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유 합신 신임 총장 인터뷰
개혁신학을 바탕으로 성경(text)과 현장(context)이 균형 잡힌 교육 제공
일시 : 2021년 3월 2일
장소 : 합신 총장실
대담 : 김학유 총장(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박부민 목사(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
박부민 국장(이하 박 국장) : 안녕하십니까? 제11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님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학유 총장(이하 김 총장) : 네 반갑습니다. 귀한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가 중차대한 직임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난 40년 동안 스승과 선배 교수님이 이루어 놓으신 개혁신학의 전통과 가치를 보수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건강하고 영향력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교육과 행정을 계속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간구하면서 저만의 사역이 아니니 만큼 모두가 합력해서 많은 응원과 격려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박 국장 : 우리 시대에 합신의 존재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총장 : 현재 한국 교회는 성경의 권위를 무너뜨린 자유주의 신학은 물론 모든 종교에 구원의 비밀이 존재한다고 믿는 종교 다원주의, 창조론을 교묘히 무너뜨리는 유신 진화론, 여성 안수, 동성애 등 다양한 ‘비기독교적’(un-biblical) 내지 ‘반 기독교적’(anti-biblical)인 신학적 공격에 직면해 있습니다. 합신은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와 무오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학적 공격으로부터 한국 교회를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신은 말씀의 절대적인 권위를 기초로 한 개혁신학의 전통을 보수하고 발전시켜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한국 교계에 퍼져 있는 모든 그릇된 교리들과 신학적 주장들을 학문적으로 바로잡고 지도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아울러 생각할 점은 합신과 합신 교단 안에 갇혀있는 개혁신학이 아니라 한국과 아시아를 섬기는 개혁신학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봅니다. 합신이 견지해 온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한편, 급변하는 시대의 영적 필요들을 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 국장 : 취임사에서 현장 사역 중인 합신 동문들을 대상으로 합신 신학교육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이를 토대로 합신 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재구성하신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의 의미와 구체적 일정이나 방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 총장 : 지난 40년 동안 합신이 개혁신학을 잘 가르치고 보수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문들 가운데 소위 개혁주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목회를 하시는 분들도 존재하고, 반대로 경직된 교조주의적 목회를 하시는 분들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40주년을 맞이한 합신이 이번 기회에 신학교육의 효과와 적실성을 냉철하게 살펴봄으로서 그 동안 실시해 온 신학교육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하여 앞으로 다가 올 40년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사역하고 있는 모든 합신 동문들을 대상으로 과거 본인들이 받았던 합신 신학교육에 대한 솔직하고 냉철한 평가들을 모아 자료화하고 분석하여 필요에 따라 전통적인 과목들을 강화하거나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강화할 부분은 더욱 강화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은 적절히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학교육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신학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research team)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연구위원들은 신학자들 뿐 만 아니라 목회자들을 포함하여 구성할 예정입니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선 연구’(pilot research)를 진행한 뒤 선 연구의 데이터를 토대로 본연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신학자, 교육학자, 목회자, 선교사 등이 연구위원으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연구대상(population)은 합신 출신 모든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될 것이고, 연구방법(research methodology)은 양적연구(quantitative research)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연구방법은 기독교 교육학자들의 조언과 참여로 정해질 것입니다. 전반기에 연구모임을 결성하고 한 학기동안 연구를 진행한 후, 후반기에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교단 창립 40주년에 맞춰 연구결과가 발표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교 교육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실제적인 연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박 국장 : 향후 합신이 어떤 목표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십니까?
김 총장 :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합신의 존재 목적은 개혁신학을 보수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봅니다. 합신이 개혁신학을 보수하고 전수하는 데는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것이 사실입니다.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개혁신학을 발전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21세기에 걸 맞는 개혁신학을 구현해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격변하는 목회현장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분명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건강한 개혁신학을 잘 정립하였다면, 이제부터 합신은 잘 정리된 신학적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회 밖의 사람들을 위한 적극적인 봉사와 희생의 삶을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신학은 교회와 이웃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스콜라적인 신학교육은 신학교육을 게토(ghetto)화 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교리(dogma)는 중요하지만 교조주의(dogmatism)에 함몰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 국장 : 신학은 교회와 현장을 위한 것으로 지나친 사변적 신학교육보다는 성경과 현장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이에 대해 좀더 부연해 주십시오.
김 총장 : 지난 40년 동안 합신에서 제공된 교육이 바른 신학과 바른 교회를 설립하는데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목회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격변하는 목회 환경에 걸 맞는 실천신학 과목들을 보강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text)과 현장(context)이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아가 교회는 물론 교회 밖의 사람들을 섬기는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천적 지식과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가 올 40년을 바라보며 합신은 개혁신학의 보수뿐만 아니라 사회와 이웃을 향한 봉사와 희생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교역자들을 세워나가는 데 힘쓰겠습니다. ‘봉사’(service)와 ‘희생’(sacrifice)과 ‘선교’(mission)를 실천할 수 있는 ‘바른 목회자’를 배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박 국장 : 그런 의미에서 ‘선교적 교회’로서 이웃을 섬기는 교회를 지향하시겠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개혁주의 정체성 위에서 사회적 책임도 잘 감당하는 인격적인 목회자와 선교사로 훈련되는 교육이라면 좋겠습니다.
김 총장 : 네, 합신의 개혁주의적 정체성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래 목회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인간관계 훈련이나 인성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로서의 합신이 성경적인 학문과 경건훈련을 강조해 온 결과 이 두 분야에서의 교육성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평가 할 수 있지만 대인관계 훈련이나 목회자 인성교육은 상대적으로 조금은 부실했던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기독교가 많이 어려움을 당하고 신뢰도의 저하가 나타나는 현황이기에 신학교육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학생들이 목회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성품을 갖추고 어디에서나 이웃을 섬길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선교적 마인드로 학교를 나설 수 있도록 여러모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박 국장 : 최근 신학교들의 공통된 난제이지만 신입생 지원자 확보를 포함하여 여러모로 합신 교단과 신학교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협력관계에 대한 의견이나 당부를 말씀해 주십시오.
김 총장 : 학교로서의 합신 교육의 기반은 합신 교단입니다. 합신의 역사와 합신 교단의 역사는 궤를 같이 해 왔습니다. 더욱 긴밀히 협조해야 합니다. 많은 인재들을 개교회에서 잘 양육시켜서 훌륭한 일꾼이 되도록 합신에 보내 주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도 교단의 도움이 컸지만 장학금을 비롯한 많은 후원과 사랑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울러 주변에 홍보를 통해 미래의 인재들이 합신을 지원하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박 국장 : 특히 코로나19라는 상황이 합신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재정비하고 재구성하는 반성과 준비의 기간이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이와 연관하여 끝으로 합신 교수진과 학생들 그리고 후원자와 모든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 총장 : 상투적인 말이지만 발전이라는 것은 건전한 반성을 토대로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점은 계승하고 오류는 시정하면서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모두가 이러한 진지한 마음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 교수들과 동문들은 개혁주의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에 건전한 자부심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디서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빛나는 동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학교의 발전에 무엇인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 여러 형태로 협력해 주시길 재삼 부탁드립니다. 합신은 우리 모두가 함께 섬겨야 할 자리입니다.
박 국장 : 취임하시고 바쁘신 중에도 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총장님의 소망대로 합신이 개혁주의의 정체성 위에서 더욱 새로워지고 신학과 현장의 균형을 지향하며 지속적으로 훌륭한 일꾼들을 배출하는 학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 총장 : 자리 마련해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기독교개혁신보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