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신해설 49> 은혜언약과 구약 <7장 5항>_김병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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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언약과 구약 <75>

김병훈 목사, 합신 조직신학 교수

 

구원은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시기 전인 율법 시대에서나, 그리스도께서 지상의 사역을 마치시고 승천한 이후인 복음의 시대에서나 동일하게 그리스도의 은혜로만 받을 수 있어

 

신약 시대는 복음의 순종을 통하여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반면에, 구약 시대는 율법의 순종을 통하여 행위로, 곧 자신의 공로로 구원을 받는다는 식의 잘못된 판단 갖지 않아야

 

 

7장 5항: “이 언약은 율법의 시대와 복음의 시대에서 각각 다르게 실행이 되었다. 율법 아래에서 그것은 약속들, 예언들, 희생제사들, 할례, 유월절 어린 양, 그리고 유대 백성들에게 전달된 여러 모형들과 규례들에 의해 실행이 되었으며, 이 모든 것들은 오실 그리스도를 미리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성령의 활동으로 인하여 그 당시에 약속된 메시야에 대한 신앙으로 선택받은 자들을 가르치고 자라게 하기에 충분하며 유효적이었다. 그 약속된 메시야로 말미암아 그들은 완전한 죄 사함과 영원한 구원을 받았다. 이를 구약이라고 일컫는다.”

 

 

본 항은 은혜 언약의 실행이 두 세대를 따라 진행이 되었음을 교훈합니다. 하나는 율법의 시대이며, 다른 하나는 복음의 시대입니다. 이처럼 두 세대를 따라 은혜 언약이 실행이 되었다는 설명은 두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도록 합니다.

곧 은혜 언약은 실체적으로 하나뿐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율법의 시대와 복음의 시대라는 두 세대들의 구별은 은혜 언약의 본질에 관한 구별이 아니라 동일한 은혜 언약의 실행 방식의 구별이라는 사실입니다.

본 항은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하나뿐인 은혜 언약이 율법의 시대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이 되었는지를 교훈합니다.

 

  1. 두 세대에 걸쳐 실행된 은혜 언약

 

하나님의 언약을 생각할 때에 은혜 언약이 비록 두 세대들을 따라 실행이 되었지만, 율법의 시대와 복음의 시대의 언약이 본질상 동일한 은혜 언약이라는 사실을 먼저 유념하여야 합니다.

은혜 언약의 당사자 한 편은 은혜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며, 또한 다른 한 편의 대상자는 타락하여 심판 아래 놓인 죄인들 가운데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기 위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하신 자들입니다. 이러한 언약 대상자들의 관계는 언약의 기초가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이며 그것에 근거한 하나님의 계획과 실행의 중심이 그리스도에게 있음을 보여줍니다.

은혜 언약은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긍휼과 사랑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한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한 작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언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인들을 불러 그들을 선택하여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영생의 복을 누리도록 하는 언약은 오직 하나님의 불변하며 신실한 성품과 그리스도의 은혜로 인한 것입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구원의 은혜를 영원 전에 작정을 하시고 세상의 만물의 시작과 더불어 그의 작정된 계획을 실행하실 때에, 그것을 오직 중보자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십니다. 따라서 창조 때로부터 시작되어 새롭게 재창조의 역사를 베푸시는 구원의 경륜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의하여 실행이 됩니다.

이러한 사실은 성자 하나님께서 인성을 취하시어 중보자의 구속사역을 이 땅에서 행하시기 이전의 시대나, 이후의 시대나 모두 똑같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이 주어짐을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구원은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시기 이전인 율법의 시대에서나, 그리스도께서 지상의 사역을 다 마치시고 승천한 이후인 복음의 시대에서나 동일하게 그리스도의 은혜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즉 구약 시대에서나 신약 시대에서나 구원을 받는 방법은 오직 하나, 곧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뿐입니다.

