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교회 부활절
성경하 목사/사지원교회
올해도 시골교회에 부활절이 찾아 왔습니다
부활절 새벽에는 촛불 예배로 드립니다
너무 늙어버린 교인들
자신들만큼 오래된 빛 바랜 흰 한복을 입고
서랍에서 꺼내온 휘어진 작은 초 한 자루…
작년 부활절 타다 꺼진 못 생긴 초 한 자루…
손가락 수보다 적은 교인들이 앉아
어둠을 녹이며 춤추는 불꽃 위
흙 냄새 질박한 기도를 드립니다.
11시 예배, 간만에 차려입은 고운 옷
어색하게 고운 한복을 입고 옵니다.
서로 예쁘다 격려하며 수줍어 미소짓는 얼굴들에서
목사는 부활의 낭만을 만끽합니다.
깊이 주름 팬 얼굴마다 함박 웃음…
박자무시 음정무시 부활찬송…
부활절에 감사가 있습니다
기쁨이 있습니다.
부활의 소망이 해골 같은 노인들 안에 끓어 넙칩니다.
산속 마을 교회 부활절…
예배 후 모여서 식사를 합니다.
몇 개 안 남은 앞니로 부활절 달걀을 깨뜨리고
농사일로 두툼해진 손으로 눈처럼
하이얀 계란 속살을
맵시 있게 꺼내어 먹는 것이 자못 신기합니다.
즐거운 만찬, 주님의 복이 임하고
농부들의 피곤한 마음에 잠시 평안이 찾아옵니다.
목사는 그 모습 보는 식사가 더 즐겁고 맛있습니다.
다시 사신 예수님
고마우신 예수님
우리 무덤에 산 새같이 날아오셔서
‘그만 자고 일어나라’
안아 일으키실 생명의 주 내 예수…
농촌의 부활절,
사지원교회 우리 교회
곧 하늘 갈 날 가까운 사람들 모인
‘천당 대기소…’
사람들이 너무 늙어 서글프지만
부활 소망이 있어 기쁨이 있습니다.
크림처럼 달콤한 위로가 있습니다.
할렐루야, 우리 예수 부활 승천하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