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배우는 진리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
“하나님께서 주신 행동발달 능력은 영아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져”
소아과 외래진료는 토요일이 바쁩니다. 쉬는 토요일에 맞추어 엄마 아빠들이 아기를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어느 토요일 진료 시간에 한 아빠가 2 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기는 아빠가 나이 35세에 결혼하고 4년 만에 얻은 아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아기가 좋은지 진찰하는 내내 아기를 안고 달래고 하며 아기에게서 시선을 놓지 않고 웃는 얼굴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기의 예방접종을 위해 왔는데, 아기가 벌써 자기 힘으로 선다고 자랑이 대단합니다. 아기의 발달 상황을 진찰해 보았더니 아기는 생후 2개월에 보이는 정상적인 발달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기는 2개월에 자기 힘으로 서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2개월 된 아기를 세워서 발을 땅에 닿게 하면 아기가 다리에 힘을 주어서 마치 스스로 서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현상을 의학적 표현으로 원시반사 중 “하지의 지지반사”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원시반사는 6개월 이하의 영아에서만 나타납니다. 아기를 길러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2개월 이하의 아기들은 아무거나 입에 물리면 무조건 열심히 빨아댑니다. 아기가 원시반사에 의해 빠는 것입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면 입에 넣어 준다고 다 빨지는 않습니다. 자기가 빨고 싶을 때에만 빱니다.
아기에게 나타나는 원시반사는 커서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행동과 비슷한 모양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 모양이 아주 자연스럽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만난 아빠처럼 사람들이 원시반사 모양과 자발적 행동 모양을 구별하지 못합니다.
아기에게 나타나는 원시반사 모양은 때로는 인체의 신비로 여겨져 아기가 갖는 잠재된 초능력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방송사에서 그런 개념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을 본 기억도 납니다. 이런 원시반사는 모두 자기가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 행동을 하는 시기가 되면 그 행동과 관련된 모든 원시반사와 함께 사라지게 되어있습니다.
원시반사는 어느 아기에게나 다 똑같이 나타나며 또 일정시기에만 있다가 없어지는 매우 과학적인 현상을 보입니다. 이런 오묘한 사람의 발달과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만든 분의 지혜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과학적인 근거로 소아과의사는 진찰을 통해 아기가 몇 개월 수준으로 자라고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또 아기들의 행동이 원시반사인지 자발적인 행동인지를 구별하고 있습니다.
아기의 원시반사를 또 잘 들여다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행동에 관한 것과만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음식물 섭취를 위한 빨기, 두발로 지탱하고 서기, 그리고 물건 잡기, 균형 잡기 등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귀중한 행동발달이 훈련이나 가르침으로 얻어 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어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꼭 있어야 할 행동발달은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어지며 습득하기 위하여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연습한다고 더 잘 하는 것도 아님으로 참 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지으신 이는 햇빛과 비를 누구에게나 똑 같이 주신다는 말씀이 꼭 들어맞는 말씀인 것을 아기가 커가는 모습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는 젊은 사람들이 결혼도 늦추고 아기도 잘 안 가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기를 갖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아기를 짐처럼 생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만난 늦은 나이의 아빠도 결혼 전에 그러했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아기에 대해서 행복해하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아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아 아기가 짐처럼 생각되지만, 아기를 만난 후에는 아기가 부모에게 주는 행복이 작지 않음을 우리 믿음의 후배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