 

  1.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믿음으로

 

예수님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눅 24:44) 하신 말씀이나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보고 기뻐하였느니라”(요 8:56)는 말씀 등은 구약 시대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이 그리스도를 교훈하고 있으며, 이 시대의 신앙 인물들이 신약 시대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바라보았음을 말하여 줍니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많은 선지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바를 보고자 하였으되 보지 못하였으며 너희가 듣는 바를 듣고자 하였으되 듣지 못하였느니라”(눅 10:24)고 말씀하신 것 또한 그리스도의 오심과 그로 인한 구원 사역이 이미 구약의 시대에 계시되어 있었음을 함축합니다. 여기서 그것이 가리키는 바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 인하여 마귀의 세력을 궤멸하는 하나님 나라의 임재의 영광이기 때문입니다.

율법 아래에 있든지 복음 아래에 있든지 구원을 받는 사람은 항상 회개하고, 오직 한 분 중보자 그리스도를 믿어야 합니다. 이것은 결국 율법 시대의 언약도 복음 시대의 언약과 마찬가지로 언약의 본질상 아무런 차이가 없는 은혜 언약이라는 사실을 내포합니다. 신약 성도들과 마찬가지로 구약 성도들의 중보자도 그리스도 한 분이십니다. 구약에서나 신약에서나 은혜 언약의 작용 원리는 동일하며, 회개와 믿음을 조건으로 하여 은혜의 생명이 주어지는 약속도 동일합니다.

따라서 신약 시대는 복음의 순종을 통하여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반면에, 구약 시대는 율법의 순종을 통하여 행위로 구원을 받는다는 식의 잘못된 판단을 갖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아브라함, 모세, 다윗 등을 비롯한 수많은 구약 성도들이 구원을 받는 것은 그들이 율법의 순종이라는 행위의 대가, 곧 공로로 인한 것이 아닙니다. 율법 시대의 구약은 결코 행위 언약이 아닙니다.

율법은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외적인 형식이며 특권입니다. 하지만 율법은 그들이 자신들의 의로움을 증거하기 위해 사용할 기준이 결코 아닙니다. 도리어 율법은 모든 사람들이 죄인임을 증거합니다(롬 3:20; 7:7; 8:3) 율법 아래에 있는 성도들이 구원을 받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 사역에 의지하는 믿음뿐입니다.

 

  1. 예수님 오기 이전의 은혜 언약

 

이렇듯이 은혜 언약의 본질은 율법 시대와 복음 시대에서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신앙고백서가 교훈하고 있듯이 이 언약은 “율법의 시대와 복음의 시대에서 각각 다르게 실행”되었으므로, 두 시대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인지를 잘 이해하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신앙고백서는 율법 아래에는 오실 그리스도를 미리 제시하는 약속들, 예언들, 희생제사들, 할례, 유월절 어린 양들과 같은 모형들과 규례들이 있었다고 고백을 합니다.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을 뿐이며 아무도 율법의 순종을 통한 의에 이를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율법 시대의 구약이 행위 언약이 아니라 은혜 언약의 은혜를 제시할 수 있는 까닭은 이러한 모형과 그림자들이 앞으로 오실 그리스도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이해하기 위하여 구약 시대를 구별하는 두 가지 시대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과 같이 율법 이전의 족장시대이며, 다른 하나는 모세의 율법으로부터 그리스도가 오시기 이전까지의 시대입니다.

아브라함으로 대표되는 족장 시대에 주어진 은혜 언약은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약속의 말씀을 통해 드러납니다(창 15:6; 롬 4:3). 이 약속은 무할례시에 주어진 것이며(롬 4:11), 또한 할례를 통해 그 약속의 보증이 주어졌습니다(창 17:4,6,11).

할례는 육신을 베는 상징을 통해 부패한 인간에게는 중생과 회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뜻하는 표지였습니다. 전적인 은혜의 절실함과 필요를 뜻하며, 또한 하나님께서 이러한 은혜를 베푸신다는 약속에 대한 소망과 믿음의 표지였습니다.

족장 시대의 언약은 모세 시대의 율법의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족장 시대와 구별이 되는 구약의 두 번째 시대인 율법의 시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의 약속을 기억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인도하셨으며, 그들을 모세의 인도에 따라 광야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포하시며 그들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신앙과 회개의 율법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땅으로 상징하는 하늘의 유업과, 또 유월절 어린 양과 제사의 규례 등을 통해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를 미리 보여주셨습니다.

