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종 목사, 합신세계선교회 총무 >
“정체성 혼란 겪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준비 필요해”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만큼 소중한 것이 이 땅에 또 있을까? 선교사들도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느 한국 부모들과 다를 바 없다.
여전히 열악한 선교지 교육환경
자녀들을 보다 좋은 환경과 여건에서 교육받게 하고 싶은 게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리라. 하지만 선교지의 교육여건은 여의치가 못하고 대부분이 한국보
다 열악한 게 현실이다. 지방이나 오지로 갈수록 형편은 더 나쁠 수밖에 없
다.
현지학교를 보내게 되면 해당 국가의 종교교육이나 사상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되는 경우도 있고, 문화적인 차이나 언어의 어눌함 때문에 현지 아이들
로부터 놀림을 받기도 한다.
부모의 사역지를 따라 학교를 여러 번 옮기다 보면 자녀들의 마음속에 서서
히 상처들이 자리 잡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초창기 선교사들 중에
좋은 모범을 보여준 분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선교사 자녀교육 문제를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크지 않았
기에 지금까지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로 여겨왔다. 그렇
다 보니 선교사자녀(MK)들이 다니는 선교사 자녀학교나 영어로 배우는 국제
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 후의 대학 진학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선교사 자녀학교나 국제학교는 주로 큰 도시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선교사역의 지역적인 제한이 가해질 뿐 아니라 입학하려면 신청한 후 오래
대기하고 기다려야 하는데, 심지어는 몇 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은 지역에서는 선교사들 몇 명이 힘을 합쳐 선교사 자녀학
교를 만들어 힘겹게 운영하기도 하고, 부모가 직접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에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될 수밖에 없
게 된다. 부모는 소명을 따라 선교지에 나왔다지만, 자녀들은 그저 낯 선 땅
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해야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많은 선
교사들이 자녀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목표가 불분명한 채 어릴 적부터 수업료
가 비싼 국제학교나 영어권 학교와 대학으로 자녀들을 보내는 일이 점차 많
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여건이 좋은 대도시를 선호하고 소도시나 오지로 가지 않으려
는 경향도 있다. 복음이 더 필요한 지역보다는 복음화의 진전이 뚜렷한 지역
에 선교사가 밀집하는 현상 저변에는 자녀교육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선교사들의 국제학교 선호 현상은 자녀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기 어
렵게 만들기도 한다. 일부 선교사들 중에는 약12년 이상 해외 거주자들에게
주어지는 대학 특례입학 혜택을 받기 위해서 본국사역(안식년) 기간 중에도
자녀들을 국내의 학교에 입학 시키지 않거나 아예 해외에서 지내기도 한다.
안식년을 한국에서 지내게 되면 아이들이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도 만나
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부족한 한국어를 보충하고 한국
문화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선교사
자녀들이 흔히 겪게 되는 정체성 혼란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임
은 분명하다.
지난 1994년도에 한국선교계는 한국선교가 보다 건전하게 발전하고 육성되기
를 바라며 “한국교회의 선교를 위한 윤리요강 및 사역원리”를 제정한 바 있
었다. 그 내용 중에는 선교사 자녀교육 정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인 선교사 자녀교육의 목표는 한국인 선교사 자녀가 한국인의 얼과 정
체성을 지니고 한국교회의 좋은 신앙을 물려받은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하며 국제적 감각을 갖도록 하여 장차 성장하여 살게 될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한다. …..가능한 부모가 가장 가까운 현지인 학교 혹은 미
션스쿨에서 교육받게 하며……”라고 되어 있었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 정책이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 돌이켜 보며 앞으로의
한국 선교사 자녀 교육을 위한 철학과 방향을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국내 대학입학이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여느 부모들도 겪는 어려움이다.
미리미리 입시 제도를 잘 이해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나간다
면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최근 대학들이 수시 입학제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국
내의 고등학교를 졸
업하게 된다면 수시입학의 기회가 폭 넓게 열리고 있으므로 최소한 고등학교
만이라도 한국에서 다니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척박한 땅에
서 자녀문제로 힘들어하는 선교사들이 분명한 교육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
하다.
분명한 교육관 갖는 것 중요해
좁은 문, 좁은 길을 외롭게 그러나 기쁘게 가는 선교사와 그 자녀들에게 하
나님이 주신 미래는 항상 복되다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