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자선 깡통
김북경/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총장
몇년전 성탄절을 맞아 모금통을 가지고 길거리에 나선 적이 있다. 영국의
한 교회에서 마약 중독자를 위한 모금을 하는데 길에서 돈을 거둘 사람이 필
요하다고 했다.
낮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목사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영업하는 김집
사와 내가 자원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깡통 하나씩을 받아들고 킹스턴 쇼핑몰
에 나갔다. 거지도 몰려다니지 않는다는 상식이 있어서 우리도 서로 떨어져
서 모금하기로 하였다.
모금통을 들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쑥스러운 표정이다. 내가 배고파
서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기면서도 어쩐지 주눅 드는 감정을 떨
쳐버릴 수 없었다. 깡통을 들고 백화점 한 모퉁이에 섰다. 떳떳하게 구걸하
는 영국 거지들(노숙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주일 예배가 끝난 후 빵과 수프
를 나누어 먹던 것이 생각난다. 그들은 한결 같이 잘난 사람들이다. 큰소리치
며 하는 말은 대개 두 가지로 요약된다
. 자기도 과거에 교회에 나갔으며 그리
고 잘 살던 때도 있었단다.
이렇게 말하는 데는 숨은 뜻이 있다. 첫째 빵 한조각 주면서 전도하지 말라
는 것. 그리고 자기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래뵈도…”다.
나는 지금 구걸하는 입장에 서 있다. 깡통을 어설프게 들고 지나가는 사람
들의 눈과 주머니를 번갈아 본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
해 선물을 사 러가는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성탄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전
통이 어디서 왔는지 그들이 알고 있을까? 하나님께서 노숙자와 같은 인간에
게 자기 아들을 선물로 주신데 대한 감사한 마음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갑자기 “하이. 킴!”하는 소리가 들린다. 친한 친구 쌜리 다. “너 여기서
뭘 하고 있니, 킴?” 반가운 그러나 놀란 눈치다. “응, 마약 중독자를 위한 모
금이야.(돈 좀 내라!)”
“그래. 잘해봐(땡그랑~.) 굳바이, 킴”
안도의 숨~ “역시 나는 거지가 아니란 말이야.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
니까.” 김 집사가 깡통을 들고 나타났다. “얼마나 벌었어요, 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