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大地의 부활_김영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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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大地의 부활

김영자_채석포교회

지난밤에 내리던 춘설이 그치고 따뜻한 햇살이 뜰에 가득히 비취는 것을 보
니 이제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녘에서는 매화꽃이 만발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곳곳에 꽃 소식 들려오는 봄

겨우내 찬바람 속에서도 유리창 사이로 내비치는 햇살로 겨우 생명을 유지
해 오고 있는 화초들에게 새 흙과 양분을 채워주는 화분갈이도 했습니다. 분
갈이 도중에 선인장 가시가 여러 곳에 박혔지만 새 생명을 채워주는 기쁨이 
더 컸습니다. 
뒷산에 올라가 보니 소나무 숲 사이 양지 바른 곳에는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낙엽 더미 사이에는 가느다란 줄기에 춘란이 노란 꽃
잎을 살포시 열었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귀여워 화분에 옮겨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산수유 몇 가지를 꺾어 오지그릇에 담아 봄의 향기를 느껴 봅니다. 산
수유 꽃의 달콤한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바닷가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어선들의 엔진 소리로 작은 포구가 떠
나갈 듯 
소란스럽습니다. 바닷가의 봄은 자욱한 안개로부터 시작합니다. 마치 무대 
위에 피어오르는 드라이아이스 같은 안개가 바다에서 몰려와 선창과 마을을 
뒤덮고 길과 들과 산을 휘감아 마침내 온 천지가 짙은 안개 속에 묻혀버립니
다. 마치 태고의 신비한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제 4월이 되고 부활절입니다. 예닐곱이 되기 전부터 어머니의 손에 이끌
려 찬 새벽 공기를 마시며 부활절 새벽예배에 참석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
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부활절이 다가오니 잊을 수 없는 재미있는 일들이 기
억납니다. 채석포교회에 와서 처음 맞는 부활절을 준비하면서 일어났던 성찬
식 때의 일입니다. 
주(酒)님을 사랑했던 어느 남자 분이 주님을 사랑하겠다고 교회에 참석한지 
얼마 안 되어서 성찬식을 했습니다. 순서에 따라 분병과 분잔을 하였습니
다. 그 성도는 세례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떡도 잔도 받지 못하고 그냥 지나
쳤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에 결석하였습니다. 그분을 심방하였더니 그분 말
씀이 ‘자기들끼리만 포도주를 마시더라’는 것입니다. 토라져서 교회에 출
석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도시
와는 달리 이곳의 연세 높은 많은 주민들이 한글을 모르기 때문에 옆 성
도가 성경과 찬송가를 찾아주면서 예배드리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그 어
른들이 일터에서 저녁밥도 챙겨먹지 못하고 주일 밤 예배, 수요일 밤 예배
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을 보면 너무 감사하고 눈물이 나옵니다. 
지식도 없고 배운 것도 없지만 그저 예수님이 좋아서 배고프고 힘들지만 예
배를 드리러 나오는 모습은 나에게 감동을 주며, 신앙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게 합니다. 이분들에게 성경 지식보다는 오직 예수님의 사랑만이 귀한 것
입니다. 너무 귀한 모습입니다. 
여자 성도들의 고백이 기억납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생활하는 
저희들이 이제 예수 믿는 것도 감사한데 성가대원으로 하나님께 봉사할 수 
있음이 꿈만 같다고 합니다. 남편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 조업을 하면서 검
게 그을린 얼굴과 충혈된 눈, 비린내가 나는 몸이지만 성가대로 봉사하면서 
생활이 바뀌고 모습이 바뀌고 음악을 배우는 자신들의 변화된 모습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합니다. 
전에는 새벽 서 너 시에 바다로 배를 몰고 나가야 하는 바다가 원망스러웠지
만 이제
는 바다가 달리 보인다고 합니다. 새벽녘에 떠오르는 태양의 찬란한 
빛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비치는 황금빛의 바다와 창공을 나르는 갈매기의 나
래짓을 보면서 남들이 누릴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하나님의 위대하심
을 노래하며 기뻐하는 삶으로 변하였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위대함 찬양하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변화에서도 예수님을 알고 세상 지식이 부족하
여도, 늙고 힘이 없어도 예수님이 좋아서 순간순간 부활의 소망과 기쁨을 누
리면서 예수님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성도들이 곁에 있음을 하나님
께 감사드리며 부활의 아침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