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극단적 단순화 _ 전송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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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극단적 단순화

 

<전송수 목사 | 해맑은교회>

 

신앙을 단순화시켜 몇 개만을 그 척도로

도식화하면 더 풍성한 신앙을 놓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이것은 미국 빌 클린턴(Bill Clinton)(1993-2001재임)의 대통령 선거운동 슬로건이다. 전임 조지 W 부시(George H. W. Bush)는 걸프전에서 승리하고 구소련의 해체로 불안정한 국제관계를 안정적으로 조율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 7%가 넘는 실업률을 해결할 정책제시가 필요했다. 빌 클린턴의 선거 캠프가 이 점을 핵심쟁점으로 부각시켜 만든 슬로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였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각인되고 빌 클린턴은 미국 제42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많은 사람들은 이 선거의 결과에서 중요한 사실을 놓친다. 과연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경제만일까? 아니다. 미 대통령은 미국 문제를 넘어 세계 평화를 도모할 더 많은 덕목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갖게 할 도덕적 덕목 또한 필요하다. 빌 클린턴은 미국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켰고 연방 재정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그는 초일류 국가인 미국 국민들에게 씻지 못할 부끄러움을 준 대통령이기도 했다. 르윈스키라는 여성 인턴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어 탄핵 직전까지 가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빌 클린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이 국민들에게 미국 대통령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넓은 안목으로 못 보게 한 결과이다.

이런 슬로건은 소위 ‘극단적 단순화’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스위스의 역사가 야콥 부크하르트(Jacob Burckhardt)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세력들은 국민의 분노와 좌절에 편승하여 매력적이지만 극도로 단순화된 공약을 내세워 권력을 잡으려 한다.”며 이 세력들을 ‘극단적 단순주의 세력(terrible simplifier)’이라고 불렀다. 부크하르트가 말한 것처럼 선동가들은 어떤 논제들을 극단적으로 만드는 재주를 부린다. 극단적 단순화가 된 구호나 논제는 듣는 사람들의 분별력을 매우 좁게 만든다. 그 결과 사리분별력 있는 자들이 마치 이성 없는 것처럼 처신하기도 한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31번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른바 슈퍼 감염자이다. 이런 전염병은 누구나 슈퍼감염자가 될 수 있다. 문제는 31번 확진자가 신천지라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신천지 집단의 독특한 행동 양식과 종교행위에 대한 관심이 우리뿐 아니라 세계인에게도 집중되었다. 신천지 집단은 신구약 성경 66권 중 특별히 계시록에 관심을 둔다. 계시록을 해석할 권한이 이만희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극단적 단순화’다. 성경은 요한계시록만 있는 것이 아니요 그것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신구약 66권이 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모든 성경이 중요하다. 특정한 성경 구절이나 부분만을 단순화, 신앙화할 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신앙은 오류로 균형을 잃고 심지어 신앙의 이름으로 반사회적 행동까지 불사한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적 총력전에 함께 서 있다. 연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종교행사를 최소화할 것, 혹은 가정예배나 영상예배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장서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 다른 주요 종교가 호응하고 전국의 많은 교회들도 각자의 신앙의 소신에 따라 종전에 하던 대로 예배 및 집회를 갖기도 하고 중단하기도 하며 그 규모를 축소하기도 한다. 또 정부와 지방정부의 호소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해 영상예배나 가정예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드리고 있다. 예배를 종전대로 드리는 교회는 교회대로 방역과 개인위생에 최선을 다하며 방역에 애를 쓰고 있다. 주일에 모이지 않고 예배를 축소하거나 또 다른 방법으로 드리는 교회는 교회대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노력들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런 기회에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이 극단적 단순화에 빠져 서로를 비난하는 소모적인 논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빌 클린턴의 선거 슬로건이 유권자들의 안목을 좁게 만들었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한국교회는 주일성수라는 아름다운 덕목을 가지고 있다. 이 덕목은 잘 지켜 나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편 비상한 시기에 예배와 집회를 줄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며 코로나 확산 방지에 힘쓰는 교회들의 노력도 평가해 주어야 한다.

신자가 얻은 구원은 전인격에 선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신앙을 전인격으로 드러나게 하는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 신앙을 단순화시켜 몇 개만을 그 척도로 도식화하면 더 풍성한 신앙의 멋과 맛을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