 

  1. 율법을 주신 하나님의 뜻

 

율법 시대의 율법은 율법의 행위로 구원을 받을 것을 약속한 행위 언약이 아닙니다. 비록 “너희는 내 규례와 법도를 지키라 사람이 이를 행하면 그로 말미암아 살리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레 18:5; 시 37:27)는 말씀에서 보듯이, 외형적으로는 율법의 순종을 통한 행위로 말미암는 구원, 곧 행위 언약을 말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것은 율법을 주신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율법은 행위 언약의 새로운 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율법을 통하여 하나님의 자녀로서 합당한 삶의 요구가 어떠한 지를 깨닫고, 이어서 자신이 얼마나 부패한 자임을 깨닫고, 죄로 인한 심판의 저주 아래에 놓인 자임을 깨닫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하여 오직 하나님의 은혜의 용서만이 생명의 길인 줄을 알고, 그리스도의 모형과 그림자를 통해 중보자이신 그리스도만을 소망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바울은 “하나님께서 미리 정하신 언약을 사백삼십 년 후에 생긴 율법이 폐기하지 못하고 그 약속을 헛되게 하지 못하리라.”(갈 3:17)고 말함으로써, 율법이 은혜 언약을 폐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은혜 언약의 실행을 예비하기 위한 것임을 설명합니다.

지금까지 설명을 모아서 정리해보면, 율법 시대가 족장 시대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은혜 언약 아래 있다는 사실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하나는 모세 시대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신을 아브라함의 하나님으로 나태내심으로써 모세 시대의 하나님이 바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과 동일한 분이심을 밝히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이 모세의 율법에 따라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포되면서도 동시에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율법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함을 얻게 하려”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갈 3:24)이며,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롬 10:4)이 되신다는 점과 관련이 됩니다. 믿는 자를 의롭게 하시는 약속이 바로 아브라함의 언약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마지막 하나는 각종 율법에 따른 모형들과 의식법적인 규례들이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예표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예표적인 구약의 의식법은 그리스도의 희생제사가 완성이 되었을 때 폐하여졌습니다.

 

  1. 은혜 언약의 유효성

 

이제 마지막으로 신앙고백서는 본 항목에서 교훈하는 바는 성령 하나님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신앙고백서는 이러한 율법 시대의 예표와 모형들이 “그 당시에 약속된 메시야에 대한 신앙으로 선택받은 자들을 가르치고 자라게 하기에 충분하며 유효적이었다”고 교훈합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요?

신앙고백서는 구약 시대의 예표적인 수단들을 통해서도 약속된 메시야의 신앙을 갖도록 하며, 그 신앙으로 인하여 구원에 이르고 또 구원에서 자라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능한 까닭에 대해 “성령의 활동으로 인하여”라고 답을 합니다.

은혜 언약은 본질상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베풀어집니다. 따라서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에 의하여 실행이 되는 오로지 하나님의 사역입니다. 이렇듯이 구원은 인간이 행하는 어떤 전제적 조건이나 공로가 없이 은혜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은혜 언약으로 인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인격성이 파괴되거나 인격적 활동이 무시되지 않습니다.

성령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생각과 마음과 정서와 의지를 활성화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죄를 깨달아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중보를 간절히 소망하며, 하나님을 사랑하게끔 하십니다.

이처럼 은혜 언약을 선택받은 자들에게 적용하는 성령 하나님의 활동은 은혜 언약을 계획하시는 성부 하나님과 그 계획을 보증하시고 실행하시는 성자 하나님의 사역과 더불어, 은혜 언약이 참으로 은혜이게끔 하는 근거입니다. 율법 시대에서도 은혜 언약이 실행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성령 하나님께서 구약 시대에서도 활동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구약에서의 성령 하나님의 활동은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오셔서 구속의 사역을 성취하신 이후인 신약 시대에서의 성령 하나님의 활동에 비해 효력이 제한적이지만, 신앙 고백서가 교훈하듯이 구약에서도 성령 하나님의 활동은 구속의 효과를 이루기에 충분하였으며 또한 유효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