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치 있는 열매 _ 안두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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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치 있는 열매

 

<안두익 목사 _ 동성교회 | 기독교개혁신보이사장>

 

우리 교단은 하나님 나라의 품격을

세상에 보여주는 현장이 되어야

 

런던 윈저 궁 맞은편에 자리 잡은 이튼칼리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졸업생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진 건물 벽을 접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1·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이튼 출신 전사자 2,000여 명의 이름이 날짜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영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남보다 앞서 헌신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워털루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웰링턴 장군은 훗날 “워털루의 승리는 이튼 교정에서 시작됐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를 손꼽습니다. 이 이튼 칼리지는 1440년 헨리 6세(Henry VI, 1421-1471)가 재능은 있지만 가난하여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나라에서 학비를 지원해 주는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학교가 세워진 지 벌써 약 600여년의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이 학교는 현 총리인 보리스 존슨을 비롯해 지금까지 총 20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했고, 찰스 왕세자와 그의 장남 윌리엄 왕자 그리고 차남 해리 왕자도 모두 이 이튼 칼리지 출신들입니다.

이튼칼리지는 독특한 커리큘럼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반 교과목은 물론 체육활동을 중시해 매일 축구경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벌칙까지 받습니다. 교내 벽돌 담장을 따라 공을 던지는 ‘월게임’이라는 운동도 1766년 시작된 이튼만의 자랑거리입니다. 좁은 운동장에서 거친 태클과 스크럼으로 몸싸움을 벌이며 체력을 기르고 협동심과 리더십을 배우라는 취지입니다. 이튼의 교훈은 ‘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마라. 비굴하지 않은 사람이 돼라. 다만 공적인 일에는 용기 있게 나서라’ 등입니다. 이런 학풍이 영국을 이끌어온 수많은 엘리트를 배출해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열매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합신 교단도 오랜 풍상(風霜)을 겪으면서도 개혁주의의 기초 위에 흔들림 없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는 이제 세상 앞에 어떤 영향력을 보여 주어야 하는가가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우리 교단은 하나님 나라의 품격을 세상에 보여주는 현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이제 결실의 계절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열매입니다. 가치 있는 열매는 품격에서 나옵니다. 우리 교단은 또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가 인내함으로 때를 기다리면 언젠가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에게 나타납니다. 그것이 엄청나게 귀한 열매일 수도 있고,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승리일 수도 있습니다.

한 학교의 학풍이 한 나라를 이끌어 가듯 우리 교단이 추구하는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이 이 시대의 좌표가 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우리의 지금의 수고가, 지금의 노력이, 그리고 지금의 고통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시다.

우리가 인내함으로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인내에 승리로 풍성한 열매로 갚아주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승리를 주실 그 때까지 믿음을 꼭 붙잡고 사십시다.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가 멸망할 자가 아니라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