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교회학이 필요할 때이다
변세권 목사·온유한교회
“신앙의 원리는 삶의 정황에 적용되어야”
교회학이라는 학문은 원래 없다. 교회론인데 거기에 ‘학’ 자를 붙인 것이
다. 목회를 하면서 목회자들과 교우들이 즐겁게 교회 생활할 수 있는 교회
는 어떤 교회일까 고민해 보기도 한다.
즐겁게 생활하는 교회관 필요해
과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와의 명령대로 행하여 르비딤에 진
을 치게 하셨다. ‘돕는 장소’라는 뜻의 이 르비딤은 최상의 휴식 장소였
다. 그런데 이런 장소에서 문제가 생겼다. 하나님이 인도하신 장소였는데 마
실 물이 없었다. 그래서 맛사와 므리바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는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가 시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세와 더불어 다투기 시
작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면서 동질감과 동시에 이질감도 느끼게 된다.
이미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도움이 되어주시고 이미 하나님이
어
떤 방법으로 그들에게 능력과 기적을 베풀어 주셨던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
으면서도 10년, 20년이 지난 사건이 아니라 불과 며칠 전에 하나님의 능력
을 체험했으면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앞에 엎드릴 줄을 몰랐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가 르비딤을 선택해서 온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서 그 노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하나님
은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아시는 분이지만 마실 물이 없는 곳으로 우리
를 인도하시면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지켜보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배워야 할 것은 모세가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
을 인정하는 그의 엎드림의 영성이다. 그는 즉각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지
금의 상황을 하나님께 아뢰었다. 하나님께서 호렙산에서 “내가 너를 대신하
여 네 앞에 서리라”고 응답하셨다.
마찬가지다. 오늘날 교회들이 목마름으로 지쳐 가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한국교회 목마름의 문제는 그야말로 맛사와 므리바다. 그들은 계속 맛사 신
앙의 혼돈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교회가
다툼의 장소가 되어
버렸다.
그 모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목회자가 변화되지 않고 목회
자가 은혜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을 처음 만날 때에 하나
님의 하나님 되심에 대한 신인식의 부족과 구원의 의미를 너무 주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것은 우리 한국교회는 학문의 준비가 되
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준비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
다. 그동안은 진지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식하기까지 했다. 진정성만을 갖고
있어서 열심 밖에 낼 줄 몰랐다.
또한 무엇을 할 만큼 우리 사회가 다층화 되어있지 않았다. 보통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인격이나 눈치가 없는 것과 같다. 비판할 것도 없이 이제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때는 우리의 단순함이 무식하다
는 정도가 아니라 단호하게 폐쇄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
의 무한하시고 높으심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이 어느 한 가지에만 매달리는 것은 인간이 자기의 한계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하나님은 낮은 자를 들어서도 얼마든지 일을 하신다. 이미 우리를
돌로부터 아브라함의 자손
이 되게 하셨다. 하나님은 항상 메이저로 일하신
게 아니라 비주류로 일을 하셨다. 이런 차원에서 최소한의 신앙 자세를 지키
는 것이 우리 교단과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 보수 신학의 취약점은 하나님의 주권이 운명적 차원에서는 독자적이고
배타적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하나님이 인간과 함께 하시고 대화하고 의논하
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순종만 강요하는 보수신학에서는 극과 극으로 감
히 하나님과 상의하거나 응답할 수 없는 분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매달리는 신앙 밖에 없고 기계적이고 무정한 사람이 되기 쉽다. 순종
을 해서 개인적으로는 복을 누릴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
고 있다.
다시 교회를 생각하며 전 삶을 이끌어내는 신앙이 아니면 사회를 변화시키
기 어렵다. 특히 목회자는 세상을 근거로 목회할 수 없다. 하나님은 목회자
는 가 자폭하지 않을 만큼만 하신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기쁨의 조건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은 오늘도 밋밋하게 진행된다. 우리가
힘껏 밀어 부친다 할지라도 소용이 없다. 하나님이 어느 날,
우리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실 것이다.
하나님의 방법은 항상 바뀌지 않아
어딜 가도 말씀만이 답을 주고 하나님께로 가게 한다. 다시 한번 우리의 내
면적인 신앙의 원리가 일과 사람 사회 속에서 흘러나오는 교회학이 더욱 필
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