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7>
역동적 교회
이윤호 집사_선교와비평 발행인
<9문> 하나님께서 사람이 행할 수 없는 것을 그의 율법에서 요구하신다면 이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닙니까?
<답> 아닙니다. 하나님은 행할 수 있도록 창조하셨으나, 사람은 마귀의 꾐에
빠져 고의로 불순종하였고, 그 결과 자기 자신뿐 아니라 그의 모든 후손도 하
나님의 그러한 선물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최초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을까? 자유의지가 없었다면 ‘고의적인’ 인간의 범
죄도 없었을 텐데.
자유의지는 첫 사람의 능력
하나님은 태초에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게 사람을 선하게 만드시고(6문) 사람
으로 하여금 이 세상을 다스리게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첫 사람에게 법을
주셔서 그것에 따를 것을 명령하시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
다. 이와 더불어 사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 즉 자유의지를 주셨습니
다.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자
유의지를 주신 것은 하나님과 인간사이의 역동적
인 관계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자신의 관계가 일정한 상태
에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교제의 수준이 점점 발전적으로 성장하기
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이 역동성은 본성적으로 죄 된 오늘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듯 어떤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었습
니다. 그렇지만 최초 사람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보다 사탄의 유혹에 빠
져 자율적인 존재가 되려했을 때 하나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세상을 다스리는
것도 실패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에덴동산 밖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인간에
게 언약을 맺으시고 율법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백성에게 율법을
주신 것 역시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사랑
의 표현이었습니다.
만약 그의 백성이 자율적인 의지로 율법을 지켜나가며 성취욕을 채우려한다
면 이 율법은 부당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담의 범죄
후 사람
은 본성적으로 전적 무능한 존재가 되었으므로 이 율법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율법을 통해서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과 인간
의 근원적 비참함을 앎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게 된다면 하나님
의 백성으로서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의 교회에게 여전히 역동적인 관계를 요구하십니다. 교회가 가
지는 역동성은 교회 밖의 세상이 가지는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세상에서
는 독립적으로 어떤 인상적인 일을 창조적으로 해 낼 때 그것을 역동적이라
합니다. 그렇지만 교회에서 역동성이란 단지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말합니
다. 외형적으로 무미건조해 보일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하나님의 계시가 없이는 마음대로 어떠한 것들도 고안해 내서는 안 된다는 율
법의 교훈을 우리는 이미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고안해 냈
을 때 그것은 결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최
초 인간의 범죄 후 사람은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것을 행할 능력을 완전히 상
실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예배를 하고 선교와 구제를 할 때 인본주의적 아이디어
에 의존하거나
세상에서 인정받는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이 때 비록 외형
적인 활기는 있어 보일지 모르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역동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의 실천 하나하나를 성경말씀에 비추어 보아
우리가 말씀에 순종하고 있는가, 아니면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늘 점검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의 실천 중에서 사람의 아이디어로부터 나
온 것을 철저히 제거하는 것, 이를 통해 교회는 역동적인 모습을 갖추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역동적인 삶은 말씀 순종에서
하나님께서는 결코 율법을 통해서 부당한 요구를 하시지 않습니다. 율법은
사람이 하나님의 선물을 상실하게 됨에서 비롯된 본성적 비참함을 일깨워 줍
니다. 이것은 또한 어떻게 해야 역동적인 교회의 모습을 나타낼 수 있는지 일
깨워줍니다. 교회의 역동성은 교회의 성장이나 활력이 아니라 완전히 무능한
존재를 자각함으로 하나님과 그의 말씀에 철저하게 의존함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