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신앙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자
<유충선 목사 _ 남서울은혜교회 부설 그레이스상담센터 소장 | 합신 평생교육원 상담학 강사>
인간보다는 하나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갈망이 용솟음치기를 위해
건강은 하루아침에 무너집니다. 저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온 편인데, 두 달 반 전에 갑자기 거의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여러 병원을 거쳐 제 병이 후종인대골화증이란 걸 알게 되었지요. 아주 생소한 병이죠? 저도 그런 병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우리 목의 앞뒤에는 인대가 있습니다. 앞에 있는 것을 전종이라 하고, 뒤에 있는 것을 후종이라 합니다. 그 인대가 석회화되어 뼈처럼 단단해지는 것을 골화증이라고 하구요. 인대가 뼈처럼 단단해지는 만큼 신경을 눌러서 여러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왼손의 감각이 없어지고 마비된 것처럼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다리가 힘이 없고 후들거리며 간신히 걷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즐겨하던 제가 하루아침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지요.
저는 신경외과 의사가 놀랄 정도로 신경이 많이 눌려 있었습니다.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보통 12mm 정도 되는데, 저는 목디스크 4번과 5번 사이가 3mm, 5번과 6번 사이가 4mm 밖에 안 되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넘어지거나 교통사고가 나면 전신마비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수술 받기 싫었지만 수술 외엔 치료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난 6월 5일 전신마취 상태에서 5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수술은 5번 목디스크 전체를 떼어내고 6번 디스크도 절반 도려내고 4번과 6번의 나머지 부분에 철심을 박아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목 수술은 매우 위험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술 후 하루 동안 중환자실에 있었습니다.
그때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만 하루 동안 통증을 느끼며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하는 것이 제가 경험한 최고의 고통이었습니다. 반듯하게 눕거나 옆으로 눕거나 상관없이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더라고요.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서 밤을 꼴딱 새웠습니다. 오십견을 경험한 사람은 그 고통을 좀 이해할 것 같아요. 눕고 자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시편 4편 말씀을 절실하게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수술 후 2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틀 전부터 통증이 줄면서 제 정신으로 돌아 온 것 같습니다.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아직 한 달 정도 목보호대를 착용해야 하고 목을 지나치게 숙이거나 옆으로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
수술이 잘 된 것에 감사하고 다행이란 생각만 들다가 통증이 줄고 정신이 드니까 슬퍼지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외롭고 불안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수술실에서 대기하던 때였습니다. 수술이 잘될 거라 믿지만 혹시 잘 못 되면 어떡하나? 수술 후 목소리가 안 나오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전신마취가 처음인데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등 불안이 크게 일어났었습니다. 그때 제가 무의식적으로 성경 말씀을 외우고 있더라고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그때 말씀 암송은 제가 의지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영혼이 무의식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 죽는 순간이 똑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직 저만 홀로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하나님과만 대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순간에 하나님이 나를 외면하신다면 너무 두려울 것 같습니다. 만일 하나님과의 관계가 친밀하지 않다면 너무 어색하고 뻘쭘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잘 죽을 준비를 하자.’ ‘하나님과 관계를 잘하자.’ 그리고 ‘성경말씀을 암송하자.’ 죽음의 위기 앞에서 제 영혼은 다시 심리학이 아닌 말씀을 의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오랫동안 심리학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래서 성경보다는 심리학 책을 주로 보았고 신앙보다는 심리학에 더 많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제가 심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심리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매력을 느끼는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나 이번 경험은 우선순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제게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처럼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엄청난 변화입니다.
앞으로 제가 인간보다는 하나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갈망이 용솟음치기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