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방부제의 역할
김수흥 목사(전 합신 초빙교수)
자신도 썩지 않고 계속 거룩한 삶을 살며 교계와 사회를 정화시키는 사람들이 되어야
요즘 어떤 이들은 만나자마자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무슨 방부제를 쓰시기에 도무지 늙지 않으시냐”고 덕담을 한다. 또 한편 우리 사회는 방부제까지 썩어서 큰일 났다고 한다.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이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도 썩은 부분이 있었으나 그때는 한 두 사람 정도에 불과했었는데 요즘은 단체로 썩어서 큰일이라고들 한다.
예수님은 사도들과 또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고 하셨다(마 5:13). 예수님은 팔복산에 앉으셔서 그를 둘러선(마 5:1) 제자들과 일반 성도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셨다. 세상을 위한 소금이라는 말씀이다.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란 말씀이다.
사실 소금의 역할은 방부제 말고도 더 많다. 예를 들어 조미제, 정결제, 비료, 제물 등 많이 있으나 본문에서 방부제로 보아야 하는 이유는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란 말씀에서 맛 잃은 소금을 짜게 해서 원래의 소금의 짠 맛을 내게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보면 방부제 역할을 언급하시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예수님은 성도들을 향해 분명 세상에서 방부제 역할을 감당하라고 하신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히 관찰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You are the salt of the earth) 하셨지 “소금이 되라”(Become the salt)고 하시지는 않으셨다는 점이다.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면 이미 소금이 되었으니 소금 역할을 감당하라는 말씀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앞으로 노력해서 소금이 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소금이 되었으니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세상의 빛이 되었고”(마 5:14), 예수님께서 “일러 준 말로 이미 깨끗해졌다”(요 15:3). 즉, 이미 중생했고 연합되고 의롭다 함을 얻었으며 이미 성화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노력으로 방부제와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거나 영생을 시작하거나 예수님과 연합된 것도 아니다. 다만 예수님의 말씀으로 성령님께서 역사하셔서 놀랍게도 소금과 빛이 되었으며 생명을 얻어 예수님과 연합한 성도들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소금이 맛을 잃을 수도 있다고 예수님께서 경고하셨다는 점이다. 소금이 그 맛을 잃는다는 데 대해 성경 해석가들 간 견해가 엇갈린다. 1) 소금이 “그 맛을 잃는다”는 말씀은 하나의 가상적인 말씀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렌스키). 2) 실제로 소금이 그 맛을 잃는 수가 있다고 증거를 대는 학자도 있다(윌리엄 헨드릭슨).
윌리엄 헨드릭슨은 “사해 바다의 습지나 개펄 혹은 그 근처의 바위들에서 나는 소금은 석고(石膏-석회질 광물) 등의 불순물이 섞여 있어서 쉽사리 변질되거나 알카리성의 맛을 내게 된다”고 주장하며(Thomson, Hauck, A. Sizoo 참조), 또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는 결론은 마치 그런 경우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처럼 들린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런 견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물론 우리는 일단 소금이 된 사람, 한번 중생한 사람, 한번 연합된 사람이 조금 잘못했다고 완전히 변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한 경고로 받아드리는 것뿐이다(히 6:4-5 참조).
요즘 우리 교회는 사회로부터 많은 말을 듣고 있다. 과거에도 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많은 말을 듣고 있다. 그런 비난을 두고 혹자는 기독교가 너무 강성하니 사회에서 우리를 비난하는 것이라 하고 또 혹자들은 기독교가 그런 비난을 들을만하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말씀을 뜨겁게 사랑하며 또 뼈를 깎는 기도를 드리는 중에 우리 자신도 썩지 않고 계속 거룩한 삶을 살뿐 아니라 교계와 사회를 정화시키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바울이 살아 있었기에 초대교회를 일으켰고 루터와 칼빈이 살아 있었기에 중세를 살렸으며 조나단 에드워즈가 살아 있었기에 미국을 살렸던 것처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서 교계(the Churches)와 나라를 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