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알지”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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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지”

 

< 변세권 목사 · 온유한교회 >

 

 

“신앙은 하루가 아닌 평생을 살아감으로써 이루는 것”

 

 

며칠 봄 햇살 내리던 거리에 다시 칼바람이 불고 강원 영동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겨울도 이내 끝자락이 보이게 될 것이다.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밝아 왔을 때 나는 언제나 신실한 청교도적인 장로교 목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었다. 이런 자세로만 목회할 수 있다면 다른 것은 조금 부족하고 힘들어도 잘 참고 가게 해 달라고 기도했었다. 하지만 그런 소원은 며칠 못가고 사정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기독교신앙의 본질과 원리를 추구하면서 목회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진리는 그렇다 치고 인생과 인간을 모른다는 것이 더 힘든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목사들은 성경이 말하는 것을 전하는 것과 그 말한 것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은 더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가족을 가지고 허덕이면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봐야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믿음으로 안 되는 현실을 보면서 아우성을 쳐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은 살면서 이해하는 것이다. 신앙도 지난 시대에는 복음선포 차원에서만 진행이 되었지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복음으로 이끌어만 냈지 살아내는 모습은 없었다. 우리도 그동안 이성주의, 합리주의, 계몽주의 등 자유주의에 대항하면서 삶과 선포를 묶기 위해서 분리주의자가 되면서까지 이 길을 지켜왔다. 아마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그래서 성수주일, 십일조, 전도와 선교 등 이런 차별화로 밖에는 자기정체성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몇 가지 형태로 신앙을 축소해서 하느냐, 못 하느냐로만 신앙을 평가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존재하는가, 복을 주시는가, 천국이 있는가만 강조했다.

 

물론 분명해서 좋다. 하지만 평생을 이것만 가지고 싸우다보니 인생을 살아내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마치 말이 멋대가리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폭이 넓은 충만함이 없고 오직 은혜로 부흥만을 강조했다. 현실의 고민과 실패에서 오는 인간 성품이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예정론에 밀어 넣고 대강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보통 알미니안주의자들은 신앙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공로주의 사상이 강한 특성을 보인다. 반면에 우리 칼빈주의자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한 나머지 비판이 앞서고 무책임으로 가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를 따르느냐, 무엇을 강조하느냐 보다 우리의 죄성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죄성을 극복하는 것은 하나님의 신비에 속한다. 그래서 인생은 하나만을 붙들고 갈 수 없는 것이다. 즉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자라가야 하는 것이다. 한 우물로 사람을 다 먹일 수는 없다. 우리는 신앙이 발전하고 채워져 나가는데 있어서 각자의 강점이 있음을 인정하며 가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책임으로 하다 안 될 때 우리한테까지 올 것이다.

 

살다보면 분리를 책임 맡은 사람이 있게도 되는 법이다. 우리는 할 수 없이 합신 교단이 만들어졌다. 꼭 이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그때 시대와 형편에 맞는 사람과 역사가 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복 있는 것임을 우리가 해내면서 가르쳐야 한다.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성공과 실패에 대한 답이 나오는 것이다. ‘예정론과 책임론, 어느 것이 진짜냐?’를 묻기보다는 듣는 사람들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예수 믿는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고달프지?’가 모든 인생과 모든 교파의 공통분모가 되어왔다. 우리는 이제 우리 명분론과 이상론이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네가 져줬느냐?, 네가 누구냐?’의 정체성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사랑이 정열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듯이 신앙도 설사 우리가 안다고 해도, 알아도 안 되기 때문에 다시 평생을 가는 것이다. 하나님을 알아도 이 세상에서는 하루도 쉴 수 없다. 우리는 승리하든, 실패하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묶여져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인도함 받는 것, 당신은 알지?” 하면서 서로 세워주며 격려하며 이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