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지 않는 말
황대연 목사/한가족교회
개척교회 목회자는 누구나 마찬가지이듯이 저 역시 주일학교부터 시작하여
장년에 이르기까지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와 성경공부를 인도합니다. 그렇
게 몇 년을 계속해 오면서 교회는 빨리 성장하지 않고 때때로 속 모르는 교
인들과 어린이들로 인해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갈 무렵의 어느 날이었습니
다.
그날 따라 어린이들이 어찌나 주의가 산만하든지, 예배의 시작부터 마치 시
장판을 방불케 했습니다. 저는 속이 상했고 그래서 그중 언제나처럼 제일 시
끄럽게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녀석 하나를 불러 내 “교회에 떠들고 장난
하려고 왔어? 그러려면 앞으로 오지마!” 야단을 쳤습니다. 저는 말을 해 놓
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습니다. 이런 제 서슬에 아이들은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어린이 예배는 그렇게 마쳤습니다.
야단을 맞은 아이는 내내 풀이 죽어있었고 예배가 끝나자마자 교회에서 주
는 간식도 받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일부터 아이는 교회에
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를 나오지 않게 된 것이지요.
처음에는 이 아이가 없음으로 예배 분위기가 훨씬 조용하고 아이들도 집중하
는 것이 좋아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날마다 무
릎을 꿇는 어느 날 새벽에 그 아이의 모습이 가슴 아프게 떠올랐습니다.
“나도 어렸을 때는 정말 못말리는 개구쟁이였는데, 그래도 들을 건 다 들었
는데, 내가 무슨 권리로 주께서 사랑하시는 아이를 내쳤단 말인가!”
저는 아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다행이 아이는 놀이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
습니다. 아이는 먼저 나를 알아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오려다가 주춤거립니
다. 이 모습을 보고 저는 눈물이 납니다.
“이리와.”
그제야 아이는 쭈뼛쭈뼛 다가옵니다. 저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합니
다.
“미안해, 목사님이 잘못했어.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서 목사님이 너무 화가
났었나봐. 하지만 네가 교회에 안 나오니까 너무 슬프다. 그리고 보고싶 었
어.”
이번 주일에 꼭 만나자는 말에 꼭 오겠다는 말로 아이는 밝게 웃으며 목사님
을 용서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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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저는 결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
도, 설령 염소같이 뿔로 들이받으며 목자를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도 내
입으로는, 내 입으로는 가라고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몇 년을 목회해오면서 간간이 힘든 일들, 힘들게 만드는 교인들이 있
었습니다. 목사도 사람인지라, 때리면 아프고, 찌르면 피가 납니다. 없는 소
리하면 억울하고, 분하기도 합니다. 당장에 불러내서 호통치고, 상처가 되
건 말건, 교회를 떠나건 말건, 내 하고 싶은 말 직성이 풀리도록 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저는 그 어느 날의 어린 영혼과의 만남을 생각합니다. 그리
고 내 입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내 속사정을 다 아시고 판
단하시는 공의로우신 주님 앞에 울기도 하고, 그저 맡깁니다.
요즘 힘들게 하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