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으로_추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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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그늘 아래서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으로

추둘란_수필가, 홍동밀알교회

‘2007년도에는 상상하지 못할 좋은 일이 생깁니다.’ 
이 표어는 우리 교회가 올해 내건 슬로건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내걸린 이 
문구를 바라볼 때마다 앞으로 제게는 어떤 좋은 일들이 다가올까 기대가 되
었습니다. 그런데 봄꽃이 채 피기도 전에 정말로 제게 상상하지 못할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새봄과 함께 생긴 좋은 일

취직이 된 것입니다. 마흔을 앞둔 나이, 집에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아무런 
관련 지식도 없는 채로 인근 고등학교에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
게 된 일은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평화라고 하는 여학생의 학교 생활을 돕
는 일입니다. 
정신지체 장애아 학생을 돕는 일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쉽지 않은 일일 수
도 있지만 저에게는 참 감사하고 다행스러우며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입니
다. 큰아이가 같은 증후군을 가지고 있으니 전문적이지는 않다 하여도 어느 
정도 특성을 
알고 있고, 또 옆 마을에 살고 있어서 종종 집에 찾아가기도 하
였으니 낯설거나 서먹서먹한 관계도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하나님의 마음에 가장 가까
이 있는 아이들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기도
할 줄 아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도 늘 즐거운 얼굴입니다. 찡그리거
나 화내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화를 냈는가 싶다가도 금방 그 자리에서 목젖이 다 보이도록 크게 하하하 웃
곤 합니다. 그리고 아플 때면 꼭 기도를 부탁하는,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능력을 믿는 학생입니다. 사소하게 배가 아플 때, 감기에 걸려 열이 날 때 
평화처럼 하나님을 찾은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던가를 생각하면 제 자신이 
참 부끄럽습니다.
이름 그대로 평화로운 영혼을 가진 학생이고 옆에 있는 사람을 평화롭게 만
들어 주는 능력이 있는 평화…. 그래서인지 함께 있을 때면 이유 없이 그
냥, 마냥 좋기만 합니다. 솔직히 입학식 이후로 날마다 생글생글 웃으며 일
하고 있는 저 자신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런 변화가 어디서 왔나 짚어 보았습니다. 평화를 지으시고 사랑하시
는 하
나님의 섬세한 마음이 제게로 내려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침에 이
런 마음을 안고 출근할 때마다 하루에 대한 부담감대신 마음속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이리 생각해 봐도, 저리 생각해 봐도, 교무실에 앉아 
생각해 봐도, 교정을 거닐며 생각해 봐도 그저 꿈같은 일로만 여겨집니다. 
꿈같은 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 홍동에 8
년 전에 오게 되었을 때만 해도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 아브라함처럼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왔습니다. 시간이 이만큼 흐르고 나니 우리 가족
의 믿음 성장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음을 알게 되었고 미리 알고 홍
동으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고등학교 행정실에 앉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에도 그 때와 똑같
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직장으로 파송
하시고 특별히 평화를 섬기게 한 것이 흠잡을 데 없이 완전한 하나님의 계획
이었음을 알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더 능력이 있는 사람도 많은데 굳이 저처
럼 부족한 사람을 택하신 하나님을 위해, 그분의 명예를 위해, 부르심에 합

한 사람으로 일하고자 합니다. 
학교의 새내기들처럼 저도 새내기입니다. 생각지 못한 곳에 하나님의 부르심
을 받고 왔지만 여러모로 서툰 것도 많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어떻게 섬겨
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걱정이 앞서거나 두려운 마음이 드
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를 이곳에 씨앗으로 심으신 하나님을 믿기 때
문입니다. 이 낯선 곳에 저를 심기로 결정하셨을 때에는 이미 모든 계획을 
섬세하게 다 짜 놓았을 것이며, 필요할 때마다 모든 지혜와 능력과 좋은 일
들을 부족하지 않게 내려주실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을 떠나 있을 때에도 직장은 있었고 돈도 벌었습니다. 그러나 내 힘
과 내 지식으로 일하느라 언제나 안간힘을 써야 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늘 
힘이 들었습니다.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밤샘을 해야 했는데 그럴 때면 내 
건강을 팔아 돈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께서 허락하여 주신 새 직장은 예전의 직장과는 사뭇 다
를 것임을 확신합니다. 밤을 샐 일도 없는 곳인데다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자
신이 있습니다. 제 중심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늘 계시기 때문입니다. 무엇보
다 
단순히 돈을 버는 직장이 아니라 한 영혼을 살뜰히 사랑하고 섬길 수 있
는 사명을 받은 직장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큐티로 하루를 열면서 미련한 사람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으로 살
기 위하여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지혜를 구한다고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어
리석음이 사람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사람의 강함보다 
더 강하다’는 말씀을 믿기에, 또 지혜를 구하면 ‘모든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시고 나무라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의지하는 것이 지혜

사람의 생각으로는 감히 상상하지 못한 좋은 일들이 파송해 주신 이곳 직장
에서도 자주 일어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