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인 교회_이홍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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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개혁주의 교회관

보편적인 교회

이홍년 목사/전남노회

요즘 신자들은 교회의 보편성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교회는 보편성
이 있어야 한다 해서 기성교회(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교회)와 똑같이 하
든, 아니면 그와 비슷하게 해서 차이가 부각되지 않게 하는 것을 보편성이라
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교회의 보편성은 주변의 교회들과 비슷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
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참 교회는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것을 뜻한다. 다
시 말하면 교회는 하나의 통일된 특징을 갖는다는 점에서 하나이다는 의미이
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참 진리이신 그리스도의 
통제만을 받고, 그리스도만을 사랑하고, 그에게만 순종을 드린다는 점에서 그
렇다.

교회는 통일성과 거룩성 안에서 본질적으로 구별이 없는 하나의 교회이다. 교
회의 통일성이란 모든 본질의 교회가 그리스도와 생명으로 연결된 지체로서 
통일성을 갖는다. 그리고 교회는 
그리스도 다스림과 성령의 인도아래 있으면
서 하나님의 목적을 위하여 구별된 존재로서의 거룩성을 가지고 있다(출 
19:5-6). 

교회가 보편교회로서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주변 교회들과 차이가 없
다는 것이 아니라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때도 성경은 어디까지
나 해석하기 나름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역사적인 보편의 교회와 그들이 고백해서 내 놓은 역사적인 신앙이다. 
어느 시대에 존재했던 교회인가 혹은 어느 지역에 존재하는 교회인가를 불문
하고 하나님의 교회가 사도들과 선지자들이 전한 그리스도의 진리 앞에서 어
떻게 복종하고 나갔으며, 그리하여 이 교회는 어떤 형태를 띄게 되었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모든 것을 생략하고 교회의 세 가지 표지로 말씀
의 참된 전파와 성례를 거룩히 시행하는 일과 정당한 권징의 실시를 들었다
(벨직신앙고백 제29조). 이것이 참 교회와 거짓 교회를 구별하는 표지이자 교
회의 속성을 바로 유지하는 길이다.

만약 지금 이 시대의 교회들이 이 세 가지 요건을 잘 충족시키고, 여기에 하
자가 없이 서 간다면 여
기에서 자기를 구별시키거나 분리시키는 것은 큰 잘못
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교회들이 이 세 가지 요건을 바르게 충족시키지 못한
다면 그것이 대세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문제
는 이 시대의 교회가 배교의 도도한 물결 위에 서 있다는 것이요, 그러한 현
실은 설교의 타락과 성례를 개방시키는 운동과(close table을 open table로 
전환시키는 일, 예를 들면 성찬을 세례 받지 않은 자에게 개방하는 일이나 혹
은 성찬이나 세례를 교회가 아닌 기관이나 학교에서 베풀도록 허용하는 일 등
을 말한다. 이런 일이 주로 한국의 가장 큰 교단이나 혹은 한국에서 대표적
인 교회로 이름을 올리는 덩치 큰 교회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파장이 크
다), 권징이 사라지는 현실(타교회에서 책벌받고 해벌된 일이 없는 자를 아무
런 하자 없이 교인으로 등록시키는 일 등이다. 이런 것이 오히려 교회의 통일
성을 깨뜨리는 일이다)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 것의 구별을 철폐해야 교회가 더욱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사람들은 또 교회를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것
이 복음을 효과
적으로 전하는 길이고 결과적으로 교회도 부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일이 대세를 이루게 되고 이것이 교회의 보편성으로 받아들여지
는 현실을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까? 

복음의 전파가 교회의 큰 사명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러나 복음 전파를 목적으
로 교회의 본질과 속성을 복음 전파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
다. 복음 전파를 위해서 세상과 구별되어야 할 교회의 속성을 스스로 철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 부흥을 목적으로 신앙고백의 터 위에 확고히 서 있
는 개혁교회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효과적인 복음전파
를 위해서 복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잘못된 생각들이 이 시대의 대세가 되어 여기에 합류하지 않는 교회들
은 기성교회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비춰지게 되고 그래서 심하면 분파주의라
는 소리도 듣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신도들의 혼돈만 깊어가고 있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교회처럼 하지 않으면 그것은 교회의 보편성
을 깨뜨리는 것이고 자기만 옳다고 하는 독단적인 분파주의에 속하는 것인
가? 교회 부흥(물론 이것을 
복음전파라는 말로 포장하기는 하지만)이라는 당
면한 과제 아래 교회의 속성을 장애물처럼 여기는 것이 교회의 보편성을 심각
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우리는 더 당당하게 복음을 전해야 하겠다. 좋은 광고의 기법으로 사람의 눈
치를 보아 가면서 하는 것 말고 당당하게 씨를 뿌리되 그 결과는 우리의 신앙
고백대로 주께서 친히 거두시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고전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