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고 있어요!”_유화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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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골에서 보낸 편지

“다 알고 있어요!”

유화자 교수_교육학 박사

6개월 된 어린 아기가 계속 감기를 앓고 있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며 의사
의 진찰을 받고 주사도 맞히며 약도 먹이는 등 감기 치료를 위한 최선을 다 
하였지만 어린 아기는 계속 증세가 악화되면서 여러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계속 악화되는 아이의 증세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쩌면 아기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이 아이의 부모는 유명하다는 의사들을 만나러 많은 병원을 찾았
다. 그런데 그들이 만난 의사 중 한 분이 아기를 진찰하면서 아기의 질병과
는 무관한 질문을 이 젊은 부부에게 하였다. “두 분은 서로 대화를 자주 하
십니까? 최근에 크게 다투신 일은 없습니까? 두 분이 혹시 지금 냉전중이신
가요”?
남의 사생활에 대하여 계속 질문을 해대는 의사에게 이 부부는 화가 났다. 
“아기의 감기와 우리 부부의 관계가 무슨 상관이 있으며, 남의 사생활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가? 아기의 감기 치료를 위하여 의사를 만난 것이지 
부부문제 상담을 위하여 병원에 온 건 아니지 않는가?”라고 생각하며 남편
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왜 의사 선생님이 그런 걸 물으십니까? 우리
는 아기의 치료를 위하여 병원에 왔습니다. 남의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을 갖
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곁에 앉아 있던 아내도 동일한 생각이라는 표정으로 곱지 않는 시선을 의사
에게 보내고 있었다. 불만스런 표정의 젊은 부부를 바라보면서 의사는 자신
이 부부생활에 대하여 묻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 아기의 감기는 의약만으로 치유가 어렵습니다. 아기가 심한 정서불안
에 시달리고 있어요. 어린 아기 마음이 아프고 불편해서 마음도 몸도 병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뭔가 두 분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두 분 사이의 
냉랭하고 차가운 분위기,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선결되지 않는 한 이 
아기의 병은 치유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기가 필요로 하는 따뜻하고 편안
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부모 사이에 오랫동안 감돌고 있는 냉랭하고 불
편한 분위기를 아기가 감지하고 아주 슬퍼하고 힘들어하고 있어요
!” 
어느 가정에 고등학생 아들이 있었다. 이 가정은 아버지가 소설가이며 어머
니는 중학교 교사로 경제적인 안정도 되어 있고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여러 
면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대
화가 거의 없고, 특히 아들이 아버지를 싫어하여 어머니와만 대화를 하는 편
이었다. 소설가 아버지는 이 아들과 대화를 하고 싶고 여느 부자(父子)처럼 
아들과 친교를 나누며 살고 싶었다. 그러나 아들 편에서 아버지를 피하며 대
화를 거부하니 아버지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아버지는 아들의 자신에 대한 거부와 증오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또래 
아들을 가진 친구들과 대화를 통하여 그들이 제시하는 가능한 방법을 다 동
원해 보아도 아들은 여전히 마음을 닫은 채 아버지를 거부하고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아버지는 아내의 도움을 얻어 아들과 하룻길 드라이브 여행
길에 오르게 되었다. 처음에 서먹하기는 하였지만 가끔씩 짧은 대화를 나누
며 비교적 먼 시골길로의 여행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 날 돌아오려던 자동
차 여행길이 자동차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에
서 
밤늦게 일어난 자동차 고장으로 오고 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이들 부자
(父子)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차안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추위와 어둠 속에서 아버지와 밤을 함께 보내게 된 이 아들은 아버지를 염려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싹트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밤하늘
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이 아들의 마음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솟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아들은 돌연히 “아버지, 왜 저를 그렇게 미워하셨어요? 왜 저를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게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하였다. 이 아버지는 깜짝 놀라
서, “내가 언제 너를 미워하였느냐? 언제 너를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게 하
였느냐? 나는 너를 계속 사랑하였는데 네가 나를 거부하고 피하지 않았느
냐?”라고 대답하였다. 
이 아들은 한참 생각하다가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아빠가 엄마에게 나
를 지워버리라고 날마다 엄마와 다투면서 소리 질렀고 엄마는 울면서 그럴 
수 없다고 하였잖아요?”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이 아들이 태어나기 전
에 있었던 일은 그 이후 두 부부가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비밀이었다. 

인간은 영성(spirituality)과 감성(emotion), 인격(personality)을 가진 존
재여서 때로는 인간의 이성이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오랫동안 냉전 중에 있던 젊은 부부의 6개월 된 어린 아기와 이 고등학생 아
들은 부모들 사이의 갈등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치유 힘든 ‘감기’와 ‘부
자지간의 장애물’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부부 갈등이 더 큰 문제

“어리니까 모를 것이다!”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오해이다. 어리기 때문에 
그 맑고 깨끗한 영혼 속에 어른들이 볼 수 없는 순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을 깨달으면서 부모들의 삶이 더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