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뜨락
텅 빈 예배당에서
<윤순열 사모 | 서문교회>
그동안 마음껏 자유롭게
예배를 드렸던 것에
감사함을 몰랐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요즈음 저는 몹시 우울합니다. 불과 몇 주 전 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 전염병이 온 나라를 휩쓸고 이곳 우리 동네까지 입성했다고 합니다. 토요일에는 친척 결혼식이 있어 멀리 지방에 갔더니 결혼식장이 썰렁하였습니다. 하객은 별로 없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흰 마스크를 쓰고 분위기가 영, 전에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올라오는 길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내일 주일 예배를 드려야 되느냐? 점심준비는 어떻게 하느냐? 차마 전화를 할 수 없었는지, 문자로 다른 교회들은 주일 예배가 없는데 우리교회는 어떻게 되느냐며 주일을 준비하는 토요일은 온통 혼란에 빠졌습니다. 6.25 한국전쟁이 났을 때도 어떤 분은 피난을 가지 않고 예배당을 지켰다는데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전염병이 왔다고 이렇게 난리를 피워서야 되겠나 싶어 저희는 주일 예배를 강행 하였습니다.
문제는 주일 새벽부터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시던 권사님들이 안 나오셨습니다. 남편과 저는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불을 환하게 켜놓고 쓸쓸하게 예배를 드렸습니다. 주일아침 1부 예배는 평소보다 엄청 모였습니다. 전염성이 두려워 비교적 한적한 1부 예배를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주일 2부 예배 시간입니다. 예배당이 썰렁합니다. 절반도 안 모였습니다. 언제나 죽어야 된다고 말씀하시며 너무 오래 살아 큰일이라던 어르신들이 전멸, 한 분도 안 보였습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전염병은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TV에서는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연일 방송을 합니다. 대구에서는 신천지교회에서 집단으로 발병되어 확진자가 000명이니 하며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라는 뉴스가 연일 나옵니다. 일주일 내내, 특히 주말이면 종교시설 이용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주의를 줍니다.
사람들은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10:25)라는 모이기를 힘쓰라는 성경말씀보다 매스컴에서 나오는 말에 동요되어 예배당에 발길을 끊고 있습니다. ‘성도들이 이렇게 유약하다니’, 한없이 유약한 성도들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코로나가 왔어도 직장에 출근하고, 백화점에 가고,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관공서에 가서 볼일을 보면서 예배당에 오면 코로나 세균 덩어리라도 되는 양 발길을 돌리는 유약한 성도들을 볼 때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물론 확진자라도 나와서 불가피하게 제제를 당할 땐 어쩔 수 없겠지요. 우리교회는 큰 대형교회도 아니고 아담한 교회에서 이렇게 우왕좌왕 하면서 예배당에 발길을 끊는 유약한 성도들을 보면서 ‘말세에 믿는 자를 보겠느냐’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갔다가 산책하는 교우들을 만났습니다. 마트에서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저를 보면서 민망한지 겸연쩍어했습니다. 교회를 못 오면 산책도 마트도 삼가야 되지 않나? 의아스러운 맘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주는 더 심각 하였습니다. 마치 썰물이 빠져 나간 백사장처럼 예배당은 힁거덩하니 쓸쓸하게 소수만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마음껏 자유롭게 예배를 드렸던 시간들이었는데 감사함을 몰랐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번에 닥쳐온 전염병, 재앙을 통하여 당연한 것처럼 누려왔던 평범한 일상이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요즈음 성도 없는 예배당에서 새벽기도를 드리며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만일 이 나라가 종교의 자유가 없어진다면? 이렇게 예배당이 텅텅 빌 텐데….’ 끔찍한 광경을 미리 체험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우울합니다. 구청에서는 매일 몇 번씩 예배를 드리지 말라는 전화가 옵니다. 평생에 듣도 보지도 못한 일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우리 남편은 짜증난다고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이것이 웬 일이란 말입니까? 코로나가 무섭다고 이렇게 숨어버리는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제를 가하는 종교의 자유가 없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제가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노파심일까요? 그러나 얼마 전 중국에서 선교하다 쫓겨 온 선교사님 말씀이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불안감이 가시질 않습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기도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즈음 코로나가 무섭다고 몇 사람 안 나오는 예배당 안에서 몸부림치면서 기도해 봅니다. 불안한 이 나라를 떠나서 독일에 가 있는 아들이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기도 많이 하시겠지요? 지금은 밤낮으로 눈물로 부르짖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