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보자 그리스도의 세 직분과 그의 백성 <8장 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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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보자 그리스도의 세 직분과 그의 백성 <81>

< 김병훈 목사, 합신 조직신학 교수 >

제8장 1항: “하나님께서 자신의 영원한 목적을 따라 자신의 유일한 독생자, 주 예수님을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로, 곧 선지자, 제사장 그리고 왕으로, 또 교회의 머리와 구주로, 또 만유의 후사로, 그리고 세상의 심판자로 선택을 하시고 정하신 일은 하나님 자신께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 위에, 영원 전부터 한 백성을 주시어 그의 후손이 되게 하셨으며, 그로 말미암아 때가 되었을 때에 구속함과 부르심과 칭의와 성화와 영화를 받도록 하셨다.”

 

본 항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사실을 교훈합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중보사역이 선지자, 제사장, 그리고 왕의 세 직분의 일로 설명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사역에 근거하여 그리스도에게 한 백성이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1)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사역과 관련한 첫 번째 교훈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① 하나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인성을 취하신 독생하신 성자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예수님은 인성에 따라서 참 사람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셨으나, 그 인성을 취하시고 그 가운데 계신 분이 독생자 성자 하나님이시므로 하나님께 드리는 경배를 받기에 합당하신 분입니다. 성자 하나님, 곧 로고스께서는 하나님과 자신의 백성 사이의 중보자로서 신성과 인성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요?

신앙고백서는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 항들에서 자세한 교훈을 줍니다. 다만 본 항에서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는 다른 중보자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밝히고 강조합니다.

② 이어서 첫 번째 교훈이 말하는 중요한 내용은 성자 하나님께서 중보자로 오신 일이 바로 성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이라는 사실입니다.

베드로 사도가 오순절에 성령이 임한 때에 즈음하여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신 대로” 이루어진 일이며(행 2:23,24), 그것은 “창세 전부터 미리 알린 바” 된 일이라고(벧전 1:18-20) 설교한 일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중보자가 되신 것이 성부 하나님께서 창세 전에 예정하심으로 나타난 일임을 말해줍니다. 중보자 그리스도로 인하여 구원을 받을 자들의 이름을 기록한 생명책이 창세 때에 이미 주어졌다고 성경이 말하고 있는 것(계 13:8)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반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요 6:38-39 참조; 사 42:1)고 말씀하심으로 자신의 구속 사역이 임의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성부 하나님의 뜻에 의한 것임을 교훈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기뻐하는 요한복음 3장 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는 말씀은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로 말미암는 구원이 바로 성부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말씀입니다.

③ 이제 첫 번째 교훈에서 배우는 마지막 내용은 선지자, 제사장, 그리고 왕의 세 직분으로 설명이 되는 그리스도의 중보사역에 관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딤전 2:5,6).

중보자의 중보사역이 선지자, 제사장, 왕의 세 직분들로 실행이 되는 것은 중보의 대상인 인간에게서 그 이유가 주어집니다. 세 직분들은 본래 복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에게 부여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타락한 이후에 죄의 효과로 인하여 지식과 이해력에 손상을 입고 무지와 오류를 범하게 되었고, 거룩과 공의를 상실하고 싫어하며 영적이며 도덕적으로 부패하게 되었고, 또한 다른 피조물을 하나님의 뜻을 따라 다스리는 지배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타락한 인간은 죄로 인하여 이제 선지자, 제사장 그리고 왕의 직분을 행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하나님 앞에서 사람을 중보하시는 그리스도는 선지자, 제사장, 왕의 직분을 실행하실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선지자로서 자신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대표하여 하나님의 교훈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셨습니다: “모세가 말하되 주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너희 형제 가운데서 나 같은 선지자 하나를 세울 것이니 너희가 무엇이든지 그의 모든 말을 들을 것이라”(행 3:22; 참조 신 18:15; 사 49:12, 61:1,2; 눅 4:21).

또한 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 자신의 백성들을 대표하며 그들을 위하여 제사를 드려서 중보하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축복을 하셨습니다: “여호와는 맹세하고 변하지 아니하시리라 이르시기를 너는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라 하셨도다”(시 110:4; 참조 히 5:5, 7:27, 9:24, 10:7).

