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을 보고
“그 한 사람과 그 열 명을”
백선기 목사(하나로교회)
할 말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한줌 밖에 되지 않는 부적격 정치인들의 농간
에 온 국민이 너나없이 진흙탕 정치판으로 쏟아져 나온 지금,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던 한 발을 힘들여 거둬들이며 분노의 감정을 고요히 추슬러본
다. “목사마저 어지러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려 갈피를 잡지 못하면 주
님이 얼마나 안타까우실까” 하여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꿀꺽 꿀꺽 삼키고 여
느 때처럼 내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내 나라의 문제가 아닌가. 풍진 세상을 떠나 변화산에서 초막 셋을 짓
고 살 수는 없는 일이기에 보도를 통하여 추이를 살피다가 금요예배 석상에
서 교회 설립이래 최초로 목사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며 기도를 당부하였
다.
“신자는 모든 부정적인 상황 가운데서 긍정의 씨앗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
다.” 참으로 이것이 유익이었다. 그간 국가와 위정자들을 위하여
기도의 끈
을 놓았던 것이 얼마나 송구스럽던지, 어찌 보면 작금의 사태는 나를 포함
한 ‘개인 구원 지상론자’들의 책임이 아닌가?
사도를 통한 주님의 당부가 새삼 떠오른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
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한 중에 고요
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니라”(딤전 2:1-2).
사실은 그렇다. 보수적 기독인, 이것이 우리 정체이다. 우리 자신의 책임이
다. 우리가 국가의 형편에 관심을 기울이며 더욱 애절한 기도를 드려야 했
다. 나라가 평안하여야 교회가 평안하고 나라가 융성하여야 영적 사명을 마음
껏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혼란 속에서 더욱 큰 소망의 씨앗들
을 발견한다. 이번 기회를 영적 각성의 계기로 삼아 온 한국교회가 나라와 민
족을 위한 기도의 불꽃을 당길 수 있다면 반드시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여러분, 이 나라는 어떤 정치인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는 사
람들의 두 손에, 어깨에, 무릎에 달려있습니다.”
교우들의 눈빛
이 더할 수 없이 진지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여러분은 조금도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께
뿌리를 깊게 내리고 중심을 잡으십시오. 그 뿌리를 그리스도께 내리고 있으
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영원히 동일하신 반석이시기 때문입
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뿌리가 세상에 박혀 있으면 여러분은 지금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세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앞
으로도 수없이 많이, 이리저리 흔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목사의 힘들어하는 설교에 ‘아멘!’이라고 화답하는 사랑하는 교우들의 눈빛에
서 한국교회와 이 나라의 미래를 본다.
예레미야 5장 1절에서 “공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
으면 이 성을 사해주겠노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의인 열 명을 찾으면 소돔성
의 죄악이라도 용서하겠노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이 아닌가?
“우리 교회에서 그 한 사람을 찾아내시고 이 회중 가운데서 그 열 명을 찾아
주소서!”
이것이 오늘의 사태를 바라보는 한 목사의 간절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