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이슬이 되리니…
이영란 사모_좋은소식교회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나에게 힘이 된 이슬이”
“맞아요, 성경에서도 분주하고 분요한 인간의 삶은 결국 손바닥만한 크기라
고 했어요.” 이슬이 엄마의 하소연에 남편은 시편말씀으로 공감해준다. 그
녀는 그날따라 삶의 허무한 자락들을 툭 털어놓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이슬
네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은 지도 2년이 다된다.
2년이나 함께 지낸 이슬네 식구들
이슬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식당에서 처음 만난 날, 이름이 이슬이란 말
을 듣고 나는 좀 놀랐다. 이슬같은 주님의 소박한 은혜들을 글로 남기던 나
의 블로그 닉네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린이가 한 명도 없는 우리 교회
에 주님의 특별한 선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첫 어린이가 교회에 왔다. 바로 이슬이었다. 어린이 예배시간에 행
여 아이들이 올까봐 두어 달 정도를 썰렁한 교회당에서 기다렸다. 혼자 나
와 어린이 찬
송을 불러보고 간절히 기도하고 혼자 설교연습도 하며 아이들
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는데 넉 달만에 이슬이가 온 것이었다. 할렐루야!
목마른 대지에 이슬이 내리듯 이슬이가 우리에게 왔다. 오기로 한 첫날 나
는 밖에 나가 저 멀리서 오는 아이를 향해 뛰어나가 뜨겁게 포옹하며 맞았
다. 그리고 감격의 첫 어린이 예배를 유아방에서 드렸다. 스크랜튼 여사가
한 명의 여학생을 가르친 것이 이화학당의 전신이 되었지만 그럴 줄 알지 못
했을 것이다.
오후에 이슬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교회로 출근하면 텅빈 교회당이 웃음소리
로 꽉 찬다. 가장 힘들었던 개척 초기에 웃음과 힘을 주었다. 이슬이는 남편
에게 버릇없이 장난도 치지만 그는 오히려 크게 웃었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
다. 나는 남편의 큰 웃음소리가 너무도 감사했다.
토요일 어린이 전도시간에는 나보다 더 일찍 나와 전도지를 만들고 마켓에
서 사탕과 갖가지 물품을 사오는 등 자잘한 심부름을 했다. 이렇게 준비를
다하고는 동네를 지나 놀이터로 나간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다가 점점 동
참하고 아이들을 나에게 데리고 오기도 했다.
혼자 나가다가 이슬이와 같이 나가니
큰 힘이 되고 뿌듯했다. 그런데 놀랍게
도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오게 되었다. 교사 두 사람을 세워서 예배당으로
옮겨 예배를 드리게 되었고 점차로 아이들과 교사들도 함께 전도하게 되었
다. 이제 꽤 되는 아이들이 토요전도모임에도 오고 주일예배를 드린다.
평일에 이슬이와 성경도 읽고 공부도 했다. 그런데 교회 바로 앞집에서 밤마
다 불켜진 교회의 예쁜 방에서 무엇인가 하고 있는 아이와 어른을 유심히 보
게 되었다. 결국 그 집 아이가 교회에 놀러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두 아이와
사랑방같은 공부방(?)이라는 것이 형성되었다. 부모가 늦게 들어오는 아이들
이 와서 같이 저녁식사도 하며 공부도 했다.
이렇게 1년이 지났는데 올 9월부터는 신앙교육과 더불어 인터넷으로 전 과목
을 공부하는 교회 학습이 태동되었다. 모든 것이 미흡하지만 방과 후에 와
서 성경공부와 학습을 하고 있다.
이슬이는 예술가이기도 하고 에너자이저다. 어린이 방도 가끔씩 다 뒤집다시
피 정리해 놓고 아이디어도 많아 나름대로 멋지게 꾸민다. 요즈음에는 교회
당 청소도 거든다. 내가 주님 앞에 힘들다 버겁다할 때 이슬이는 펄펄 뛰는
생선처럼 싱
싱하게 다가와 나를 움직이게 했다. 우리가 밤에 예배당에서 조
용히 기도하고 있노라면 음료수를 살짝 갖다주고 가기도 했다. 다른 선생님
들도 잘 따르고 좋아해서 선생님들도 힘을 얻는다.
해질 녘 이슬이를 데리고 호수로 나갔다. 이슬이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
다.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놀고 통닭을 사주었다. “너는 우리교회 주일학교
1호다. 이제 오고 있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잘 돌봐주어야 한다”고 말해주었
다. 고집도 자기주장도 센 이슬이가 처음에는 아이들에 대해 경쟁심도 가졌
지만 차차 중심역할을 잘 해주고 주일아침에는 아이들 집에까지 가서 잠을
깨워 데리고 온다.
또한 이슬이는 구룡마을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냄새나고 침침한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언제 구룡동에 가냐고 매번 조른다. 이슬
이가 너무 좋아하니 다른 아이들과 같이 가기 시작했고 아이들 손으로 작은
선물드리고 찬양을 불러드리곤 했다. 찬양을 불러주면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다. 이슬이와 같이 만났던 분들 중에 한 분이 교회에 나오게 되고 예수님
을 믿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가끔은 ‘어린애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작은 아이 이슬이로 인하여 교회의 가지가 벋어나고 꽃이 피
고 때로는 귀한 결실을 보게 되었다.
교회 부흥이 우리의 열심으로 성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될 때마다 나는 주님
께서 보내주신 이 작은 아이 한 명이 하나의 실마리가 되었다는 고백을 한
다. 그 이슬을 받아 머금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살아나고 피어났다. 우리의
힘으로 지혜로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것을 주님은 그 아이를 통해 하나씩 하
게 하셨다. 이슬이는 개척교회에 내려주신 주의 이슬이었다.
이슬이 엄마 고백처럼 무엇인가 이루고 얻기 위해 사는 우리의 인생은 지나
고 보면 헛되고 헛됨이요 손바닥만한 크기 밖에 되지 않는다. 진정한 만족
은 남편이 그녀에게 대답했듯이 오직 예수님을 받아들일 때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다. 우리에게 날마다 이슬같은 은혜를 주시는 주님이 바로 우리에게 진
정한 하늘 이슬이시다.
날마다 이슬같은 은혜주시는 주님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과 같으리니…백합화같이 피겠고 … 가지가 퍼지
며…꽃이 필 것이며…네가 나로 말미암아 열매를 얻으
리라”(호 14:5-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