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진칼럼>
아듀 2002 조망법
성주진 교수
새해에 대한 벅찬 기대를 가슴에 품고 새롭게 결심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정산’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나가는 해를 되돌아보는 것은 조망의 의미가 있는 줄
압니다. 조망은 현실의 번잡함과 일상의 분주함에 갇혀 미처 보지 못했던 소
중한 의미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입니다. 여기저기 흐트러진 지나간 사건들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일관된 은혜의 궤적을 찾아내는 작업이지요. 한 해를 의
미 있게 마무리하도록 도와줄 조망법 10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는 믿음의 안목으로 돌아보는 것입니다. 하나님
은 ‘세초부터 세말까지’ 자기 백성들을 붙드시고 보살피시는 분입니다. 지난
날을 돌아보면서 사랑하시는 자녀를 향하신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에 대한 흔
들리지 않는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감사와 경외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은 아버지
에 대한 자녀
의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감사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합니다. 상
한 영혼을 치유하고, 초라한 삶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임재를 회복시키
는 능력이 있습니다. 감사는 은혜의 언약을 갱신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셋째, 지나간 잘못을 찾아내어 용서를 받음으로 구속의 축복을 누리는 것입
니다. 불완전한 사람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불완전한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상
처를 입기도 하고 입히기도 합니다.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만, 하
나님의 용서는 과거의 파괴적 영향을 뒤집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
미 저질러진 성도의 잘못까지도 사용하셔서 현재와 장래의 유익을 계획하시
고 이루시는 자비와 능력의 주님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죄책과 죄책감을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죄책과 죄책감은 다릅
니다. 보통 죄책이 있는 곳에 죄책감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
다. 둔감한 양심은 죄책이 있는데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반면에 약한
양심은 용서받은 죄책에 대해서도 여전히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은혜
의 조망은 막연한 죄책감까지 찾아내어 해결하고 떨쳐버리게 만듭니다.
다섯 번
째, 조망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합니다. 믿음의 조망은 하나님
의 역사를 분별하게 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방향을 쉽게 가늠하게 합니
다. 하나님의 일관성 있는 부르심과 인도가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나
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섯 번째, 커다란 성공이나 실패에 집착하지 말고 작은 순종을 중요하게 바
라보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진학하는 대학과 학과는 성공과 실패의 척
도가 아닙니다. 선택하고 인도받는 과정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성공뿐만 아니
라 실패를 통해서도 그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의 진실한 순종입니다.
일곱 번째, 하나님께 대한 약속을 지켰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
님 앞에서 어떤 일을 작정할 때 그것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뜻이 됩니다. 그래
서 엘가나는 아내 한나의 서원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인 후에는 그것을 하나님
의 뜻으로 알고 순종하였습니다. 언약의 하나님은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을 귀하게 여깁니다.
여덟 번째,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대해 얼마나 충실했는지 따져 보아야 합니
다. 사람마다 직업은 다르지만 주님
에게 받은 근본적인 소명은 똑같습니다.
주어진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룸으로 그분의 통치와 은혜를 나타내
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함으로 그분께 영광을 돌리는 일입니다.
아홉 번째, 숫자의 증가보다 태도의 변화를, 능률의 향상보다 신앙인격의 성
숙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현대는 숫자와 능률을 숭상하는 시대입니다. 사업가
는 수입의 증대를, 직장인은 월급의 인상을, 학생은 성적의 향상을 추구합니
다. 이같은 추구가 믿음의 동기, 태도와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조망의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 돌아보는 일입니다. 막연하게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가장 가까
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있는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
습니다. 내 이웃의 한 영혼과 그에 대한 태도의 변화 또한 조망의 초점입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