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유감
최광희 목사_행복한교회
나는 가을만 되면 알레르기 비염으로 불편을 겪는다. 알레르기는 크게 네 가
지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코로 오면 비염, 피부로 오면 두드러기, 기관지로 오
면 천식, 눈으로 오면 결막염이라고 부른다. 이 귀찮은 알레르기는 왜 생겨나
는 것인가?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몸 속의 항체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한 결과라고
한다. 우리 몸은 나쁜 병균이 침입하면 이를 훌륭히 막아내는데 그런 기능을
하는 것이 항체이다. 몸에 병원균이 침입하면 이것을 IgE 항체들이 촘촘히 감
싸게 되는데 이렇게 잘 싸인 병원균들은 먹기 좋은 당의정 같아서 킬러세포
가 쉽게 잡아먹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항체가 병원균이 아닌 것을 잘못
인식하여 공격하는 데서 생겨난 이상 증후가 바로 알레르기 증상이다.
요즘처럼 알레르기가 유명해진 것은 몇 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
게 알레르기 환자가 많아진 것이 우리 몸에 기생충들이 없어진 것과 때를 같
이 한다는 것이 연구자
들의 주장이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다섯 가지 항
체 가운데 하나인 IgE 항체는 원래 기생충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항체이다. 그
런데 우리가 구충제로 기생충을 박멸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면서부터 항체
가 싸울 대상이 없어졌다. 그러자 할 일 없는 IgE 항체는 비병원균 물질이나
심지어 자기 몸의 조직까지 공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설명을 듣고 있으면 몸의 항체와 그 항체의 주인인 인간이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은 무엇인가 싸울 대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싸워야
할 대상을 바로 아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싸울 대상이 없으면 내 편이라
도 공격하는 해야 하는 것이 사람의 약점인데 막상 우리 대적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이 얼마나 심각한가? 사실 우리의 적은 우리가 힘을 다해 싸우고 힘
을 합쳐 싸워도 부족할 만큼 많고 강하다.
우리의 첫째 적은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고 있는 마귀이다. 만일 마귀들
이 모두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스미스의 복장을 하고 다닌다면 우리는 얼마
나 소름이 끼칠까? 혹은 만화에 나오는 뿔나고 꼬리 달린 모습으로 창을 들
고 돌아다닌다면 그 얼마나 흉측한가? 그런
데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모습으로 마귀는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적은 내 속에 있는 죄성이다. 마귀
가 프로포즈하면 언제나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의 악함과 미움과 분노
와 교만과 게으름 등등이 각자가 싸워서 이겨야 할 심각한 적이다. 내 안에
있는 이 적만 없다면 밖에 있는 마귀는 별로 심각하지 않다. 트로이의 목마처
럼 안으로 숨어들어 온 스파이가 성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밖에 있는 적이 몰
려 들어와서 성을 멸망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까운 일은 곳곳에 있다. 아담의 가정에서 시작된 책임전가는 우리
가정 안에도 있다. 고린도교회에서 비롯된 편가르기는 한국 교회 안에도 문제
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망국병이었던 당쟁과 색깔 나누기는 유구한 전통
을 자랑(?)하고 있다.
이 시간에 나의 소원은 이것이다. 비록 우리 몸에는 알레르기 있더라도 우리
가 함께 살아가는 귀한 공동체 속에는 알레르기가 없어지면 좋겠다. IgE 항체
처럼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실수가 없었으면 좋겠다. 내편인 우
리 가족, 우리 성
도, 우리 민족을 공격하지 않고 보호하는 항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