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
김 윤 환
달력도 없고 신문도 없는
까띠뿌난 마을에
손톱에 때를 묻히며 그는 서 있다
십자가도 초라한 예배당 모퉁이에
뽀얀 살의 내가 부끄러이 고개 숙이니
곱슬머리 맑은 눈의 그가
잘 왔다 인사한다
내가 기다리던 그가
나를 기다리던 그가
온 마을을 사랑으로 불을 밝히고
함께 노래하자 한다
함께 부르는 노랫가락
흔드는 손끝마다
환한 웃음 눈물겹다
물소 달구지를 타고
도시로 떠나는 형제를 위하여
손 흔드는 까띠뿌난의 예수
다시 보자
거룩한 손 오늘도 흔들고 있다
*까띠뿌난 _ 필리핀 딸락지방 까빠스 오지마을. 아직 문명의 영향이 거의 없는 곳에 한국 선교사가 현지 교회를 개척, 원주민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까띠뿌난의 아이들
* 김윤환 시인 _ 경북 안동 출생. 문학박사. 열린출판사 대표. 사랑의은강교회 목사.
1989년 등단 이후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이름의 풍장> 등과 사화집 <창에 걸린 예수 이야기><시흥 그 염생 습지로> 등이 있다. 소개한 시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는 차별 없이 구원을 베푸시는 예수님의 사랑의 절절함을 선교 현지의 순수한 아이를 통해 투영하면서 기독교 선교의 근원적인 의미를 눈물겹게 천착하고 있는 절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