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윤호 장로_‘선교와 비평’ 발행인
49문>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오르심은 우리에게 어떤 유익을 줍니까?
답> 첫째, 그리스도는 우리의 대언자로 하늘에서 우리를 위해 그의 아버지
앞에서 간구하십니다. 둘째, 우리의 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있으며,
이것은 머리되신 그리스도께서 그의 지체인 우리를 그에게로 이끌어 올리실
것에 대한 확실한 보증입니다. 셋째, 그리스도는 그 보증으로 그의 성신을
우리에게 보내시며, 우리는 성신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신 위의 것을 구하고 땅의 것을 구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살고 있지만 세상과 구별된 존재입니다. 세상과는 달
리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재창조된 새로운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우
리 그리스도인이 가지는 구별성은 세상 사람들과 같이 땅의 것을 구하지 않
고 위의 것을 구한다는 데 있습니다.
성도는 재창조 받은 새로운 존재
위의 것을 구한다 함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고
계시며 훗날 우리가 주님을 대면하게 될 그 영광스러운 곳에 우리의 가치관
을 두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오르심으로 성도의 이러
한 삶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땅의 것을 구하지 말고 위의 것을 구하라는 말씀은 사도바울이 골로새 교인
들에게 당부한 말씀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골 3:1-2). 바울의 이 말씀
은 골로새 교회가 처한 형편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시 골로새 교회는 거
짓 교사들의 해로운 가르침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거짓 교사들과 그들의 가르침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의 가르침에서 몇몇 이교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
다. 하나는 그들이 가진 신비주의적 신앙 형태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것과
어우러져 있는 유대주의적 의식입니다.
예컨대 그 거짓 교사들은 골로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천사 숭배와 같은 특별
한 형태의 신앙을 요구했으며, 육체를 다스리기 위한 일정한 유대교적 수행
규칙을 역설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 권능을 온전히 신뢰하
지 못하고 구원을 위한 다른 조건들을
거기에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거짓 교사의 가르침을 경계하도록 한 후 ‘그러므로’ 라는 접속사
를 앞세워 사도 바울이 하신 말씀이 바로 땅의 것이 아닌 위의 것을 구하라
는 당부였습니다. 그러므로 ‘땅의 것’이라는 말 속에는 세상 사람들이 일
반적으로 추구하는 세속적 가치관만 포함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골로새 교회에서 거짓 교사들이 추구하는 신앙 역시 땅의 것으로 생각해
야 합니다. 그 거짓 가르침의 근원이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가 아니라 땅에
있는 인간의 생각 혹은 사단의 계략에 있으므로 그것 역시 땅에 속한 것이
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골로새 성도들은 쉽지 않은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거짓 교사들의 추구하는 것이 분명 땅에 속한 것이지만, 그 겉모습
은 마치 위의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천사 숭배
와 같이 신비스러운 신앙 생활을 요구합니다. 거짓 교사들이 추구하는 영적
인 세계는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물질적인 목표와는 분명 구별되어 보였을
것입니다. 어떤 교인들은 그들의 가르침을 고상한 것으로 여기고 따랐을 것
입니다.
일정한
형태의 금욕적 수행규칙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탕함을 즐기기 좋아하
는 세상 사람들의 삶과 비교해 볼 때, 금욕적 규칙을 요구하는 그들의 가르
침은 분명 위의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것들이 모두 거짓인 이유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붙어있지 않았기 때
문입니다(골 2:19).
예나 지금이나 위의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에 입을 모으지만, 실제로 무엇
이 위의 것을 추구하는 삶인지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 교회가
직면한 어려움입니다. 마치 위의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렇지 못한 것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것이란 단지 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세속적 가치관과 달라 보이는 막
연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시는 그 내용과 우리의 추구하는 것이 일치할 때 우리는 비로소 위에
것을 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땅의 것을 구하지 않고 위의 것을 구하는 것은 고난이 예고된
전투적인 삶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위의 것을 구하는 것은 땅에 있
는 지체를 ‘죽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골 3:5).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인다
는 말은 성도 개인의 인격체 속에 있는 세속적 요소를 버려야 함을 의미합니
다.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 경건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진리와 무
관한 것들을 구별하여 제거하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사단은 교회의 이 일을 방해할 것입니다. 이미 패배를 당한 사단이지만 여전
히 교회로 하여금 배교하도록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
로 요리문답에서는 우리가 위의 것을 구하는 것은 오직 승리하신 그리스도께
서 보내신 성령의 사역으로 가능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단의 간교한 유혹과 싸워야 해
우리 스스로의 기준이 아닌 오직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정확하
게 일치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위의 것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승천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을 누리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