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술책
변이주 <목사 전북노회 알곡교회 담임>
월남전에 참전했다는 어느 병사가 현지 아가씨를 사귀어 정이 퍽 깊이 들어더
랍니다. 월남에서의 임무가 끝나 병사가 귀국하게 되었을 때 월남 아가씨가
병사에게 물었답니다. 이별할 때의 가장 섭섭한 마음을 한국말로는 어떻게 표
현합니까?
“어, 그거 웃기네!” 하면 되는 거요.
병사가 탄 귀국선이 막 떠나려 할 때, 월남 아가씨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모
습으로 “웃기네! 웃기네!” 하며 손을 흔들더랍니다. 그러자 병사도 손을 흔들
며 “니가 더 웃긴다!”
정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러나 한 번 깊이 생각해 보면
꼭 웃을 수만도 없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신앙과 신학, 인격과 학식
등이 모두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우리말, 곧 국어라는 사실
에 대해 깊이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회자의 생명인 목회 활동 즉 설교, 교육, 심방
등이 언어에 의해 이루어
진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우리 목회자들이야말로 반드시 상식 수준 이상의
국어 실력을 갖추어야 하리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차 잘못하면 우리 목회자들이, 위에 예를 든 월남 아가씨와 같은 경우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월남 아가씨를 이용해 유희를 맛보려는 병사처럼 사
탄이 목회자들을 감쪽같이 속여서 세상에 웃음거리를 만들고, 목회를 방해하
기 위해 온갖 간교한 궤계를 다 동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탄의 술책 중에 하나가 바로 목회자들로 하여금 우리말에 대한 감각과 관심
을 무디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 곧 언어는 말하는 사람 그 자체
이기 때문에 말에 대한 감각이 희미한 사람은 생각이나 사상 또는 인격이 흐
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장본인>이란 본래 “못된 일을 저지르거나
물의를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김 목사님을 우리
교회를 개척하신 장본인이다”고 했다면 이 얼마나 딱한 일이겠습니까.
이 외에도 국어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여 자신도 모르게 실수하는 경우는 부지
기수로 많
습니다. 참으로 우리 목회자들이 ‘우리말’에 대해서도 깨어 있어야
할 때임을 절감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