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렐에게_장수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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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렐에게

해설: 칼빈이 보름스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동안, 제네바 의회는 칼빈을 다
시 초청하는 결정을 하고 자국의 사절단을 칼빈이 목회하고 있던 스트라스부
르크 의회로 파견하였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편지를 읽으면 이해하기
가 쉽다.

장수민 목사_칼빈아카데미원장

보름스에서
1540년 11월 13일

존경하는 파렐 선생님, 저는 지금 어찌할 바 모르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이런 입장에 처하신다면 선생님 역시 상당히 고심하셨을 겁
니다. 제가 처해 있는 이런 심적인 동요는 저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저와 함께 하는 동역자들도 근심에 싸여 있습
니다. 웬만한 일에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사람들인데도 말입니다. 

선생님이야말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별 무리 없이 결정해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 제 자신도 중심이 잡히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감정의 동요
가 심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니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정말 불가능해 보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단 한 가지가 있다
면 주님께서 제 갈 길을 보여 주시면 기꺼이 부르심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
다는 것뿐입니다. 

제네바에서 파송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지를 스트라스부르크 의회에 제출했
을 때 제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들은 제 동의가 없이는 
아무 것도 결정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의회는 제네바가 요청한 바와 관련
하여 제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이곳까지 사절을 보내왔는
데, 먼저 급히 마부를 보내서 제네바 대표들이 이리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우
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들의 전갈은 제네바 대표들이 도착하기 이틀 전
에 도착했습니다. 의회는 제가 그들에게 어떤 약속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많
은 애를 썼습니다. 

우리 의회가 저에 대해 그토록 신경을 쓰고 있는 줄은 전혀 생각도 해 본 적
이 없었습니다. 이곳 보름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들의 편지를 읽고 너
무도 놀랐습니다. 잘 알려진 것 같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는 저를 그들이 다
시 데려가려고 열심이었으니까요. 저에 대해 잘 모르는 그들이었으므로 당연

하였겠지요. 사실 제 안에도 제 자신을 내세울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
다.

어쨌든 저희 쪽 사람들은 편지를 가지고 온 목적을 설명한 다음, 여러 가지
로 권고하면서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일지를 깊이 생각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입장은 제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저는 함께 자리에 있던 여러 형제들에게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우
리 사이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지만, 제네바의 대표단이 올 때까지는 우
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맺었습니다. 대
표단이 도착하면 그곳의 상황에 대해 좀더 정확한 보고를 받을 수 있을 것이
므로, 그러한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좀 더 만족스러운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저는 그들에게 선생님의 편지와 비레(Viret)의 편지를 보여주면
서 그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했던 말에 대해서는 선생님께 
다시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생
각은 
결코 개입시키지 말고 냉정하게 결정을 내려달라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요청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을 하자, 진심이든 아니든 그들은 그대로 이해했고, 말보다 
눈물이 앞서면서 두 번이나 제가 말하는 중에 끼여들었으므로, 저는 잠시 뒤
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이상은 제가 할 일이 없을 듯합니다. 다
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 진심은 의심할 바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결정된 것은 거기까지 뿐이고 현재로서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지만, 
오직 제네바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만 있다면 다른 소원을 품지 않겠습니
다. 그동안 동료들의 호응을 얻어온 바가 있으므로 여기 보름스 회의에서 제
가 가는 것이 결정된다면 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베른 시민들이 그들
의 결정에 대해 큰 반대만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스트라스부르크 의회는 정말 어렵게 저를 보내도록 결정한 걸로 알고 있습니
다. 하지만 여기 대표들은 결코 찬성하지 않습니다. 카피토(Capito)도 같은 
의견입니다. 하지만 부써(Bucer)는 스트라스부르크 일부에서의 격심한 반대
만 없다면 제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노력할 것입
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그들이 품어온 희망을 확인하시겠지요? 그렇다면 우리
에게 일어난 이번 일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세하게 말씀
해 주십시오. 그럴 경우 우리가 돌아갈 때 급하게 떠나라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편지를 통해서 해주시는 것이 유익할 것입니다. 때가 되
면 이 결정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을 더 자세하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곳 보름스 회의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제가 입장을 정한 직후 글
로써 간단하게 밝힌 바 있는데 이것을 형제들이 선생님께 보여드릴 것입니
다. 그럴지라도 앞으로 좀 더 시간이 나면 자세하게 선생님께 편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비레에게 애정어린 안부를 전해 주시고 제가 편지를 보내지 못한 점에 대해 
특별히 양해를 구해주십시오. 또한 당분간 이 편지로 만족해 달라고 전해주
십시오. 경애하는 선생님이시여. 작별해야겠습니다. 주님께서 선생님과 다
른 형제들도 모두 돌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칼빈의 라틴어 서신 교환, 
Opera, tom9. p.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