으랴. 성령님 의지해 칠전팔기(잠언 24:16)의 믿음이 요구되는 이때에 한번쯤은 대숲을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