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회는 의견 수렴에 더 많이 힘쓰기를
교단 헌법에 따르면 총회는 상설 기관은 아니고 일시적 회합으로서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총회의 모든 교회들의 전체 회의이다.(헌법 3.17.1) 또 총회의 사역의 성격은 첫째, 원천적이 아니고 유래적으로서 모임의 권위는 하나님의 뜻에 의한 지교회의 파송에 근거 한 것이다. 둘째, 전반적이 아니고 제한된 것이다. 총회가 지교회의 일을 전부 맡은 것이 아니며, 교회의 일들을 모두 다 주장하지도 못한다. 셋째 높은 것이 아니고 넓은 것이다. 한 지교회나 노회만 아니라, 모든 지교회들과 노회들의 연락에 관한 일들을 처리한다. 넷째, 통치적이 아니고 봉사적이다. 총회는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사역한다. 다섯째, 영속적이 아니고 일시적인 것이다.(헌법 3.17.3)
이를 종합하면 일단 일시적이라는 것은 회차 별 임시성을 말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총회는 교회와 노회의 파송에 근거한 위탁성 도우미 기구로서 상명하달식 절대 권력은 아니다. 회기마다의 의제와 과업에 봉사하고 충실하면 되는 것임을 함의한다. 그리고 모든 교회들의 전체회의라는 의미 규정은, 지당한 말이지만 총회가 독단적이지 않고 ‘대의기구’임을 분명히 하며 이는 해당 회차의 전체의 의견을 잘 수렴해야 하는 장치임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총회가 하는 직무는 모든 교회들 또는 노회들의 단합을 위해 필요한 일에 봉사하며 성경적으로 선교사업, 사회사업 등 선한 사업을 협의하는 일에 봉사한다.(헌법 3.17.6) 이는 교단 내적 단합에 힘쓰고 선한 사업을 ‘협의하는 일’에 봉사함을 명백히 한다. 바꿔 말하면 교단적 단합을 저해하는 일을 삼가고 ‘협의’에 무게 중심을 두고 대의적 과정을 중시하여 일방적, 독단적인 결정을 최대한 피할 것을 요구한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고충을 앞장서서 극복해 온 104회기 총회 임원들의 노고에 위로와 박수를 보낸다. 한편, 총회의 일련의 활동을 보면서 의견 수렴과 협의 과정의 중요성도 더욱 느낀다. 비상 상황에서 한교총이라는 교단 연합기구를 비롯, 대외적 활동의 중요성이 분명 있다. 그러나 총회 본연의 사역인 교단 내적 단합과 협의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예컨대 어떤 심대한 성명서와 선언문에 참여할 때도 신학연구위원회라든가 특별한 몇몇 주변의 의견을 참고하기도 하겠지만 가급적 전체 회원들의 다수 의견을 먼저 파악했으면 한다. 이는 SNS를 통한 질의응답으로 얼마든지 쉽고 빠르게 가능한 전국적 네트워킹이다. 이런 수렴 과정이 있어야 전체 대의 기구로서의 총회가 신뢰성과 안정감을 더 많이 얻게 된다.
교단 연합기구의 성명서에 서명하고 참여했는데 전체 회원들의 다수의 의견이 다르거나 분분할 때는 본의 아니게 단합과는 먼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회장은 본질이 총회의장이다. 의장이란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대표의 자리라는 뜻이다. 대표로서의 총회장의 재량이라는 것이 있지만 총회장과 임원들의 생각이 언제나 정확히 교단 전체의 생각을 대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모든 회기 때마다 총회장들이 최선을 다해 온 것은 알지만 총회와 총회장은 듣는 귀를 더 많이 열어야 한다. 역사적이거나 중차대한 비상한 일을 결정할 때는 임원회의뿐 아니라 더더욱 전체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 그것을 근거로 교단 협의체에 우리 교단의 대체적 의견을 제시, 반영함이 맞다. 그래야 전체의 충분한 이해를 얻고 만의 하나 독단의 오해를 벗어날 수 있으며 사후 교단적 단합을 조화롭게 도모할 수 있다.
이번 105회 총회는 고육책이지만 실시간 화상회의 진행으로 결정되었다. 의견 수렴 방식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1년에 한 번 총대들의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전체 회원들의 의견이 잘 수렴되도록 하는 폭넓고 과감한 네트워킹 실행도 있기를 바란다.
본보는 이미 지난 5월의 817호 사설에서 총회는 비상시에 소통할 허브를 만들어 상시적 네트워킹을 준비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재난, 재해 등의 비상시에는 적어도 총회 홈페이지의 네트워크 활성화와 태스크 포스로서의 총회 비상대책팀의 설치 가동을 요구했다. 거듭 부탁한다. 총회의 중요한 일들이 방송, 영상, SNS 등의 새로운 채널 네트워킹 방식으로 단절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잘 이루어지도록 연구, 실행했으면 한다.
지금 각 상비부들이 비교적 잘 대응하는 편이지만 당년에 중요 안건들을 논의, 결정해야 할 회의나 활동들은 새로운 비대면 네트워킹을 통해서라도 중단 없이 진행돼야 한다. 총회는 필요할 때면 ‘온라인 긴급 총회’라도 열어서 긴급 사안에 대한 총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국교회의 현장의 의견과 고충을 듣고 대책을 논의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를 재삼 바란다. 본보의 충언을 포함한 전국 회원들의 쓴소리도 때론 있겠지만 이어지는 총회도 대의기구로서 잘 섬기기 위해 의견 수렴에 더 많이 힘써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