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대면 시대와 교단적 대응책
최근에 봇물 터진 듯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사회 변혁에 대한 담론이 넘쳐난다. 대격변, 신기원 운운하며 우려 혹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에 따라 교회가 무엇을 보수하고 어떻게 진보해야 할지 나름의 고민과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중에는 비대면 사회(속칭 언택트 사회)의 도래와 새로운 소통 체계. 그에 따른 교회활동과 목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교회의 사회적 책임 등이 들어 있다.
그 중에 가장 피부에 와 닿고 어느 정도 일반화의 조류를 타는 비대면 문화를 생각해 보자. 그동안 우리는 인간관계나 사회활동, 교회 활동에서 대면적 만남이 가지는 의미와 효과를 겪으며 살아왔다. 실제적 만남이 없는 인격적 교제나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도는 약했다. “만나보고 결정하겠다.”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 ” 전화로만 대화해서야 되나요. 얼굴을 봐야지요.“ 이런 말들이 통용되는 사회였고 대면으로 만나 예배하는 생활이 중심이었던 교회도 당연히 그 범주 안에 있었다.
특히 목회나 교육은 물론 성도들의 교회 활동이라는 것은 실제적 대면 만남이 없이는 성경적, 인격적 교제를 이루기 힘든 것으로 여겨 왔고 “주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도 대부분 만남의 현장에서 그 진의가 증명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이런 통념과 현실은 많이 깨졌다. 당장 예배부터 많은 경우 영상이나 통신 매체를 이용한 다른 소통 방식으로 진행됐고 심방은 물론 교육 활동들은 더더욱 일반 교육과 다름없는 난점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비대면은 향후 기정사실화되고 교회는 이를 수용해 새로운 소통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시대가 열린 것인가? 이는 비상한 시기의 임기응변적 궁여지책이요 하나의 예외적 지혜에 속한 문제로서 불가피하게 이 방향으로 틀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 대세인 것인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실이 그런 걸 어찌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사태가 비일비재하리라는 전제하에 한국교회는 물론 교단적으로도 이에 대한 통합적 대책을 내 놓아야 할 때이다.
어차피 목회나 교육 및 교회활동의 기능적 보조 방식으로서 비대면 소통방식이 유용한 시대이긴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만남과 소통을 위해서는 대면을 통한 인격적 교류가 여전히 필요하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이런 장기적 비대면 국면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며 애쓰고 사회적으로도 마땅한 협조에 앞장서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이번 사태의 교훈이지만 교회는 항상 사회적 책임에서 뒷북을 치는 자세보다는 선제적 선구적이어야 한다. 사회적 선도력을 갖고 영향력을 끼치면서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반발이 없고 신뢰의 붕괴 없이 제 역할을 잘할 수 있다.
한국교회가 미증유의 체험 속에서 각 교단마다 신학적 가치 정립과 지침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교총이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을 선포하며 다시 모이자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의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는 조짐과 무관치 않다. 다시 모이기에 힘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이를 계기로 예배와 교육 그리고 성도들의 신앙과 교회 생활이 새로운 단계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총회는 비상시에 소통할 허브를 만들어 네트워킹을 상시적으로 준비해 둬야 한다.
각 교회의 개성과 특수성이 있더라도 비상시에는 모두가 참고할 만한 공동 예배 양식과 비대면 소통 도구들이 개척교회를 포함한 작은 교회들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재난 재해 때에는 적어도 총회 홈페이지의 네트워크 활성화만이라도 꼭 필요하다. 어려움에 처한 회원 교회들을 돕는 공적 베이스캠프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총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하고 신학연구위원회가 협조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팀을 구성하여 재난 등의 유사시에 태스크 포스로서의 총회 비상대책팀이 설치 가동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총회나 노회의 각종 회의나 행사들이 무작정 전면 취소되지 않고 방송, 영상 등의 새로운 채널 네트워킹 방식으로 단절 없이 이루어지도록 연구, 실행했으면 한다. 예컨대 다가오는 총회 기간에 또 비슷한 류의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약 없이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인가? 수양을 위한 모임들은 그렇다 쳐도 당해 연도에 중요 안건들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회의나 부서 활동들은 새로운 비대면 네트워킹을 통해서라도 중단 없이 진행되는 것이 옳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사태에 따라 응전력을 기르며 기능적 대책을 세우는 팀이 꼭 필요하다. 총회장을 중심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 같은 대표성을 토대로 한 대책팀이 즉시 가동되어 긴밀한 허브를 통한 소통 방식으로 전국 교회를 하나로 묶고 연결하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번에 용케 잘 넘어 가더라도 코로나19의 유행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다수 전문가들이 경고한다. 또 어떤 다른 류의 팬데믹이 재현될지도 알 수 없다. 이런 형편에서는 장기적 대비를 위해서라도 대책팀을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 예행연습 겸 온라인 긴급 총회라도 열어서 이에 대한 총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국교회의 현장의 고충을 듣고 논의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