그리고 왕으로서 그리스도(시 2:6)는 만유의 주로서 피조물을 다스리시며 인간에게 타락 전에 본래 주어졌던 지배력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그들이 어린 양과 더불어 싸우려니와 어린 양은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시므로 그들을 이기실 터이요 또 그와 함께 있는 자들 곧 부르심을 받고 택하심을 받은 진실한 자들도 이기리로다”(계 17:14).

특별히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의 왕직에 속한 사역의 활동과 맞물려,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와 구주로, 또 만유의 후사로, 그리고 세상의 심판자로” 선택하시고 정하셨음을 고백합니다.

교회의 머리로서 그리스도는 교회에 부으시는 성령을 통하여 교회를 그의 뜻대로 영적이며 유기젹인 방식으로 다스리십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의 통치는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에 근거한 은혜의 왕국에 속한 통치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는 우주의 통치자로서 만물을 다스리시되 자신의 백성들의 구원을 위하여 만물에 대한 통치를 행하십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마귀 원수와 사망을 심판하신 후에, 만유의 후사로서 그의 나라를 영원토록 다스리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세 직분들의 사역과 관련하여 특별히 염두에 두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중보자의 사역을 이러한 세 직분들을 통해 설명하는 것은 초대교부들과 중세 신학자들의 문헌 가운데서도 이미 발견이 됩니다.

가장 구체적으로는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그리스도의 속죄론와 왕적 사역을 강조하게 되면서, 마침내 칼빈의 1539년판 『기독교강요』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의 세 직분에 따른 구별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역의 이러한 구별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의 존재에 대한 이해와는 달리 학자들마다 생각이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한 직분이 다른 직분들과 뚜렷이 구별이 안 되는 면이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그리스도의 성령을 통한 말씀 사역은 복음의 선포로서 선지자의 직분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으나, 그가 말씀으로 왕적 통치를 행한다는 면에서는 왕직을 가리킨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베푸신 기적은 그의 왕적 권세를 드러냄과 동시에 제사장적 긍휼의 사역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앙고백서가 그리스도의 중보사역을 세 직분으로 구별하여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은 세 직분 자체가 혼동이 되거나 하나로 축소될 수가 없이 구별된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는 성부 하나님과 관련하여 세 직분을 부여받아야 하며, 성령의 능력으로 이 세 직분을 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사람은 타락한 이후에 무지와 어리석음과 오류에 빠져 있으며, 불의와 사욕에 이끌려 가며, 죽음의 권세 아래 놓인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죄인을 구속하기 위하여 중보자는 지식을 바로 잡기 위한 선지자 사역이 필요하며, 또 불의와 사욕에 의한 허물과 형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제사장 사역이 필요하며, 아울러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오히려 심판하는 왕적 사역이 필요합니다.

신앙고백서는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우리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과연 세 가지 직분을 완전하게 이루신 분이심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2) 신앙고백서는 본 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사역과 관련하여 또 다른 내용으로 그리스도에게 속한 백성에 대해 교훈합니다.

그리스도의 중보사역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신앙고백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에게 주신 “한 백성”이 있으며 그의 “씨” 곧 후손이 있음을 교훈합니다. 이것은 중보의 대상이 임의로 정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성부 하나님께서 일정한 범위에 따라 그 수가 정하여 놓으신 범위에 속한 자들임을 밝혀 줍니다.

신앙고백서는 본 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직을 교훈하면서 먼저는 그리스도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구원에 대해서 교훈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믿는 자에게 주어지는 이러한 영생의 구원이 보편적인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성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에게 주신 자에게만 주어짐을 고백합니다.

이러한 고백은 지극히 성경에 일치하는 교훈입니다: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내가 이를 다시 살리리라 하시니라”(요 6:39,40).

이러한 사실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는 계시를 요셉이 꿈에서 받을 때 이미 계시가 되었습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마 1:21).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에서 구원할 자들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백성이라는 일정한 범위로 제한이 된 자들입니다.

실제로 그리스도께서는 대제사장으로서 중보기도를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속한 자들을 위하여 한다고 말씀 했습니다: “내가 그들을 위하여 비옵나니 내가 비옵는 것은 세상을 위함이 아니요 내게 주신 자들을 위함이니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것이로소이다”(요 17:9). 신앙고백서는 이러한 제한된 무리들을 가리켜 “씨” 또는 “후손”이나 “자녀”로 표현을 합니다(참조, 사 53:10; 롬 9:8).

이러한 신앙고백서의 교훈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중보자로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 은혜인가를 깨달아 하나님께 깊은 감사의 찬송을 드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