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성도 이야기
박종훈 목사/ 궁산교회
우리 교회에 다니는 85세나 되는 할머니 성도 한 분이 계신다. 이름은 남궁
사례. 처음에는 계속 나오다 말다 중단하기를 일곱 번이나 하더니 여덟 번째
는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신다. 그야말로 칠전팔기의 신앙심을(?) 가진 분이
시다. 동네에 아들도 살고 딸도 있지만, 강건하시기에 교회에서 이십여 보
떨어진 곳에 혼자서 살고 계신다
나이 많은 노인이고 글을 모르기에 현대의 편리한 모든 도구가 그분에게는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온다.
“박 박사님. 이것이 어째 그런다우…?”
“왜요? “
“엊저녁에 추와서 혼났어라이”.
알고 보니 전기담요의 온도 조절기를 가장 낮은 상태로 돌린 것이다. 지난
번, 분명히 정상으로 해놓고 나서 설명을 했었는데 그만 올린다는 것이 최하
로 내려놓았던 것이다. 전기 담요 뿐 아니라 T V도 끄고 켜기만 하지, 채널
은 어떻게 할지를 모른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뭐가 안 돼도 나를 부
르고,
내가 없을 땐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보람
으로 알고 늘 기꺼이 돌봐 드렸다.
그런데 나를 부르는 호칭이 참 여러 가지이다. 전도사를 거쳐 강도사 그리
고 목사가 된지 이태나 지난 지금이야 겨우 목사님이란 호칭을 올바로 부른
다.
전도사 때는 “전..사.. 님…?”
강도사 때는 “강..사..님..?”
목사가 된 그 해는 참 여러 가지로 불렀다.
“복 사 님?:”
“박 박사님”.
“박 장롱 님.”
“박 집사 님”
동네에 또 어떤 분은 ‘박 주사’ 라고 부른다. 기독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
람들이 살다 보니, 그 들로서는 상당히 헷갈리는가 보다.
월말에는 전기요금과 전화고지서가 나온다. 그러면 그 고지서를 들고 사택
을 찾아온다.
“목사님. 이것이 뭐당가요?”
알고 보니 자동납부 고지서이다. 자녀들이 자동으로 납부하도록 해 놓았던
것이다. 나는 알아듣도록 설명을 해 드리지만 그 때뿐이다. 다음 달이 되면
또 어김없이 우편물을 들고 오신다. 우리에게 설명을 들어야 안심이 되는가
보다. 교회 와서도 들으면 금방 잊어버린다고 한
다. 사람은 늙으면 다 그런
가 보다. 어쩌다 교회에 안 나오시면 그 자리가 크게 보인다. 나름대로 그
영혼은 하나님을 찾아가리라 보면서 귀하게 여긴다.
어느 날 할머니가 배가 몹시 아프다며 병원에 가자고 한다. 나는 가까운 해
리 면소재지의 한 병원에 모셔다 드렸다. 진찰을 한 의사는 맹장 같다며 읍
내인 고창병원에 가라는 것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자녀들에게 연
락하여 그들이 모시도록 하였다. 나중에 들으니 고창에서 전주 큰 병원으로
입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삼 사일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따님에게 들으
니 대장암 말기라 한다. 이제 돌아가실 때가 됐음을 알고 성도들과 예배를
드리고 종종 기도를 해 드렸다. 본인은 무슨 병인지 지금껏 모르고 있다. 단
지 하나님의 뜻대로 해 달라고 기도했다. 돌아가실 병이면 믿음으로 준비하
면서 큰 고통 없도록 해 달라고…. 혹 생명이 연장된다면 낫게 해 달라
고…..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니 돌아가실 것 같다. 나는 할머니 성도에
게 물어봤다.
“더 사시고 싶으세요?”
“목사님, 나 한 삼 년만 더 살다 가고 싶은 디….”
생명에 대한
애착은 늙을수록 더 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한 달쯤 지나서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여 지금까지 교회에 잘
나오신다. 아내와 나는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 본다. 의사가 오진(誤診)을
한 것이든지, 아니면 기도를 들어 주셔서 그런지……,
오늘도 여전히 부탁하려 오신다.
“어째 방이 안 따뜻하다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