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총회전통 이어가야”
< 이선웅 목사 ·남문교회 >
“화합 위해 자존심마저도 기꺼이 양보하길”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 교단은 이 나라의 장로교회에 교단수가 부족해서 하나 더 만들어진 교단이 아니다.
해방이후 한국장로교회는 인위적 또는 사상적 요인들의 작용으로 거듭 분열하는 아픔을 겪어왔다. 그런가 하면 합동측의 부패와 세속화와 분열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합동교단의 정화와 하나됨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혁과 화합이 절망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장로교 정치원리인 양심의 자유와 교회의 자유에 따라 1981년 9월에 합동신학원 교수들과 함께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신학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총회를 설립하였던 것이다.
그때 우리가 개혁의 3대 이념으로 내세운 것이 있었다.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이 바로 그것이었다. 바로 이 이념과 함께 지난 30년을 달려왔다. 돌이켜보면 감사할 뿐이다. 비록 많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가운데서도 감사를 드린다.
이제 제95회 총회를 맞이하면서 필자가 제일 먼저 거는 기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교단의 총회 현장이 역시 조용하고 은혜로운 것이다. 물론 총회를 앞두고도 그렇고, 총회 때도 그렇고, 총회가 끝난 후에도 그래야 한다. 하지만 특별히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에 조용하고 은혜로운 총회가 되어야 한다.
임원선거나 다른 어떤 이유로도 총회가 시끄러워서는 안 된다. 사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한국교회 각 교파와 각 교단이 다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론 우리 합신교단이라고 해서 온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합신 총회가 지금까지 비교적 조용하고 은혜롭게 진행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타교파, 타교단들이 우리를 보고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교단의 다른 여러 가지 장점들을 살리면서 더 많이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이뤄드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서 우리는 계속해서 조용하고 은혜로운 총회 현장의 모습을 한국교회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2년 전에 필자가 총회를 섬길 때의 일이었다. 그때에도 필자가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조용하고 은혜로운 총회였다. 그때 필자가 총회 석상에서 사회를 보는 중에 총회 행정총무 교체 문제가 대두되었었다. 모두들 신경이 곤두 서 있었다.
그때 필자의 머리에 언뜻 떠 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거 이러다가는 자칫 총회가 시끄러워 질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소신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들을 것을 각오하고 화합 쪽을 택했었다.
금년 총회 역시 기대가 많이 된다. 총회가 코앞인데도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존경하는 여러 선배 동역자들과 우리 교단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우리 교단이 이런 점에서 타 교단의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